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태원 소장은 위험요소가 분명하지만 삼각형으로 나타내기엔 미흡하다고 운을 찍었다. 일제하에서 조선의 정기를 깎고 일본의 승승장구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면 피상적인 일보다 실증적인 쪽에서 찾고 있었다. 그것이 무라야마 지순의 [조선의 풍수]였다.

“한양(서울)은 풍수로 이루어진 땅이라고 했어. 그래서 일제는 곳곳을 파헤쳐 혈맥을 자르고 생기가 차오르지 못하도록 차단시키는 방법을 써 왔네. 일본을 아시아 각국이 말하기를, ‘미국의 눈치만 살피는 미꾸라지 똥 같은 나라’라고 하거든. 근데 나는 그들을 미꾸라지 똥이 아니라 거북이 똥이라 하고 싶네.”

“거북이 똥?”

“우리나라는 지형상 동북아(東北亞)를 향해 올라가는 거북이 형상이야. 내가 만나 본 대다수의 풍수학자들은 우리나라가 알을 품은 거북이 모양이라는 거지. 알을 품은 거북이가  웅크린 곳이 전라도 지방이니 알에 해당하는 곳은 제주도야. 제주도를 대규모 관광단지로 조성하면 국익에 도움 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걸세.”

하나꼬 여사는 상대가 꺼낸 거북이 얘기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제 생각은 그래요. 일제가 거북이를 잡기 위해 삼각형을 만든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거북이는 우리 역사에 나오는 신령스런 영물 현무(玄武)에 해당하지만, 거북이가 어떻다는 풍수적 지형은 한강 건너 동작동에 자리한 이승만 대통령의 유택밖에 없잖아요. 그곳은 거북이가 한강으로 물을 마시러 내려오는 영귀음수형(靈龜飮水形)이라니까.”

“그러니까 여사님은 거북이 모양의 풍수지형은 일제가 꾸민 삼각형 지역이란 얘깁니까?”

“아니에요.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풍수라는 유형으로 볼 때 거북이란 동물이 엎드린 곳은 전라도 땅이고, 그곳에서 동북아를 향해 기어올라가는 모습인데 이것은 위협이 될 수 없죠.

도하 신문과 잡지에선 거북이 알이 떨어지는 지역을 제주도라 하지만 일본인들은 좀더 먼 동해의 독도로 잡잖아요.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일정(日政) 때 궤계(詭計)를 써 그들의 지도에 다께시다(竹島)라는 지명을 쓴 거고···, 억지가 먹히지 않으면 이지즈함을 파견해 시위를 하잖아요.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거북이가 아니에요.”

하나꼬 여사는 삼각형의 첫 번째 가설로 읍기(邑基)라고 거론했다. 읍기는 도읍지로 적당한 지역이다. 우리의 옛 역사를 보면 곳곳에 나라들이 섰지만 잠깐 동안 명멸한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세분하여 삼각형을 만들면 첫째가 북악이고 둘째가 남악, 셋째가 중악이다. 북악산을 기점으로 터를 이룬 곳이 북악이고 남악은 남쪽인 전라도 땅의 무안을 기점으로 열리고, 중간에 해당하는 중악은 계룡산을 중심으로 열린다.
고려 왕조 때부터 몇 차례나 도읍을 옮기려 했던 곳인데 그 관심은 조선왕조 때까지 이어져 왕궁 공사를 하다 중단된 흔적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신도안엔 여러 종류의 종교단체들이 운집해 오밀조밀 교파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악 · 중악 · 남악을 잇는 풍수적 유형을 하나꼬 여사는 삼각형이라 가설을 세웠다.

“이러한 세 곳을 읍기로 정할 때, 어느 한 지점을 중심점으로 정할만한 곳이 있을까요?”

그게 첫 번째 의문이었다. 세 곳을 점으로 이을 때 풍수적 그림은 정삼각형이 아니라 납작한 삼각형 모양으로 그곳에서 중심점을 찾는다는 게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둘째가 남악에서 구심점을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악의 위치로 볼 때 일본에 위협이 되는 특별한 장소가 없었다.

그래서 세 번째로 생각한 것이 대(大)자 형태의 북악이었다.
이곳 지형을 놓고 볼 때 몇 가지 거슬리는 게 눈에 띄었다. 조선을 식민통치하기 위한 조선총독부가 자리한 국립중앙박물관 자리가 건물 모양이 일(日)자 형태다. 또한 지금의 시청 자리를 본(本)자 형으로 설계하여 조선 땅을 영원히 지배하겠다는 의미로 대일본(大日本)이라는 억지풍수를 만들었다.

세 곳을 잇대어 삼각형을 만들면 어느 곳이 중심점이 되는가. 이 형태 역시 정삼각형은 나올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