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형의 비밀

시게루(山田茂) 기자의 실종 후 한국으로 건너온 하나꼬 여사는  역사문제연구소의 최태원(崔泰元) 소장을 만나 일본에서의 활동을 특유의 제스처로 풀어냈다.

“그 동안 시게루(茂)는 제 아비가 남긴 삼각형 안에 쓰인 1934라는 숫자가 뭘 나타내는지를 알아내려 백방으로 뛰어다녔죠. 일본기원에 들어가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며 찾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무속인(巫俗人)들을 만난 것 같았어요. 그 일도 두어 달이 지나 그치는가 싶더니 신일본연구소(新日本硏究所)의 미우라(三浦) 간사장과 어울려 그 사람의 소개로 미스터리 잡지 ‘무(毋)’의 취재기자로 일하게 된 겁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시게루 기자는 야마다(山田) 씨가 죽기 전 남긴 유훈에 대해 모든 것을 바칠 생각이었다. 그의 행동은 최근 두서너 달의 행적에서 몇 가지 사실로 나타났다. 이른 바 끈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시게루의 말처럼 자신이 찾은 ‘끈’이 죽음을 가져올지 아니면 행운을 가져올지는 미지수였다.

“모두가 잠든 밤 우리 모자는 그 날 그 날의 일을 정리하는 게 순서였어요. 얼마 전 시게루가 스리지(교정지)를 가져와 날이 새도록 책을 가제본 하지 뭐겠습니까. 그것을 한국의 송학수(宋鶴壽)라는 분에게 보냈다는 걸 나중에 들었어요.”

좌중에 있는 사람들이 묻지 않았지만 ‘송학수’가 황극경세원을 운영하는 파자점의 명인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녀의 얘기가 조금씩 흥미를 유발시켰다.

“일본의 기가(碁家)에 알려진 인물 중 쿠보마쓰 마카키란 분이 있어요. 그 분이 만든 함정수가 나오는 책이 [기산야화(機山野話)]인데, 시게루가 그런 얘길 물어왔어요. 바둑에 관한 얘기라면 당연히 ‘기산(棋山)’이 되어야 옳은데 어째서 ‘실마리 기(機)’를 사용했느냐였죠.

실마리라는 게 뭡니까. ‘기회’를 제공하는 일종의 끈과 같은 거죠. 그런 점에서 [기산야화]를 물고 늘어지더니 누군가 시게루에게 단서를 제공했나 봐요. 그러니까 [무(毋)]라는 잡지에 그런 기사가 나간 거죠.”

즉, ‘기산(機山)’은 일본에 있는 특정한 장소의 산이 아니고 ‘기회를 주는 산’으로 바다 건너 한국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산’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격월간 잡지 [무(毋)]엔 실리지 않았지만 시게루는 자신이 쓴 기사를 ‘바이블 코드(Bible Code)’라고 약칭했다.

그는 이 문제를 꺼내기 전 일본인들의 교묘한 음모를 끄집어냈다. 한일 간의 역사는 왜곡과 조작으로 인해 야담소설처럼 꾸며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독도를 비롯해 위안부 문제와 관동대학살, 코 무덤과 귀 무덤을 만든 잔학성, 조선으로 향하던 우키시마 호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침몰, 명성황후를 살해한 인면수심의 기록들을 그들은 대단한 역사라고 자부한다. 시게루는 그러한 기록들의 이면에 숨겨진 음울하고 습기 찬 진실을 파헤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1941년 12월 7일, 휴일을 기해  어떤 선전포고도 없이 일본이 진주만을 습격한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미국인으로부터 ‘야만인’이란 칭호를 종전 이후 받고 있는 것으로 그는 어머니에게 해묵은 사진 한 장을 건네주었다. 그것은 1941년 <뉴요커>지에 실린 주사위 놀이 광고였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세요. 이 주사위 놀이의 배경이 되는 게 진주만 공격입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일본은 어떤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의 해군부대를 습격했어요. 그 일이 있은 지 1개월 후에 호놀룰루 주재 에푸비아이(FBI) 요원 로버트 쉬버즈(Robert L.Shivers)는 워싱톤의 에프비아이(FBI) 국장 에드거 후버에게 11월 22일자 <뉴요커(The New Yoker)>지 86쪽에 실린 주사위 놀이 홍보용 광고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요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