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잠깐 제 말을 더 들으십시오. 그동안 취재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필요하다면 외국의 자료까지 검토 중에 있습니다만 특히 점법은 회사 나름대로 자료를 구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일찍이 서양에서는 고대의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주장하는 ｢생명의 숫자｣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것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생명의 숫자를 환산해 운수를 뽑아내는 방법이죠.

어떤 사람이 1979년 2월 1일에 태어났다 가정하면, 생명의 숫자는 1＋9＋7＋9＋2＋1＝29가 되고, 여기에서 다시 29를 나누어 더하면 2＋9＝11이 됩니다. 바로 이 11이 생명의 숫자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11이란 수는 온화하고 아량이 풍부해 36세 이전에 성공한다고 풀어냅니다.”

이러한 수리(數理)는 음양오행으로 나타낼 수 있었으나 자리를 같이한 점쟁이들은 ｢생명의 숫자｣라는 서양 계산법의 간단명료함에 흥미를 보였다. 화제를 바꾸었다.

“내가 여러분에게 역술인이란 칭호를 놔두고 굳이 점쟁이라 부른 건 다섯 과목 외에 한 가지 기술을 들려드리기 위해섭니다. 이른바 점치는 법이죠.”

일우의 눈짓을 따라 사무실 전화당번 유상희(劉尙嬉)가 프린트 물을 그들 앞에 놓았다. 육효점(六爻占)을 비롯해 산통점(算筒占) · 송엽점(松葉占) · 인명사주길흉점법(人命四柱吉凶占法) · 작괘동효점법(作卦動爻占法) · 토정법(土亭法) · 당사주법(唐四柱法)으로 점치는 방법이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프린트 된 일곱 개의 점법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익힐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그 점법을 모두 익히라는 건 아닙니다. 각자 한 가지만 달통해 달라는 거죠.”

가장 연장자인 마천수(馬川秀)가 벗겨진 이마의 반들거리는 부위를 습관처럼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반문했다.

“이걸 배워야할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양반?”

일우의 아랫배에 힘이 실렸다.

“제가 여러분들을 눈여겨 본 것은 사대문과 사소문 가까이에 점집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즉, 북문을 비롯해 동대문 · 남대문 · 서대문 · 동소문 · 서소문 · 자하문 등등이 여러분들의 터전입니다. 물론 옥호(屋號)는 철학관이나 역술원, 또는 점집이라 해도 상관없겠지요.

하나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하루 몇이나 손님을 받습니까? 열 명? 아니면 다섯? 그도 아니면 하루하루 그럭저럭 끌어나갑니까? 나의 지적대로 숫자가 형편없다면 여러분은 하루하루 무얼 생각하십니까? 아니, 왜 점쟁이가 되셨습니까? 돈을 벌려고요? 손을 꼽을 정도로 손님을 받으면서 어느 세월에 부를 축적하고 이름을 날리겠습니까?”

일우는 늘 그런 지론을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상대가 누구건  요리하는 방법은 ‘고무줄 수법’이었다. 징징거리고 다가오면 적당히 늦춰주고 말을 듣지 않으면 바짝 조이는 것을 ｢협상의 비결｣이라 믿었다. 일단 초꼬슴 점쟁이들의 부끄러운 곳을 건드렸으니 치부를 가려 줄 방도가 필요했다.

 “여러분들이 프린트의 점법을 익히면 각자 한달 동안 ｢월간 스캔들｣의 ‘오늘의 운세’란을 집필할 수 있습니다. 여타 신문들은 6개월이나 1년치의 운세를 가져와 데스크에 쌓아둡니다만, 운세 풀이를 보는 당사자로서 얼마나 신빙성을 갖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월간지에선 여러 점법을 한 달 간격으로 실려 선전 효과를 노릴 계획입니다. 그렇게 하면 독자의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킬 것이고, 여러분들도 단시간에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겠지요.”

특별히 손해날 일이 없다고 믿은 탓에 모두들 흔쾌히 승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