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한양 땅에 육씨(陸氏) 성을 쓰는 사내를 남편으로 둔 계집이 있었다. 어여쁘고 곱상한 면이 있었지만 눈꼬리에 박힌 점이 요염하다는, 근처를 지나가는 땡중의 귓속말에 힘을 얻어서인지 날마다 문간으로 나가 살랑살랑 게 웃음을 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남편에게 문제가 있을 때가 많다. 십여년 기름장사를 하여 재물을 모았지만 문제는 잠자리 송사였다. 가게에 나가 처음 본 여인들과 기름 흥정을 할 때엔 여간 매끄러운 육씨였지만 일단 집에 돌아와 침대 위에 올라가면 처음부터 주눅이 들어 방향감각을 상실했다.

“이거봐요. 그곳이 아니라니까요. 그것참,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당신 책도 안 읽어봤어요. 뭐라고요? 지금 당신 더러 <논어> 얘길 하라고 했어요? 어떤 놈이 제 계집의 배 위에 올라가 논어를 왼답니까?”

처지가 이 모양이니 그의 아내 마씨(馬氏)는 밤마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훈련시키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당신이 밑으로 가요. 아무래도 내가 등산을 해야겠어요. 그래요, 그렇게 해요. 어머머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내가 이쪽으로 힘을 주면 당신이 흔들어야잖아요. 정말 왜 이러실까! 에이 시시해. 당신 말이야. 보기완 달리 어째 달고 다니는 건 토끼 잠지야!”

마씨는 사정없이 남편을 차 버렸다. 이로부터 육씨는 일주일 동안 아내 곁에 가질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얼근히 취해 점심 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그답지 않게 거드름을 피운 것은 뜻밖에 방사에 효과가 있다는 비싼 단약을 복용한 탓이었다. 정오가 되기 전,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도사풍(道士風)의 중년 사내가 기름진 흥정을 걸어왔다.

“보아하니 주인장께서는 집에서 구박을 받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내게 아주 좋은 약재가 있는데 쌀 한 가마니 값만 치르고 복용해 보시지요. 이 단약은 ‘독계산(禿鷄散)’의 열 배는 될 것입니다.”

“독계산?”

“아니 주인장은 그런 약에 대한 이름도 들어보지 않았습니까. 이건 시중에서 파는 게 아니고 저처럼 도력(道力)이나 있는 자가 조제해야 힘을 쓰지요. 내가 아무리 도를 닦았다지만 주인장과 똑같은 사냅니다. 그러니 증세를 말해 보세요. 단숨에 그걸 고쳐드리겠습니다.”

육가는 가까운 술집으로 사내를 데려가 자신의 근황을 시시콜콜 까발렸다.

“내 나이 벌써 서른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워낙 고생을 한 탓에 남들이 보기엔 사십 어림으로 생각합니다. 그런가하면 어떤 자는 나를 아예 중 늙은이 취급을 한다니까요. 그러니 가게에 나온 아내 보기가 민망스럽습니다. 사실 남들이 보기엔 아내가 아니라 워낙 젊어 보이니 첩이라고 생각들을 합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쨌건, 넉 달 전에 소개를 받아 장가를 갔습니다만, 어찌된 셈인지 혼인을 하고부터 내 기계가 녹이 슬었지 뭡니까.”

“녹이 슬어요?”

“집사람과 벌이는 밤 공사가 잘 안 된다 그 말입니다. 며칠 전에도 온갖 수모를 받고 쫓겨났지 뭡니까. 이젠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해요. 그러니 매사에 의욕이 없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조금도 걱정 말라니까요.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주인장께선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바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내 전공과목이자 특깁니다. 우리가 잘 만났습니다. 이젠 아무 걱정 마십시오. 주인장께서 마음이 심란해 지실지 모르지만 일단은 상담이란 걸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상담?”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 약이라는 건 아무리 좋아도 상대방에 따라 적재적소에 써야 효력을 나타내는 거고 또 효험을 볼 수 있습니다. 불편한 증세를 쫘악 읊으시면 내가 거기에 맞는 단약을 드리겠습니다.”

“저기···, 내 생각엔 조금 전 말씀하신 그 ‘독계산’인가 뭔가 하는 약의 열 배나 나간다는 단약이 있다했잖습니까?”

“아, 있지요. 있고 말고요. 어떤 약은 냄새만 풍기지 전혀 효과가 없는 게 많아요. 그러나 ‘열배 독계산’의 성능은 다르죠. 아암, 다르고 말고요.

이 단약은 저 멀리 중국이란 나라의 촉군(蜀郡)이란 곳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 지방의 태수에 여경대(呂敬大)란 분이 있었어요. 나이가 일흔이었지만 정무를 본 데엔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근력이 차고 넘쳤던 모양입니다. 어느덧 나이 칠십이니 그와 동문수학한 친구들은 이미 저승객이 됐거나 병마로 고생이 심했지요. 그러나 여경대만은 성력(性力)이 시들지 않고 오히려 ‘벌떡 벌떡’이었지 뭡니까?”

“벌떡 벌떡?”

“아하하하, 그렇습니다. 새벽이면 가만있질 못하고 기력이 차올라 가만있어도 움직이는 모양이 그런 정도였던 모양입니다. 여경대 태수가 뭘 먹었는지 모르지만 그 나이에 어찌나 색을 밝혔는지 그 분의 아내가 그만 앉은뱅이가 됐다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