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경위원으로 몰려든 유지들은 이번 일이 옳지 않음을 따지고 들었다. 많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고 가정의 평안을 가져오는 자식을 점지시키는 영험한 공덕암의 주지인데 상을 못 줄망정 이렇게 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관문이 열릴 시각이 되자 장율하는 세 비구니를 밖으로 끌어낸 후 주위를 향해 추상같은 명을 날렸다.

“여긴 경위원이다! 이곳에선 옳고 그름만 따질 뿐, 타협은 없다. 어느 누구든 본관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취조를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경위원 지하 뇌옥에 쳐넣어라! 또한 본관의 명이 있었는데도 말이 많거든 지니고 있는 박달나무 몽둥이로 그 자의 입을 부숴 말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하라!”

이렇게 으름장을 놓으니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었다. 다시 장율하의 명이 떨어졌다.

“비구니들을 끌어내 그들의 아랫도리를 발가벗기고 사타구니에 참기름을 발라라!”

관원들은 힘차게 대답하여 비구니들을 끌어냈다. 그리곤 관매파가 보는 앞에서 그들의 사타구니에 참기름을 발랐다. 여전히 입가에 비웃음을 띤 주지는 순검들이 한쪽에서 살이 오동통하게 오른 똥개를 끌어오자 낯빛이 해쓱해졌다. 더구나 그 개가 주지의 사타구니에 칠한 기름을 핥자 낯빛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더니 끄응 소리와 함께 무언가 불쑥 튀어나왔다.

“에그머니나!”

뱃속에 감춘 남근이었다. 관매파는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내들의 잠지를 보아왔어도 이토록 엄청난 것은 처음이었다. 사지를 묶고 주리를 틀자 주지는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시생은 서커스단의 단원으로 잡역을 맡은 배우였습니다. 지금은 쭈그렁바가지지만 한때는 어느 미인이라도 나의 용모를 시샘할 정도로 얼굴이 잘 생겼었습지요. 그러다 보니 국극(國劇)을 하더라도 내가 맡은 것은 항상 여인네 역이었지요.”

장율하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내가 그걸 물었느냐! 네가 어떻게 남근을 뱃속에 집어넣었는지 그것부터 말하라!”

“예에, 그러고말굽쇼. 소인은 태어날 때부터 두 물건을 가지고 세상에 나왔습지요. 너무 희한한 일이라 어미는 들짐승이 많은 곳에 나를 버렸습니다. 소인이 다 죽게 되었을 때 그곳 어디에서 도를 닦던 스님 한 분이 나를 발견하고 목숨을 부지시켜 주었답니다.”

그 다음은 이런 얘기였다. 스님을 따라 생활하던 중 점점 나이가 들자 혜인은 자신의 튀어나온 물건을 안으로 집어넣으려 안간힘 썼다. 처음엔 들어가지 않던 것이 점차 안으로 조금씩 들어갔다. 이렇게 되풀이하는 것을 본 스님은 한숨을 몰아쉬며 호흡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 방법이 너의 명줄을 자르게 만들지 모르겠다만 아무리 보아도 안타까운 일이라 가르쳐 주겠다. 그러나 무엇이건 좋지 않은 일에 사용하면 그 끝이 상서롭지 못함을 너는 알 것이다. 부디 사도(邪道)에 빠지지 않도록 해라.”

그로부터 세 해가 지났다. 나이 많은 스님이 세상을 떠나자 주검을 화장한 후 그곳을 떠나 어느 서커스단의 잡역 배우로 들어갔다. 항상 맡은 역은 여인네 역이었다. 일은 고달팠지만 일과가 끝나면 술집 창부들을 찾아가는 것이 정해진 일이어서 차츰 간덩이가 부풀었다. 급기야 여염집의 부인이나 처녀들을 건드려 범죄자로 쫓기게 된 것이다.

그가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다 공덕암 쪽으로 향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길거리에서 혜진(惠眞) 스님을 만나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색욕이 아지랑이처럼 일어났다.

‘참으로 잘 생긴 계집이다. 어차피 이 길로 들어섰으니 저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혜인은 스님이 공덕암에 있다는 것을 알고 며칠 후 여인으로 변장한 채 찾아갔다. 배우 출신답게 말 재간이 좋은 혜인은 이런 저런 얘기로 밤새 얘기를 나누다 새벽녘에 혜진을 덮쳤다. 처음엔 죽기를 각오하고 반항했을 터이지만 혜인과 불미스러운 장난에 휩쓸리자 그녀 스스로 혜명(惠明) 사매를 제삿밥으로 내놓았다.

장율하는 혜인의 자백에 의해 판결문을 썼다. 혜인은 당연히 능지처참하고 혜진과 혜명은 5년을 구형했다. 어차피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공덕암에 머무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형기를 마치면 관매파로 하여금 두 비구니를 거둬들여 적당한 사내에게 출가시키라고 배려해 주었다. 장율하의 판결문이 자못 흥미롭다.

<···아무리 욕심이 많기로서니 스님으로 변장해 샘을 찾아 나선 것은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샘을 찾는 욕심의 불길에 기름을 뿌리고 냄새나는 버들가지를 씻어 그것을 멋대로 휘두르며 붉은 토끼를 타는 것은 차마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버들가지로 가는 버들을 치는 장소가 사문(沙門)임을 볼 때 그 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붉은 토끼란 여인네의 성숙한 음문을 가리킨다. 그 후 세상 사람들은 혜인을 웅니(雄尼)라 부리게 되었다. ‘남자 여승’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혜인이 죽은 그 해 추석이 오자 수많은 가정에서 색동저고리를 입은 아이들을 문밖에 내놨다는 점이다. 참으로 모를 일 중의 하나인 ‘아이고나무 타불’이었다. <6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