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여인의 속옷을 풀어헤치고 두서없이 이곳 저곳을 만져갔다. 요 몇 달 방사의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마씨처럼 피부가 팽팽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예불을 드리고 싶어 필요 이상으로 입술을 은밀한 곳에 가져가 입맞춤했다.

“아이, 죽겠어! 정말 죽겠어!”

마씨가 태현의 몸에 밀착시킨 게 잠깐인가 싶은데 ‘어, 어!’ 소리치며 제1막이 끝나고 말았다. 뭐야? 이게 뭐야? 도사라는 이놈도 말라비틀어진 무말랭이야?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매에 어리는 찬바람을 느끼며 마씨가 키잉 콧방귀를 뀌는데, 태현은 ‘본론은 이제부터’라는 듯 다시 몸을 움직였다.

사실 사내라는 게 그렇다. 혼인하여 마누라를 곁에 둔 것도 아니고 남들이 보면 도를 닦는다는 구실이 있으니 매양 그런 흉내를 내고 있지만, 가끔은 감나무 밑에 누웠을 때 얼굴 근처로 홍시가 떨어질 때가 있듯 방사의 행운이 찾아들기 마련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 태현은 그 나름의 작전을 짜놓았다. 이른바 ‘토끼’ ‘원숭이’ ‘뱀’이라는 동물의 습성을 딴 수법이었다. 이를테면 ‘토끼’는 일단 여인네의 문을 열어젖히는 수법으로 대개 7분을 넘기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상대하는 여인이 ‘이게 뭐야?’ 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원숭이가 나무에 찰싹 달라붙어 옹알거리는 모습인 ‘음원포수(吟猿抱樹)’로 들어갔다. 이것은 여인의 몸을 번쩍 들어 자신의 넓적다리 위에 올리고 일을 치르는 기법이었다. 이런 포즈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십자(+)걸기를 즐기는 뱀의 교미 포즈로 들어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원숭이가 재롱 떠는 포즈 하나만으로 꺼뻑 녹아버린다.

그래서 태현은 그 나름의 비술이라 여겨 지금껏 애용해 오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나 이젠 몸에 후끈 달아 흥분이라는 담요를 한 장 내려놓았을 뿐인데, 실로 오랜만에 ‘정상에서 만납시다’를 한 탓인지 두 사람의 정신은 흥분 속에 가물가물해졌다.

사흘 밤낮 두 사람은 지칠 줄 모르는 전투에 열중했다. 저녁 나절 아랫마을에서 음식을 가져온 난쟁이 청년 소씨(蘇氏)가 가져온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때 외엔 줄기차게 서로의 몸을 껴안고 뒹굴었다. 방안에 들어온 난쟁이 청년이 벌거벗은 남녀에게 장난을 쳐댔지만 마씨는 조금도 싫증내는 눈치가 아니었다. 일단 붙었다 하면 반드시 화살을 맞아야 그만 두었으므로 방사의 요란함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그런데 모를 것은 여자의 마음이었다. 소씨는 유난히 손장난이 심했다. 이러한 손장난에 마씨가 빠져든 것이다. 태현이 깊은 잠에 떨어지면 그녀는 소씨의 손장난에 몸을 맡기고 진저리치며 몸을 뒤틀었다. 물론 상대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태현이 첫 번째였지만 왠지 난쟁이 소씨에게 정이 쏠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날은 두 마리 제비가 한 둥지에서 몸을 튼다는 ‘연동심(燕同心)’이란 체위를 시험할 때였다. 그런데 뒤늦게 나타난 소씨가 이런 때엔 ‘묘서동혈(猫鼠同穴)’이란 체위가 좋을 것이라고 끼어들었다. 이것은 ‘고양이와 쥐가 한 동굴에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소씨가 끼어들 기회를 노린 수법이었다.

