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양반이 보기엔 뭐 같은가?”

“글쎄요···, 무당벌레 같은데요?”

“잘 보았네, 무당벌레야. 구로다 그룹의 심벌마크지. 세 마리의 무당벌레가 얽히어 있는 심벌 마크. 시게루 기자는 구로다 그룹이 회사를 설립한 건 1934년이며 그 시기를 전후해 심벌마크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작성한 후 실종됐네.

한데, 무당벌레가 얽힌 모습이 뭐 같은가? 바로 삼각형이야. 삼각형 안에 1934라는 숫자가 있고, 무당벌레가 만든 모습이 삼각형 모양이라면 구로다 그룹은 처음부터 삼각형에 대해 비밀스런 의문점을 지니고 있었겠지.”

송학수는 앉은뱅이 책장 서랍에서 인쇄된 용지를 꺼내놓았다. 그것은 무당벌레에 관한 내용이었다. 탁원제가 집어 들었다.

<무당벌레(Coccinella axyridis)는 딱정벌레목의 무당벌레과 곤충으로 한국 · 일본 · 사할린 · 타이완 · 중국 등지에 분포되어 있다. 몸은 반구형이고 머리와 등 색깔은 황색에서 흑색까지 매우 다양하게 광택이 난다.

딱지날개는 황색인 것, 황갈색 바탕에 두 개에서 열아홉 개의 무늬가 있고, 흑색 바탕에 두 개나 네 개, 또는 열두 개의 반점이 있는 것 등 다양하다. 특히 칠성무당벌레는 붉은 바탕의 등에 일곱 개의 점이 찍혀 있는 것을 말한다.

옛날의 주술사들, 특히 무녀(巫女)들은 무당벌레를 이용해 상대를 저주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살아있는 무당벌레에 주술을 건 다음 내장과 살을 파내면 주술에 걸린 무당벌레는 풍뎅이처럼 무리지어 다니며 사람의 살을 파먹는다. 이러한 무당벌레를 무녀들이 사용한 이유는 환생(還生)과 깊은 의미가 있다.>

그러고 보니 뇌리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학창시절 이집트 파라오에 대한 논문을 준비할 때 미이라에 관한 서적을 탐독한 적이 있었다. 연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주술사의 주검에 관한 내용으로, 파라오의 후궁을 유혹한 주술사는 참혹한 죽임을 당하는데 살아있는 채 석관(石棺)에 넣어진 게 무당벌레였다. 탁원제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무당벌레를 살아있는 죄인과 함께 넣는 것은 고통을 주기위해서라고 했다. 무당벌레가 사람의 살을 파 먹는 습성이 있다 했으니 역모와 부정에 얽힌 죄라면 그런 형벌을 내릴 수 있다고 봐야겠으나 그렇다고 환생이 이루어지나?’

환생과 관계된 자료에는 사람이 죽으면 반드시 무엇으로 태어나는 중음(中陰)의 기간 사십구일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 기간은 비록 죽었어도 가사상태에 빠진 것이니, 영혼이 생시에 못다한 얘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영혼의 매개체로 이용되는 게 무당벌레였다.

그렇게 본다면 구로다 그룹의 심벌 마크가 무당벌레인 것은 어려운 경제난을 돌파하는 기업의 환생과 관계있다고 보는 게 옳은 시각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1979년은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배했고,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세계경제는 불황속을 헤맸다.

‘그렇다 해도 무당벌레를 기업의 심벌마크로 삼아? 아니야, 그것을 심벌링으로 삼은 건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