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를 받은 경위원에선 장율하를 비롯하여 정문원이 달려와 숙소 인근에 통행금지를 알리는 금줄을 치고 외부인의 근접을 통제시켰다.
사체는 구타를 당한 후 물에 빠져 죽었을 것으로 생각되기에 충분할 만큼 말라붙은 선혈이 곳곳에 낭자했다. 몽둥이로 맞아 죽은 경우, 눈이 열리고 손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산만하게 흐트러진 머리완 달리 복부는 팽창하지 않은 상태였다. 다리 위에서 뒷머리를 강타 당한 후 물 웅덩이에 떨어진 것으로 생각될 만큼 열손가락엔 진흙과 흙 조각이 있었으나 긁힌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장율하가 고심한 것은 두 손이 앞으로 향해 있다는 점이었다.
‘이로 본다면 죽은 자는 물에 빠져 사망한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뒷머리를 피격 당했을 때엔 명줄은 끊기지 않았을 것이나, 구타 흔적이 뒷머리 한 군데로 보아 일시적인 원한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앞머리 쪽에 생긴 상처 흔적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부딪칠 때 생긴 것으로, 이 사내에게 원한을 품은 자가 있었다는 얘긴데···.’
현장을 확보하고 주검은 경위원 사체보관실로 옮겨왔다. 한 눈에 조선의 선비가 분명해 보였는데 오른손 엄지와 검지에 먹 자국이 없으니 서책을 가까이 한 서생으로는 보기 힘들었다.
몸을 뒤적이자 왼쪽 소매 어림에서 쥘 부채가 나타났다. 쥘 부채의 ‘술’은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를 사용하지만 대부분 윤도(輪圖 ; 풍수사들이 쓰는 지남쇠)의 애용이 많았다. 그러나 이 사내는 대나무로 만든 반 뼘 남짓한 가느다란 통을 달고 있었다.
실이 빠져나간 곳엔 앞뒤로 매듭졌는데 다모 다인이 그것을 만지작거리다가 대나무통의 아래 부분을 비틀자 머리 부분이 벗겨지며 안에서 무언가 달그락거렸다. 물기가 새어든 탓에 빠져나오지 못한 물건은 또르르 말아 감은 종이 기보(棋譜)였다.
“이런 곳에 기보를 넣어두었다면 좋지 않은 일에 손을 댄 게 분명하네. 이 사내를 선비로 보았던 건 바둑을 두는 차분한 성격 때문일 것이야. 한데, 선추 아래쪽에 달린 대나무 통 안에 묘수풀이 도형을 넣은 것은 이 자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야. 정순검이 기보를 바둑판 위에 놓아보게.”
정문원은 기보를 받아 순식간에 바둑판 위에 도형을 펼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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斯文亂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