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 운기술(運氣術)을 쓰다

불길은 자연스럽게 사내의 몸을 타고 여인의 내부로 전해지더니 다시 회돌이 치며 오관으로 열기를 쏟아내 주었다. 칠성도인은 측면으로 몸을 튼 채 하복부의 한 지점을 향해 강하게 비틀거나 누르면서 토닥거렸다.

“나의 이 수법은 운기술이라 하지. 누구나 나를 상대하면 세 번은 죽었다 살아나거든. 저기 말이야. 내가 이 수법을 쓸 테니까, 네가 자식을 점지 받으면 명절엔 반드시 일곱 색깔로 수를 놓은 옷을 입히라구. 색동저고리 말이야. 그 저고리를 입고 있는 걸 보면 내가 대단히 자부심이 생긴단 말이야. 그래 줄 수 있겠지?”

칠성도인으로 자처하는 사내는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그가 쓰는 운기술은 일종의 태식법(胎息法)이었다.

이것은 호흡이다. 들숨은 가늘고 길게 들이마셨다가 날숨 때엔 분량을 짧게 하여 내쉬는 것으로 날숨 때 기운을 축적시켜 여인의 몸 안에 들어간 사내의 심벌을 최대한 팽창시키는 고도의 테크닉이었다.

호흡을 선도에선 ‘풍(風)’이라 한다. 이것은 불이 바람을 타고 세차게 너울거리듯 호흡 조절 역시 ‘의념’이라 부르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에서 마음의 상태인 의념은 ‘화(火)’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호흡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음풍(陰風)과 양풍(陽風)이다. 음풍은 코를 통해 밖으로 내쉬는 호흡이고 양풍은 코에서 폐까지의 호흡이다. 이러한 호흡은 대개 문식(文息)과 무식(武息)으로 나뉜다.

그런가하면 마음의 상태인 의념도 문화(文火)와 무화(武火)로 나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문’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하는 것이고, ‘무’는 의식하는 상태에서 행하는 걸 뜻한다. 이렇게 보면 문식과 무식의 호흡은 의식을 하는 상태인가, 그렇지 않는가 하는 점이 다를 뿐으로 무식 호흡엔 세 가지가 있다.

첫째가 호흡등장(呼吸等長)이다. 선도일반에서 주장하는 비교적 간단한 호흡법으로 들숨과 날숨의 길이를 같게 하여 숨 쉬는 걸 말한다. 들이마실 때 하나에서 일곱까지를 셈하였다면 내쉴 때에도 하나에서 일곱까지를 셈하여 내쉬는 호흡법이다.

둘째가 호단흡장(呼短吸長)으로, 이 호흡법은 들숨은 길게 하고 날숨은 짧게 한다. 하나에서 열까지를 셈할 동안 들이마시고, 하나에서 다섯까지 헤아릴 동안 내쉬는 호흡이다.

셋째는 호장흡단(呼長吸短)으로, 이 호흡법은 두 번째 호흡법의 반대로 생각하면 무난하다. 하나에서 다섯까지 셈하며 들이마셨다가, 하나에서 열까지를 셈하며 내쉬는 호흡법이다.

그렇다면 도가의 ‘운기술’은 앞의 셋 중에 속하는가? 그건 아니다. 운기술은 호흡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통해 ‘기(氣)의 흐름’을 조정하여 방사에 응용하는 기술로 선도에선 ‘토납도인(吐納導引)’이라 한다.

기를 몸 안 구석구석에 이르게 하여 부족한 내기를 북돋우거나 약해진 양기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꾀하는데, 이러한 운기술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것은 숨을 들이쉴 때엔 코로, 내쉴 때엔 반드시 입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안의 많은 여인들이 공덕암에서 체험한 운기술은 특별한 도가의 법술이라고 보긴 어려웠고, 일정한 훈련에 의해 체득(體得)한 것이었다. 그것을 잠깐 들여다보면 이런 내용이다.

첫째, 아주 편안한 자세로 누워 양손을 넓적다리 위에 힘을 빼고 올려놓는다.

