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어깨며 등이며 복부에서 땀이 마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전진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호리녀의 몸을 감상할 여유를 찾았다.

가만히 유두를 혀끝으로 밀어보았다. 오석(烏石)처럼 반들거리는 살빛, 어깨에서 팔꿈치를 타고 아래쪽으로 손을 내려뜨리자 어느새 손끝은 은밀한 지점까지 내려와 있었다.

호리녀가 약간 몸을 떨었다. 신비스러운 골짜기는 휴화산 같은 열기를 발산했으나 촉촉이 젖은 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자 반원을 그리듯 허리가 휘어진 것은 사내의 몸을 받아들이고 싶다는 몸짓이었다.

<땅의 머리에서 줄기를 타고 주춤주춤 내려온 작은 맥(소맥)은 두 개의 아름다운 산봉우리에 정기를 모은다. 거기에서 다시 밑으로 내려오면 평야의 우물에 이르러 기운이 다시 뭉친다.>

기운이 뭉친다는 것은 호리녀의 은밀한 곳에 열기가 응집된다는 뜻이다. 전신을 돌아가는 기혈이 어느 한 지점을 향해 모여드는 것은 용이 승천하며 용틀임을 일으키기 위한 준비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은밀한 그곳의 정경은 언제나 좌청룡 우백호로 팔자(八字)를 취한다.

팔자를 이룬 안쪽의 미혈, 이곳은 신비스러운 골짜기를 진입해 가는 초입이다. 정성들여 전희를 구사해 보았다. 죽은 듯 누워있는 호리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배어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색정이 흐르는 미소를 던지던 그녀가 무슨 이유로 가만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의 첨단을 잡고 허리를 낮추었다. 약간 좌우로 비척거리다가 여체 속을 비집고 들어갔다. 약간의 진동이 가해지는 느낌이 오자 그제야 호리녀는 상대의 등을 안아 감았다. 비로소 [황제택경]의 지적 대로,

<좌우로 흔들어 태(胎)를 이루고 입수(入首 ; 음핵) 끝을 살짝 들고 잉(孕 ; 요도구)을 만들어 월훈(月暈 ; 대음순)을 양편으로 가르게 한다>는 정경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것은 실감 나는 구결이었다.

사내의 힘이 밀고 들어가자 호리녀의 속집에 이상한 반응이 전해졌다. 대체로 많은 사내와 관계한 인기 있는 여인이라면 대개는 명기(名器)의 반열에 들기 마련이다. 흔히 명기라고 할 때, 사내의 힘이 입실하면 그 첨단에서부터 조여붙이며 근원을 바짝 오그라들게 한다. 그래서 혹자는 빗장이라 불렀다.

호리녀의 경우가 그에 해당되리라. 사내의 힘이 입실하자 그것을 중간에서부터 죄어버렸다. 그러므로 전진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물러서는 데엔 어려움이 많았다. 보통 사내라면 이 정도에서 막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난간에 육(育 ; 소음순)을 그어 물을 떨궈내리면서 다시 좌우로 상수(相水;전음순교련)를 다스리고 그 밑에 편안히 혈토(穴土 ; 질구)를 맺게 하니 자손들이 꿇어앉을 전대(前臺 ; 전음순교련)를 만들어 놓았음이다. 아, 이제 인목(印木 ; 후음순교련)으로 하여금 혈 자리를 감싸게 했으니 천하에 이같은 명당이 어디 있으랴.>

그렇게 보면 일우의 몸짓은 명당을 찾아가는 풍수사처럼 진지한 열성이 있었다. 자칭 호리녀라는 이 여인과의 정사가 마지막이라 해도 분해하거나 억울해할 일은 없다고 자위했다.

마음이 편해진 탓일까. 그의 손놀림은 더욱 대담해졌다. 손바닥으로 여인의 풍성한 유방을 밀자 온몸의 피가 들끓었다. 콧구멍으로 쏟아지는 단숨이 유방 위에 뿌려지자 호리녀는 야릇한 신음을 흘려냈다.

“좋아, 정말 좋아.”

다시 몸을 일으켰다. 평소 처녀들을 유인했던 혀끝으로 그녀의 복부에 패인 홈통을 맴돌았다. 혀는 이쪽저쪽으로 미끄러지며 패어있는 부위에서 아래쪽으로 흐르듯 내려갔다 스르르 빠져나가 미골(尾骨)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