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님, 전 제 사업에 대해 자부심이 강합니다. 남성이나 여성, 그들의 말 못하는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이 사업 하면서 돈도 많이 까먹었지만 다행히 신상품을 개발해 한시름 놓았습니다. 단 몇 개월만 늦게 하남 공장에 화재가 났어도 사업은 큰 어려움 없이 궤도에 올랐을 겁니다.”

일우는 입가에 미소를 흘리며 말없이 잔을 비웠다. 반드시 상대를 설득하려는 것은 아닐지라도 문치수는 진지해졌다. 그것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 도박꾼들이 올인이 승부수를 띄우기 직전의 결연한 표정과 다를 바 없었다.

“요즘 잘 나가는 건 무후준(武后酒)데요. 그건 새우가 주재료거든요. 사실 강정식품, 강정식품 하지만 새우만한 게 없어요. 새우는 신장(腎臟)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탁월한 효능이 있거든요. 한의학서를 보면 신장을 간장과 함께 아주 중요한 기관으로 여기는 것은 정력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 때문이랍니다. 신장 기능이 정상적이면 섹스를 원활히 치러내죠.”

문치수가 부인에게 손짓했다. 그녀는 곧 주방으로 가서 작은 접시와 큰 그릇에 담긴 민물새우를 가져왔다.

“새우의 단백질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디냐 하면, 머리의 황색 부분과 등에 한 가닥으로나 있는 긴 황색 부분, 끓이면 빨갛게 되는 체액, 나머지가 난자죠. 그치만 새우 등에 있는 검은 줄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므로 먹어선 안 되죠. 새우가 왜 강정식품이냐 하면 ‘촤이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일우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짓자 문치수는 혓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어떤 상태에 처한지를 모르는 어린애처럼 들떠 있었다.

“새우는요, 이렇게 먹습니다.”

문치수는 알콜 도수가 70도인 신선주를 따라 새우를 담갔다. 갑작스런 변화에 새우는 팔짝팔짝 뛰었다. 거기에 약간의 들기름과 조미료를 넣고 뚜껑을 닫더니 대략 2,3분이 지나 새우를 꺼내 알맹이만 추려 먹었다.

“이게 촤이샤(醉蝦)라는 겁니다. 새우가 목욕하고 나온 술은 무후주(武后酒)구요. 오래전부터 중국 황실에서는 황제들의 정력보강에 절대적으로 애용되었죠. 우리가 개발한 신상품 목록에 들어있는 노하우이기도 하구요.”

흥미로운 얘기가 계속 튀어 나왔다.

“팔진미의 하나에 원숭이의 골이 들어있습니다. 아주 담백하고 신선한 게 일미죠. 중국인들에겐 오래 전부터 뇌 요리가 일급식품으로 각광받았어요. 원숭이가 아니더래두 그 흔한 돼지 뇌를 마늘과 함께 기름으로 슬쩍 볶아도 그 맛을 고급으로 쳐주거든요. 그만큼 뇌요릴 알아주죠.
우란(牛卵)도 강정식품에 들어갑니다만, 그보다 더 고급식품은 닭의 고환이죠. 하나뿐이니까요.”

술잔이 돌았다. 비 내리는 창밖이 소란스럽다. 뇌성 번개가 한 차례 으름장을 놓고 가면 빗발은 더욱 사납게 유리창을 흔들었다. 시간은 벌써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술기가 도도해진 일우의 낯빛을 흘끔거리며 문치수가 일어났다. 

“나 담배 하나 사오겠시다. 갔다 와서 콩이든 팥이든 결론 내립시다. 나는 말입니다. 담배두요 내 스타일대로 피우거든요. 난 마일드세븐 아니면 안 피워요. 그거 한 갑 사려면 길 건너 저쪽 동(棟)까지 가야 되는 데두 부드럽게 빨리는 맛에 혀까지 길들여졌다니까요. 빨리 와야 삼십 분잉께 그런 줄 알고···.”

현관을 빠져나가며 그는 부인을 불렀다.

“어이, 문 잠그소! 요즘 도둑들이 많잖아.”

그는 날숨을 몰아쉬며 아내 쪽을 바라보았다. 붉게 충혈된 눈자위에 핏발이 곤두섰다. 문을 닫고 현관에서 돌아온 그녀는 입가심으로 과일과 식혜를 내왔다. 쟁반 위에 놓인 사과를 깎으며 그녀는 뜻밖의 말을 흘리고 있었다.

“사실대로 말씀 드리지요.”

일우가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취기에 젖어있었다.

“박기자님이 무후주를 드실 때 음약(淫藥)을 풀려 했었어요. 흔히 말하는 흥분제 말예요.”

“예에?”

“오후에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누군가가 보내온 편지와 사진을 보여주면서 도와달라는 거예요. 아니죠, 남편은 양해를 구해왔어요. 딱 한번만 바람 피워 달라구요.”

일우는 순식간에 술이 깨는 것을 느끼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얼마 전 뺑소니 사고를 냈는데 그걸 사진으로 찍은 목격자가 있다는 거예요. 월간잡지 기자니까 된통 걸렸단 거죠. 아침에 집에 있는 생활비를 몽땅 긁어갔으니 그것으로 급한 불은 껐겠죠. 분명 하루이틀 사이에 큰돈을 마련해야 뒤탈이 없을 거 아녜요.
그런데 저 사람이 들어오더니 저녁에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거예요. 미쳤냐고 따졌더니 저 이가 뭐라는지 알아요? 집으로 데려오는 건 덫을 놓기 위해서라나요.”

“덫?”

“그래요, 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