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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객 3회/ 기이한 물건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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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객 3회/ 기이한 물건들 (1)
2007-11-18     프린트스크랩
 

                                       기이한 물건들



“민우기(閔羽基) 사장님께 소개 받은 시미즈 게이꼬(淸水京子)에요.”

 

그녀가 내민 손을 가볍게 잡아 흔들며 박일우(朴一宇)는 상체를 웅크린 채 습관처럼 취재수첩을 꺼냈다.

 

“미모의 여류 기사에게 연락이 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일본 쪽엔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아, 죄송합니다.”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사과하자 오히려 박일우의 표정이 머쓱해졌다. 처음 만난 사이니 의례적으로 해 본 말이지만 상대가 이렇듯 미안해 한 것은 뜻밖이었다.

 

잡지사 경영은 뒷전이고 놀이 문화에 목을 매단 민사장이 신주꾸에 거주하는 회갑을 맞이한 누나의 초청으로 일본에 건너간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일본 여류 기계(棋界)의 스폰서로 입지를 굳힌 누나는 사내처럼 통이 크고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자신이 경영하는 ‘하나꼬(閔花子) 갤러리’에 여류 화가와 여류기사들을 초빙해 이따금 후원금을 지불하여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벽엔 한결같이 바둑에 관한 그림들이었다. 기보를 찍는 판을 모자이크한 것과 그것을 이용해 찍어낸 기보(棋譜), 본인방 수책의 기념우표와 메이지 유신의 정한의논도가 걸리고 그 곁으로 당시의 거물 일해(日海) 스님의 얼굴이  알맞게 자리 잡았다.

수십 개의 바둑판을 놓아 둔 중앙엔 사이사이 흔하지 않은 ‘위기도소’로 세팅한 것이 문화계 기자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었다.

 

하나꼬 갤러리의 회원들은 아마추어가 칠십 프로였다. 그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바둑을 둘 때 사용되는 경비는 모두 갤러리에서 부담하였고 이곳 출신으로 국전에 당선되거나 바둑대회에 우승할 때는 격려금으로 3천만 엔을 지불하고 보니 대회가 열리는 기간엔 이곳 출신으로 누가 상을 받을지 언론들은 예상도를 펼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민우기 사장은 통화료가 많이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게이꼬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체크해 주었다.

 

“내가 누님을 따라다니며 일본 바둑계 인사들을 만나 봤잖냐. 서울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곳에 와 보니 이놈들이 권력이라는 ‘권’ 자만 붙으면 엄청 독살스럽더구만. 겉으론 예의 바른 것 같지만 본심이 엉뚱해 놀란 적이 한두 번 아니야! 돌아가면 자세히 읊을 테니 궁금해 할 것은 없고, 한 가지 박부장이 할 일 있다.

 

이곳 누님 가게에서 알게 된 이쁜이가 있는데 이름이 게이꼬야, 시미즈 게이꼬(淸水京子). 나이가 스물다섯인데 바둑을 엄청 잘 두거든. 이번에 기인전(奇人戰)이란 프로 기전이 생겼는데 아마추어든 프로든 여류기사들이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게 특징이야.

 

시합이니까 프로들이 나서면 판쓸이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공개해설장에 갔더니 상황이 묘했어. 이번 결승전에 오른 게이꼬 양은 처음부터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어 승리를 끌어냈어. 이참에 그 아가씨가 우리나라 감정기관에 물건 셋을 맡겼다니까 박부장이 내 얼굴 봐서 잘 도와 드려. 그 아가씨 돕는 비용으로 네놈 통장에 백만 원 넣었으니 돈 아껴 쓰고!”

 

내용은 얼추 짐작했으나 오늘 아침 게이꼬한테 연락이 왔었다. 자신은 오전에 도착할 것인데 숙소는 충무로에 있는 파라다이스 모텔 505호라 했다. 도착 시간은 정오 무렵이지만 볼 일이 있으니 저녁 7시에 들려달라는 내용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어 정오 어림에 나와 청계 4가 극장근처를 어슬렁거릴 때만 해도 하늘은 더운 김을 푹푹 쏟아냈다. 사주쟁이 영감님의 솜씨가 귀신 찜쪄먹는다는 소문에 운수풀이를 보았는데 이거 괜히 봤다 싶을 정도로 마음이 언짢아지자 탁원제가 조심스럽게 위로했다.

 

“부장님, 점쟁이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그런 것 보면 부장님도 차암 단순해요. 내가 지난 달 짚차 살 때 못 봤어요. 부장님은 위험하니 안 된다고 했지만 파는 놈들이 차대 넘버 지우고 색깔 따로 입혀 중고차 가격으로 내놨으니 감쪽같이 다른 차예요. 찻값도 반에 반값이에요! 그것 때문에 요즘 얼마나 득을 봅니까. 찻값 들어간 본전은 열두 번도 뽑았어요! 이놈의 세상은 순리적으론 살 수 없어요. 어떻게든 주위 사람을 속여야 한몫 챙기는 것 아닙니까.”

 

“사주풀인 달라. 아니 그 영감님은 다르다니까. 점쟁이들은 손님이 오면 눈치로 때려잡잖아. 그러나 그 영감님은 달랐어.”

 

“아따, 부장님 또 소설 쓰세요. 점쟁이들이 그렇게 잘 알면 경마나 복권 사라고 해요. 돈 억수로 벌게! 뜨거운 날씨에 그런 곳에 앉아 엉덩이에 불 때지 말고요. 점쟁이가 쫑알쫑알 대는 걸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잖아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잡소리에요. 자자, 그런 것 잊어버립시다. 할 일이 구만리인데 그딴 것에 신경 쓸 시간 없습니다.

 

저기 부장님. 게이꼬인가 하는 그 아가씨 저녁 7시에 들려달라고 했죠? 그럼 부장님만 올라가시고 나는 앞 건물에 차를 파킹 시키고 카사노바 다방에 들어가 노가리나 풀께요. 잘 하면 흑백 광고 하나 뽑을 수 있어요. 모텔 입구가 빤히 보이는 문가에 앉으면 부장님 나오는 거 금방 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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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돌등대 |  2007-11-18 오후 7:47: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제부터 바둑 얘기가 나오나 보네요  
노을강 |  2007-11-19 오전 11:16: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얘기요?  
나무등지고 |  2007-11-19 오후 5:10:3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3등... 넘브쓰리  
꾹리가아 |  2008-01-30 오후 12:15: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믕...앞편의 점 본 사내가 박일우부장 이었구만. ^^*  
꾹리가아 |  2008-01-30 오후 12:17: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게이꼬와 물건 셋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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