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옥벽술(玉璧術)이었다. 이것은 지소태후의 거처에 연못을 파고 연꽃을 심게 한 티베트의 승려 연화사(蓮花師)가 가르친 조루(早漏)에 대한 처방이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의 스승은 연꽃 속에서 태어났기에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사양했지만 지소태후가 신라왕실에 왕비로 군림할 때 인연을 가진 연화사는 조루에 대한 비방을 왕실에 던져놓았다.
“마마의 간절한 청이 있기로 소승이 비방을 전하겠습니다. 사내가 혈기왕성하면 정기(精氣)가 충분히 차오르니 옥경은 당연히 열기를 띠기 마련이며 정액은 진하게 엉켜 있습니다. 허나 어떤 이유로든 기력이 쇠퇴하면 정액의 농도는 묽어지기 마련이니 이것은 몸에 이상이 있다는 징훕니다. 좋은 아내란, 사내 몸에서 흐르는 땀으로 남편의 건강을 식별하듯 마마께선 방사를 나누는 상대의 정액으로 건강을 알아내야 합니다.”
연화사가 가르친 것은 오감(五感)에 대한 증상과 처방법이었다. 그 첫째가 정액이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경우다. 이것은 진흥왕의 경우에 해당되는데 가장 큰 원인은 정신적 상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둘째는 정액의 농도가 묽고 양이 적다. 그 이유는 육체적 상해가 있다는 것이며 셋째는 정액에서 보통 때와는 다르게 냄새가 나는 것은 근육이 고장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 네 번째는 정액이 나오기는 하되 사출능력(射出能力)이 없는 것은 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며 다섯째는 정력이 쇠퇴하여 발기하지 않을 때는 몸 전체의 장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증세가 오는 것은 반드시 기력이 허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게 아니다. 엄밀히 말해 자신의 성행위를 수정하면 얼마든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감의 증상이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차분하게 상대방과 사랑의 밀어를 나누지 않고 성급하게 진입하여 사정(射精)하기 때문에 일어난 폐해다. 이러한 증세를 치유하는 방법으론 여인과 성행위시에 자신의 의지를 억제시키고 사정하지 않는 게 좋은 치료법이다. 연화사는 신라 조정의 중신들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남녀는 때가 되면 혼인하고 교접하게 돼 후사를 잇게 됩니다. 그러나 교합할 때 눈을 뜨고 상대의 자태를 감상한다거나 춘화(春畵) 같은 걸 오랫동안 생각하며 음양을 나누면 어지럼 증세가 일어나 청맹과니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사랑을 나눌 때엔 눈을 감는 게 좋습니다. 체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상대를 껴안고 배 위에 올려놓고 아래로부터 허리에 힘을 주어 들어올리면 허리에 통증이 일어나 고생하거나 아랫배 장(腸)의 근육이 땅기기도 합니다. 이것은 두 다리가 굽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에는 바르게 엎드려 차분히 진행해 나가는 게 바른 법이다. 옆으로 누워 측면으로 상대를 보며 손으로 상대의 엉덩이를 들어 올리면 옆구리에 통증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도 굳이 고약한 체위를 강행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질환이 찾아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진흥왕은 어렸을 때 보위에 올라 지소태후 눈치를 보았기 때문에 모든 게 자유스러울 리가 없었다. 그가 아는 어머니는 색사에 관해서는 보다 진취적이고 듬직한 걸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이사부(異斯夫)를 불러들여 과감히 씨를 받아 세종 전군을 생산한 것은 여장부다운 기개라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나약한 진흥왕보다 세종 전군에게 정을 주는 일이 많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약간의 섭섭함이 진흥왕에게 있었으나 그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라 생각하고 지금껏 모르는 척 지내왔었다. 그런데 사도왕후와의 잠자리에서 새로운 힘을 발견한 것이다.
티베트에서 온 연화사(蓮花師)가 세종 전군에게 도움을 준 옥벽술(玉璧術)의 비밀을 미실이 왕후에게 전한 것이다. 밀교의 상위교전엔 사내의 고환을 신령스럽게 생각하여 영사란(靈蛇卵)이라 했다. ‘신령스러운 뱀의 알’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신령스러운 뱀’은 무언가. 바로 사내의 심벌이다. 연화사는 이 점에 착안해 뱀이 편히 쉴 수 있는 방법으로 ‘옥벽’을 내놓았다. 이것은 한 마리의 뱀이 쉰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르게는 ‘조루(早漏)’에 대한 초보단계의 처방이었다.
본시 여인들이 몸에 두르는 가느다란 목걸이는 사내의 사정을 억제시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여인과 색사를 나누던 중에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여인은 자신의 몸에 두른 목걸이로 사내의 심벌을 친친 감아 사정을 억제시켰다. 이날 진흥왕은 왕비가 펼치는 옥벽술에 몸이 후꾼 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옥벽은 윗부분에 검지 손가락을 끼울 수 있고 그 아래 큰 구멍은 사내의 양경을 출입시켜 조루를 억제시켰으니 진흥왕으로선 가장 초보적인 조루법을 훈련받은 것이다.
언제나 여인을 만나면 기가 죽고 그것을 아는 여인들이 필요 이상으로 요본 · 감창(凹本甘唱)을 하여 분위기를 살리려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진흥왕의 심벌은 형편없이 위축돼 돌아눕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 날의 처방으로 조루의 증세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난 것이다.
“이게 어찌된 일이오, 왕후?”
“이제 시작입니다. 대왕의 몸은 오랫동안 기를 펴지 못해 신첩이 구한 비방으로 그런 증세는 멀리 멀리 쫓아버리겠습니다. 이제 밤의 행사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맙소 왕비.”
“하온대 마마, 신첩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신첩은 어린 나이에 대왕에게 시집 와 왕자 아기씨를 셋이나 생산했습니다. 왕궁이며 민간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신첩만큼 복 받은 여인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요. 한때는 같이 밤을 보내는 자가 제 구실을 못해 마음이 상했을 것이나 앞으로 그런 걱정이 없어졌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오. 이제 왕후의 근심은 한 점도 없을 것이니 마음을 놓으시오. 과인을 위해 옥벽을 사용했으니 아무리 큰 허물이 있어도 쫓아내는 일은 없을 것이오.”
▸밀교(密敎)에서는 최초의 수법자가 연꽃에서 태어났다는 믿음 때문에 정(靜) 적인 분위기를 유도한다.
▸영사란(靈蛇卵) ; 밀교에서는 사내의 고환을 신령스러운 뱀의 알이라고 부른다.
▸요본 · 감창(凹本甘唱) ; 방사를 나눌 때 여인이 몸을 흔드는 동작과 이 앓는 소리를 내는 것
▸옥벽(玉璧) ; 옛날에는 옥(玉)은 귀한 물건이라 주로 재상이나 제왕들의 노리개로 이용했다. 그렇기에 옥(玉)은 임금왕(王) 부에 속한다. 군왕의 살갗을 찌르는 놀이에 사용되는 옥이지만 여기에선 세세한 사용법에 대해 밝히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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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