둘째, 자리에 누운 모습은 평상시처럼 편안한 자세를 취하되 머리엔 평소 쓰던 베개를 사용한다.

셋째, 시선은 완전히 감는 것이 아니라 실눈을 뜨고 보는 모습을 취한다. 이를테면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듯한 모습을 취한다.

넷째, 처음에는 보통으로 들숨과 날숨을 쉬면서 모든 의식을 단전에 집중시킨다. 이때는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손가락을 단전 아래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다섯째, 호흡은 입을 다문채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코로부터 천천히 들이쉬는 것이 좋다. 물론 소리를 내는 것은 좋지 않다. 가슴이 확장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점차 단전이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도록 노력한다. 이때 단전호흡법을 사용한다.

여섯째, 단전이 적당히 부풀어 오르면 그 다음엔 천천히 코로 숨 쉰다. 이때 혀는 아래로 붙이고 들숨과 날숨을 한 호흡으로 본다.

일곱째, 이러한 호흡은 이각(二刻;30분) 정도를 하는 게 원칙이다. 이렇게 반복함으로써 코에서 인후를 지나 가슴과 배꼽을 경유한 기가 단전에 집중한다. 날숨 때에는 반대 경로를 따라 숨을 내쉬는데 이것이 자연스러운 ‘기의 흐름’이다.

운기술은 이러한 기의 흐름을 방사 중에 사용하는 것으로 중국 여인들은 자궁의 수축력이 좋아 제왕을 사로잡는 ‘행기술(行氣術)’을 사용했었다. 사내가 이 방법을 쓰는 것은 ‘기의 흐름’이 방중행위에 쓰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잔잔한 기가 몸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향아는 온몸이 뜨거운 열기에 빠진 듯한 느낌이 일어났다. 그러한 느낌은 곧 칠성도인이라는 사내가 움직이는 행법에 따라 어디론가 한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불길은 회음(會陰;음부와 항문 사이)까지 내려가더니 서서히 등을 타고 상승했다. 뜨거운 불길로 변한 내기가 미려(尾閭) · 협척(夾脊) · 옥침(玉枕)을 지나 이환(泥丸)까지 치솟자 칠성도인은 계속 몸을 좌우로 흔들며 못질해 대더니 꼬리를 달았다.

“나는 너에게 아이를 점지하기 위해 왔다만, 조금 있으면 금강도인(金剛道人)이 올 것이다. 그 도인은 방중술에 능해 너처럼 멀거니 맞이했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어디 그뿐이랴. 금강도인이 물러가면 무오도인(無悟道人)이 올 것이니 그를 맞이하려면 이 단약(丹藥)을 먹어야 한다. 자 얼른 삼켜라.”

칠성도인은 상대가 머뭇거릴 틈도 없이 향아의 입에 알약을 찔러넣고 단상 밑 비밀통로로 빠져나갔다. 잠깐 사이를 두고 사내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헤헤헤, 나는 무오도인이다. 오늘은 금강도인이 잠시 볼 일이 있어 내가 먼저 왔다. 그래, 칠성도인이 너에게 무엇을 점지했느냐? 아들이냐, 딸이냐?”

상대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무오도인은 재빨리 향아 옆을 파고들며 목소리를 깔았다.

“그래, 이곳에 와 보니 기분이 어떠냐?”

몸이 약간 들뜬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향아의 정신만은 또렷했다. 말투가 약간 다른 듯했으나 조금 전의 칠성도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가 보기엔 조금 전 칠성도인과 지금의 금강도인은 같은 사람이 아닙니까? 내가 보기엔 그런 것 같은데요.”

“오호, 그걸 알아보다니 대단한 촉각(觸覺)이구나. 네 말이 맞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무엇을 하기 위해선 단계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단계 중에 방중술이라는 것은 남녀 간의 비사(秘事)라지만, 그것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일종의 체조와 같은 것이지. 이것 봐, 글을 잘 쓰기 위해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원칙을 지켜야 하듯 방중술에도 그런 원칙이 있는 거야.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