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오도인은 그것을 ‘현기증 나는 기술’이라 귀띔했다.

대한제국 초기에는 산속이나 골방에 숨은 재주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는데 대부분 선도식 방중술이었다. 이것은 자신이 열락이나 쾌감에 빠지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고 자신은 뜬구름을 타고 장수를 누릴 수 있다는 애매한 이론을 앞세웠다. 그러므로 선도에서 말하는 ‘정액(精液)’은 정력이 물질화된 것 밖에는 다른 의미가 없다고 믿었다. 즉, 사람의 몸에 있는 힘(氣)의 찌꺼기가 남녀의 방사에 의해 방출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이 시대 사람들이라고 모두 여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교접을 하되 배출을 말라!’는 것은 몸 안에 고인 쓰레기가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연소하여 뿜어대는 독소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다리 쪽 힘이 약화된다는 경고 내용이 있었다.

이같은 상황은 심장의 기능이 현저하게 약화되므로 항상 두근거리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입언저리엔 타액이 흘러 번들거린다. 그러므로 선도식 방중술은 위험하다는 주장을 서슴치 않는다. 일단 남녀가 방사라는 운동에 들어가면 몸에 고인 찌꺼기는 배출시켜야 마땅하다.

이날 무오도인은 선도식 행법을 구사했다. 본래 방사라는 것은 남녀가 교합하면 상대적으로 흥분하게 되고 여자는 사내에게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몸의 세포는 늘어나고 정신력 또한 왕성하여 흥분은 가속화된다. 어디 그뿐인가. 마음은 설레고 육체 또한 활력을 갖게 돼 쾌감에 따르는 액체가 방출된다.

무오도인은 상하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몸에 쾌감이 찾아들면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몸을 요동시켰다. 그가 자신있게 ‘현기증 나는 기술’이라 한 것은 도가에 전해오는 삼공술(三功術) 때문이었다. 이 수법은 일반인들이 쓰는 경우 단 한번만으로 정신이 아뜩해져 버린다. 그것을 도인들은 ‘일공(一功)’이라 불렀다. 그렇게 보면 이곳 ‘공덕암’이란 칭호도 여기에서 기인되었음이 분명해 보였다.

도가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삼공술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식(仙食)으로 몸을 다독거릴 줄 알아야 한다. 봄에는 율무를 갈아 죽을 쑤어 먹는 의이인(薏苡仁)을 만들고, 여름에는 녹두를 갈아 만든 낙안(落雁)을, 가을에는 연꽃 열매인 연육(蓮肉)을, 겨울엔 땅콩이라 부르는 낙화생(落花生)을 상식한다. 이것들을 복용하여 몸을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약간의 시각이 지체되면서 상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자 무오 도인은 사르르 눈을 감았다. 마음 저 깊은 곳에 심어진 불씨에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와 화기를 일으키게 하려는 몸짓이었다. 삼공술을 쓴다는 것은 마음 깊숙이 가라앉은 욕정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상대에 대한 호의적인 느낌을 마음판에 새기는 것을 의미한다.

무오 도인은 상대의 하복부 쪽으로 손을 가져가더니 물 위를 미끄러져 가는 동풍처럼 허벅지 안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침입에 놀라서인지 향아는 두 다리를 바짝 붙이고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무오 도인의 손길은 물고기가 유영하듯 익숙하게 밀고 들어갔다. 따스한 물줄기가 몸을 적신 탓에 향아의 몸이 꿈틀거렸다.

도인의 손길은 비벼대듯 매만지다가 슬그머니 젖가슴 부위인 전중(顫中)으로 이동시켰다. 그런 다음 자신의 불칼을 종횡으로 휘두르며 계곡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불칼에 힘을 주지 않은 채 단전으로 내기를 몰아갔다. 순식간에 단전 일대가 뜸을 놓듯 화끈거리자 뒤끓는 내기를 회음으로 끌어내렸다.

내기의 흐름이 꽁무니뼈에서 협척과 옥침을 지나게 한 후 호흡을 가지런히 하여 이환(泥丸)에 머무르게 했다. 이곳은 인체에서 가장 높은 곳이므로 양기는 앞길을 타고 인당(印堂;양쪽 눈썹 사이)과 전중을 지나 단전에까지 내려온다. 여기까지 과정을 ‘음부(陰符)’라 부른다.

남녀의 방사는 쾌락이라는 답안을 찾아내면 그만이지만 무오 도인이 쓰는 비술은 상대의 몸에서 내기를 뽑아낸 후 그것을 다시 두 배 또는 세 배로 되돌려 주어 방사의 시간을 연장시키는 것이 특기였다. 그런 탓에 ‘음부’에 이르자 무오는 혀를 내밀어 여인의 후골 부위를 혀끝으로 찍듯이 훑어가며 하복부를 움직였다.

이렇게 되면 들숨과 날숨이 자연히 흐르게 되어 양기가 되돌려지는데 이때 단전에 머물게 하는 것을 ‘봉고(封固)’라 한다. 이때가 되면 양기는 하얀색을 띠는데 방중술에 뛰어난 사람일수록 이러한 기를 몸 안에 흡수하여 저장시키는 ‘채약(採藥)’에 능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지나가는 동안 여인은 자기도 모르게 파정하기 마련이어서 온몸은 데쳐진 파김치처럼 늘어지기 마련이다. 한동안 향아의 배 위에서 해엄 치며 노닐던 무오스님이 속삭였다.

“이제 조금 있으면 금강도인이 찾아올 거야. 그 사람은 힘이 넘치는 장사인 데다 무엇이건 자신이 뜻한 대로 되어야 그치는 도인이거든. 자넨 그 도인이 하는 대로 가만 있으면 되네. 알겠는가?”

무오도인은 실웃음을 입가에 뿌리며 단상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대략 한 식경이나 지났을까. 단상 아래가 삐꺽이며 맨들맨들한 머리가 나타났다.

“헤헤헤, 나는 금강도인이야. 네가 아이를 점지 받으러 왔으니 원한다면 쌍둥이라도 줄 수 있다. 듣자하니 네 밭에 씨를 뿌리면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도인들의 평이 있으니 내가 금방 올라가 즐거움을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