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관'의 관주 육청하를 찾아온 젊은이는 자신의 이름자를 노사용이라 밝히고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저희 노씨 문중에 전해진 얘기는 없습니다만, 글을 읽는 선비님들은 진주라는 기생과 노씨 성을 쓰는 진사님과의 사랑 얘기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후세에 전해진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이었다. 노사용은 가만 가만 앞부분을 읊조렸다.

<···임 여의고 썩은 간장 하마터면 끊기리라. 삼춘에 즐기던 일 예런가 꿈이런가. 제우사창 요적한데 흡흡히 깊은 정과, 야월삼경 사어시에 백년 살자 굳은 약속···.>

육청하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되돌렸다.

“젊은이가 이 기보를 받은 건 꿈길이었는가?”

“아, 예에. 그렇습니다. 제 꿈을 찾아온 사람들이었지만 어느 사이 내가 꿈속의 여인이 말하는 노씨 성을 쓰는 진사가 돼 있었어요. 꿈이 워낙 밝아 깨어난 즉시 이 기보를 만들어 이곳으로 달려왔습니다.”

“이 문제를 보니 풀 수 있던가?”

“글쎄요···. 간단한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 것도 같고···.”

“어디 자네가 착점을 해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