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의 꼬부림이 좋은 수다. 백2가 최선의 응수나 흑3이 묘수여서 이하 9까지 흑승이다.

여기에서 흑1 때 백2로 막는 것은 백승으로 보이나 흑은 5, 7로 수를 늘리는 좋은 수순이 있다. 

하나꼬 여사가 바둑판에서 시선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아들이 돌아와 삼각형 안의 1934라는 숫자에 대해  말한 적이 있어요. 한국에선 1934년에 여러 행사가 있었고, 일본으로 볼 때엔 구로다 그룹이 창립한 시기지만···, 시게루는 1934란 숫자가 요한복음을 가리키는 것이라 하여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요한복음?”

비교적 낮은 어조였지만 너무 놀라운 탓에 최태원 소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요한복음 19장 34절엔 ‘롱기누스 창’에 대한 내용이 있어요. 제가 읽어드리겠어요.
‘그 중 한 군병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요19:34).’

성경에 의하면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롱기누스라는 병사가 들고 있던 창으로 찔렀다는 얘깁니다. 그 창엔 당연히 예수님의 피가 묻었겠죠. 그래서인지 창을 지닌 자는 전쟁에 승리한다는 대단한 기록을 전하고 있어요. 마흔 일곱 번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샤를 마뉴 대제’를 비롯하여 ‘나폴레옹’ 그리고 히틀러···.

물론 히틀러가 생존해 있을 당시 그 창은 알라스카의 얼음동굴에 숨겨두었다는 말이 떠돌았는가 하면, 세계 곳곳에 나돌아 다니는 창이 모두 가짜라는 얘기도 있지만···, 신비로운 물건임엔 틀림없는 일이잖아요. 시게루도 확인을 못했지만 그 창을 일본 정부가 굉장한 대가를 치르고 구입했다는 말이 있고 보면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니죠.”

만약 일본이 그 창을 구했다면 왜 자기 나라에 두지 않고 한국의 특정 장소에 숨긴 것인지에
의문이 생겼다. 최태원 소장의 말이 조심스러워졌다.

“저희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구로다 그룹이 왜 다른 나라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한국에 지사를 두고 여러 사업을 벌이는지 모르겠거든요. 그들은 삼각형을 귀히 여기는 모양인데 그것들과 관계있는 것을 찾다보니 [삼일신고(三一神誥)]가 생각났어요.

이 책 속엔 삼각형(△)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삼법회통(三法回通)]의 원리론에 의하면, ‘동그라미(○)와 네모(□)와 세뿔(△)을 일러 삼묘라 하는데 동그라미는 밖은 비고 안은 훤한 하늘을 본뜬 것이며, 네모는 목숨과 같아 동서남북을 분간한 것이며, 세뿔은 정기와 같아 사람을 본뜬 것으로 위는 머리고 아래는 두 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세뿔(△)은 ‘홀수와 짝수를 합해 날카롭고 둔함을 갖추지만 바르고 비낌(斜)을 사귀어 그 셈이 가지런하지 않으므로 사람 모습을 한다’ 했으니 삼각형이야말로 사람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록 입을 열지 않았지만 탁원제는 수긍하는 태도를 취했다. 롱기누스 창을 숨겼던 시기는 일제가 극렬하게 날뛸 무렵이니 삼각형이 인물이라면 누구겠느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