不是傷秋病(불시상추병)

只因憶一鳳(지인억일봉)

思情與海深(사정여해심)

中夜獨傷心(중야독상심)

하나꼬 여사가 해석했다.

이 병은 가을 탓으로 생긴 것 아니고

오로지 일봉이 그리워 생긴 것이네

사랑은 깊고 아늑한 바닷속 같았는데

밤마다 아픈 이 마음 어찌 하리요

하나꼬 여사는 감격스러운 낯으로 그림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너무 뜻밖의 얘기였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선조이신 단군께서 아사달에 정착한 후 목근화(木槿花)를 가꾸었다 했어요. 목근화가 무엇입니까. [산해경] 해외동경엔 훈화초(薰花草)로 나와 있고 고조선에선 천지화(天指花)라 일컫는 게 무궁화에요. 중동 지역의 옛 역사를 보면 메소포타미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무궁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런가하면 우리의 문화유산 중 고대의 거울로 일컫는 동경(銅鏡)에 무궁화 꽃이 있음을 볼 수 있어요.”

하나꼬 여사는 자신의 핸드백에서 몇 개의 사진들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 사진 속의 그림들은 시리아 정궁인 중동의 대제국이에요.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에블라 문명의 발상지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러한 무궁화가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이며 최고 훈장으로 상형화 되어 있어요. 그런가 하면 또 대통령 집무실의 두 마리의 새가 받들 듯 지키고 있는 무궁화 꽃은 무슨 의미일까요. 보기 좋으라고 붙여놓은 장식일까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아니 잊어버리고 사는 문화유산이 그곳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민족을 천손족(天孫族)이라 부르는 증거라 했다.

“무궁화의 학명(學名)은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Hybiscus syriacus)죠. 원산지는 우리나라가 아닌 시리아에요. 이곳은 메소포타미아의 중동지역이죠. 그런데 이 무궁화를 영어사전을 살펴보면 ‘The Rose of Sharon’이라 되어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샤론의 꽃’입니다. 그런데 성경의 아가서에 나오는 ‘샤론의 꽃’은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하나꼬 여사는 찬송가 89장 ‘샤론의 꽃 예수’를 허밍으로 흥얼거렸다. 작시를 한 아이다 가이리 여사는 무명시인이고, 유명한 작곡가 찰스 가브리엘이 곡을 썼다. 가이리 여사가 감명을 받은 찬송시는 아가서였다.

‘나는 샤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아가2:1)’

대통령 집무실의 무궁화꽃. 그 꽃을 지키고 있는 두 마리의 새. 이것은 천사의 호위를 받고 있는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 앉은 사람은 그리스도를 믿는 선한 분이어야 한다.

하나꼬 여사가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역대 청와대 집무실에 앉아 기업체로부터 돈을 갈취하고 이 나라 백성들을 살해한 흉수들이 있었다. 등 뒤에 예수그리스도가 앉아 있는 것을 외면하고 그 같은 짓을 저지른 범법자들, 성경은 이들에 대해 경고한다.

‘집주인의 종들이 와서 말하되 주여 밭에 좋은 씨를 심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러면 가라지가 어디서 생겼나이까. 주인이 가로되 원수가 이렇게 하였구나. 종들이 말하되 그러면 우리가 가서 이것을 뽑기를 원하나이까. 주인이 가로되 가만 두어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어라.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에게 말하기를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 내 곳간에 넣으라 하리라(마13:27-30)’.

하나꼬 여사의 종합적인 결론은 무궁화 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고대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현들이 중히 여기는 새의 날개 등을 관직에 이용한 것을 예로 들었다. 봄의 화폭에 무궁화가 수놓아졌다면 여름의 화폭엔 새가 앉아 있었다. 이들이 소호 금천씨(少昊 金天氏)다.

고구려를 연 주몽, 신라의 혁거세, 가야의 수로왕 등. 이른 바 알에서 태어난 난생설(卵生說)의 주역 들이다. ‘금빛 하늘의 파수꾼’이라 불렸던 소호 금천씨들은 이후 진시황의 폭정에 의해 한반도 남쪽의 비어있는 땅으로 옮겨가는데 이 과정에서 천강신화(天降神話)의 틀을 갖춘 김수로왕의 신화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