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 목을 매단 여인

여인의 몸은 대들보에 걸려 있었다. 연락을 받은 경위원에서는 고참 순검 장율하와 다모 다인이 파견돼 사건 현장을 돌아보고 시장(屍帳)을 작성했다. 대들보에 걸린 여인의 몸을 영조척(營造尺;자)을 사용해 본인 스스로 목을 맬 수 있는지를 여러 모로 가늠했다.

“네가 보기엔 자액(自縊;목을 맴)이 가능하다 보느냐?”

“높이는 목을 맬 수 있으나 베개를 쌓아 발끝으로 밀어내면 일종의 탄성(彈性)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게 문젭니다.”

대들보에 걸린 여인의 주검은 허공에 매달린 채 혀가 나오고 군데군데 흙이 묻어 있었다. 장율하의 물음이 건조하게 날아갔다.

“자액의 시장을 작성할 때 뭣을 먼저 시작하느냐?”

“소인이 가지고 있는 막대기로 목을 맨 끈을 칩니다.”

다인이 조심스럽게 목을 매단 끈을 치자 보기와는 달리 느슨하고 늘어진 느낌이었다. 그녀는 목 주위를 살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목 주위에 액흔이 두 군데 있고 더구나 매달린 형태는 사괴(死䙡)에 의한 죽음입니다.”

‘사괴’란 사람을 죽게 하는 올가미를 가리키는 말이다. 올가미의 형태가 목 아래 매었는지, 지금처럼 올가미 형태로 매달린 것인지 그걸 살피는 게 중요했다. 다인은 기본적인 시장(屍帳)을 작성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나갔다.

죽은 자가 입고 있는 옷이며 형태, 의복의 신구(新舊)를 살피고 목을 매단 장소 주위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세세히 기록했다. 또한 아래 쪽에 흩어진 베개 등을 참조해 죽은 자가 무엇을 밟고 올라갔으며 머리에서 달아맨 곳까지 몇 척 몇 촌인지를 기록했다. 이렇듯 모든 것을 측량한 후에 검험하기 좋은 곳, 이른바 노명처(露明處)로 주검을 옮긴 뒤 올가미 줄을 벗겨낸 뒤 줄이 둘레가 얼마인지를 측량했다.

소문을 들은 방물장수 아낙이 황망히 달려와 놀란 낯으로 더듬거렸다.

“원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이 분은 다섯 달 전 소인이 이 댁 도련님에게 소개를 해주었답니다. 얘기가 잘 돼 혼인을 했는데 오늘날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줄 어찌 알았습니까.”

다른 장소로 방물장수 아낙을 데려간 뒤, 장율하는 검안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검안을 통해 다인(多仁)이 사체를 어느 측면에서 보고 있는지를 물었다.

“주변 여건을 세세히 살폈으니 종합적인 결론을 내리거라. 사체가 걸린 정황이 어떻다 생각하느냐?”

“소인이 보기엔 조액사(弔縊死) 냄새가 납니다.”

조액이란 사람을 죽인 후 자살한 것처럼 조작한 것을 말한다. 그것은 목을 매단 위치 때문이었다. 흔적(액흔)도 두 군데였지만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했다.

다인이 조액사라고 심증을 굳힌 것은 자신이 막대기로 끈을 두드렸을 때 느슨하게 늘어졌다는 점이다. 줄이 팽팽하다면 당연히 목을 매단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느슨하게 늘어졌고, 주위에 흩어진 모양들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순식간에 흩트려 놓은 흔적이 두드러진 점이다. 이것은 예전의 흔적이 움직이게 돼 두 군데 이상이 나타난다. 다인은 자신이 검험한 것을 종합적으로 내놓았다.

“사체엔 특별한 외상은 남아있지 않고, 몸을 움직일 때 부딪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몇 군데 있습니다. 소인이 영초(永草)를 초에 담가 사체에 바르고 감초즙으로 닦아냈으나 상흔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목을 매달 때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의 흔적은 몇 가닥으로 나타납니다.

이로 보아 이 여인은 스스로 목을 매단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죽임을 당한 뒤 목을 매단 것으로 위장돼 대들보에 걸린 것입니다. 특이한 것은 사체는 이를 악물었으며 뭔가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는데 소인이 손을 펴 보니 안에서 나온 건 자신의 옷고름이었습니다.”

왜 죽은 자가 옷고름을 쥐고 있었는지는 규명하지 못했지만 다인은 전체적인 상황만 시장(屍帳)에 옮기고 물러났다. 붉은색 갑사엔 ‘희(囍)’라는 글자가 하얗게 무늬져 있었다. 뒤늦게 주변 정황을 살피던 정문원 순검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제가 주변을 탐문한 결과 죽은 여인은 ‘병화(竝花)’라는 이름의 처녀로 시집오기 전까지 일종의 기생 양성소인 무도교습소에 몸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것이 드러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입니다.”

병화가 시집가기 전 자신을 거들어 준 무용교습소 기생어미에게 보낸 서찰을 예로 들었다.

<···어머니에게 드리는 이런 글이 무슨 소용있겠습니까만, 제가 몸담은 곳이 춤 추고 노래하고 때가 되면 불러주는 사내와 술 마시고 때론 잠자리 시중까지 들어야할 처지니 지금에 와서 곤욕을 치른다고 달리 무슨 할 말 있겠습니까. 춤을 추는 자는 마음이 선해 모든 일에 즐거움만 따른다는 어머님 말씀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데 누군가 저를 자꾸만 흔드는 것 같아 세상 살아갈 자신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