태현은 벌컥 소릴 질렀다. 이젠 자신들이 있는 곳에 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소씨가 말을 듣지 않으므로 태현은 한순간 단검으로 찔러 죽이고 말았다. 마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처음엔 쾌락에 눈이 멀어 이런 경황이 없었지만 생각지 않은 일이 닥치자 눈앞이 캄캄했다. 태현이 술을 마시고 단잠에 떨어진 틈을 타 도망치려 하자, 잠든 줄 알았던 그가 깨어났다.

“이봐, 나를 두고 가면 어떻게 해. 아무리 오다가다 만났지만 일이 이 지경이면 죽고 사는 것도 함께 해야 되잖아. 안 그래?”

자신이 잠들었을 때 마씨가 도망칠 것을 예상하고 마씨와 자신의 다리를 가는 명주실로 연결해 놓은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일단 난쟁이 소씨의 주검부터 치우는 게 급선무였다.

그녀가 처음 태현에게 몸을 허락했을 때는 죽어도 육씨에게 돌아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이런 일이 들통 나지 않고 육씨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곳 도관에 사람이 없으면 그가 죽었는지 아니면 어디 먼 곳으로 떠났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 떠날 때 본 사람이라도 있으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고 시일이 지나면 살해당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 태현과 다시 하룻밤을 지내자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 이렇게 합시다. 난쟁이 소씨의 시신을 이곳에 둘 수 없으니 오늘 밤이라도 한양으로 옮깁시다. 내가 들으니 당신네들은 죽은 자를 운구하는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가 있다던데 어렵지 않겠지요?”

“그거야 대수로운 일이오. 죽어 있는 몸뚱이 옮기는데 방법이 많지. 한데, 소씨의 시신을 한양으로 옮겨 어쩌자는 거요?”

“시신을 내가 살던 육씨의 집에 갖다 놓으면, 아침이면 그것이 발견될 게고 그리하면 남편 육씨는 관아에 잡혀갈 게 아니오. 일이 잘 되어 살인자라고 뒤집어씌우면 그 다음은 증거가 없으니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어요. 할 수 있겠어요?”

태현이 동의했다. 어차피 일이 이 모양이면 방법은 한 가지였다. 좋은 방법이라 찬성한다기보다 당장에 조여올 올가미를 벗어날 수 있어 택한 방법이었다.

하루 동안 시신을 옮기고 그 다음날 도착한 태현은 시신을 육씨의 집 뒤뜰에 옮겨놓았다. 다음날 친정에서 돌아온 것처럼 꾸미고 집에 당도한 마씨는 뒤뜰로 돌아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삽시간에 주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녀는 몽롱한 눈길로 헛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어느 놈이 이런 짓을 한 거야? 나 없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한 걸 보면 남편에게 원한이 있는 게 분명해. 그런다고 남의 집에 시체를 옮겨놓다니.”

그러나 욕을 퍼부어야 할 육씨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마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일은 즉시 경위원에 알려져 출장간 장율하를 대신하여 정문원이 현장에 나섰다. 죽은 자가 자신의 제자라는 태현을 불러들여 일단 그의 말부터 들어보았다.

“나는 사람들의 원한 관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다만, 빈도가 도관에 거둬들인 소승사(蘇昇斯;난쟁이의 속세 이름)의 아버지가 죽기 전 기름장사를 하는 육씨에게 쌀 3백 가마니 가격을 맡겨놓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소승사는 난쟁이인 터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애꿎게 세월만 죽였습니다. 얼마 전 그 아이가 육씨를 찾아가 빌려준 돈을 받아오겠다고 나갔습니다만 지금까지 돌아오질 않았습니다. 빈도가 한양에 탁발을 나왔다가 우연히 이 근방을 지나던 중 젊은이의 주검이 있다는 말에 잠시 들렸더니 이렇듯 변을 당한 모양새로 죽어 있었습니다.

그 동안 소승사는 몇 번이나 소씨 집에 간 모양입니다만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오더니 이번엔 돈을 주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 했는데 이렇듯 변을 당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