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함은 야릇한 흥분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내밀한 힘이 어디에서 솟구쳐 오르는지 몰랐다. 열여섯 나이에 상녀(商女)를 만나 고상한 경험맞이를 해본 것도 아니어서 첫날밤의 행사를 여리디 여린 청조에게 맡긴 것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그것은 결코 호접몽(胡蝶夢)이 아니었다. 성행위의 기본에 해당하는 용번(龍飜)은 사내의 위상을 나타내는 위엄과 존엄의 자세였다. 그것은 달음질 시합을 알리는 시작줄을 잡아당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성(性)은 신비로운 비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탓에 감추는 걸 미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날의 만남은 등하색(燈下色)이었다. 더구나 청조는 상대가 모르는 사이 미약(媚藥)을 풀어놓은 상태였다. 젊은이의 호흡은 폭풍우처럼 쓸어가 버리지만 회귀성(回歸性)은 아니다. 방중행위에 있어 호흡은 몸을 움직이는 순간 요동치지 마련이다. 더군다나 색공지신(色供之臣)이었던 청조 집안의 가통은 선가(仙家)의 음식에 젖어 있었다.

지금과 같은 봄의 절기엔 의이인(薏苡仁)을 상복했다. 여름에는 낙안(落雁)이라 칭하는 녹두고(綠豆羔)를 가을엔 연꽃 열매인 연육(蓮肉), 겨울엔 땅콩인 낙화생(落花生)을 자주 먹었다. 이렇게 해야 배가 부르지 않은 상태에서 가볍게 색공을 드릴 수 있는 몸으로 탈바꿈한다.

옥진 궁주는 왕실에 있을 때 주특기가 ‘구구법(九九法)’이었다. 그것은 용번(龍飜)에서 시작해 학교경(鶴交頸)으로 마치는 게 바른 교합이었다. 구구법을 쓰는 기초 단계에서는 정염(情念)의 상태에 도달하는 게 첫번째 관문이었다. 이것은 서로가 함께 느껴야 하는 따뜻한 물줄기 같은 것으로 보명궁에 들어온 두 젊은이처럼 상대를 간절히 원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어야 폭발력있는 구구법을 쓸 수 있다. 청조의 뇌리엔 옥진 할머니의 가르침이 꿈틀거렸다.

“구구법을 쓰기 위해선 몸의 중요한 관문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단전(丹田)을 비롯하여 회음(會陰) · 미려(尾閭) · 협척(夾脊) · 옥침(玉枕) · 이환(泥丸) · 전중(顫中) 등인데···, 그 위치는 <황제내경>의 경락도를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단전은 배꼽 아래 반뼘쯤 되는 곳이고, 회음은 음부와 항문 사이의 움푹 들어간 곳이다. 미려는 척추뼈 끝에 있고 협척은 척추뼈 중간 부분이다.  옥침은 후두부 아래 목침을 베면 닿는 부분이고 이환은 눈썹과 눈썹 사이의 패인 부분이다. 그런가하면 전중은 유방과 유방 사이 단전과 일직선이 되는 부분이다.”

사다함은 모든 것을 상대의 손길에 맡겼다. 사내로서 자존심을 내세우려 들지 않은 것이다. 비로소 깨달은 것이지만 청조가 색공을 목적으로 보명궁에 들어왔으니 자신이 첫 남자로서 어떤 대접을 받게 되는지 알고 싶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 점을 알기나 한 것일까. 청조는 아래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물 위에 떠 있는 나뭇잎이 바람에 미끌어지듯 허벅지 안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사다함이 다리 안쪽을 움츠려 보아도 그녀의 손길은 물고기가 유영하듯 비집고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사다함의 몸은 따뜻한 물줄기가 적시고 가자 몸안 곳곳에서 휘그르르 화기(火氣)가 살아돋았다. 다리 안쪽을 파고들던 손길은 강하게 밀려드는 듯 하더니 살집 좋은 허벅지 쪽으로 슬그머니 물러났다. 그곳은 음정(陰精)이 모여있는 황홀경의 비답지(秘踏地)였다. 살집이 넉넉한 이곳은 온 몸에 흩어져 있는 여느 성감대보다 민감했다.

청조의 손이 스쳐갈 때마다 벌침에 쏘인 듯 말랑말랑한 살집은 부풀어 올랐다. 그녀는 사내의 몸에서 내기(內氣)가 충분히 차오른 것을 확인하고 측면으로 손을 옮겨 지긋지긋 눌러주다 겹쳐갔다. 이미 그녀의 후각은 사다함의 몸에서 일어나는 ‘아홉 가지 기의 흐름(九氣)’을 헤아리고 있었다. 이것은 사내의 힘을 받아들이는 가장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심장 · 신장 · 비장을 비롯해 뼈와 근육과 혈과 육기(六氣)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한 옥진 할머니의 설명은 자못 심각했다.

“남녀의 비사(秘事)에 있어 합궁의 시기는 구기로써 알 수 있나니 사내가 다급히 숨을 몰아쉬고 숨을 삼키는 건 폐에 기운이 차오르고 있음이며, 소리내어 상대방 입술을 빨아대는 것은 심장에 기운이 차오르고 있음이다. 허리를 강하게 죄려는 것은 비장에 기운이 차오르고 있음이며 허리를 들고 배를 내미는 것은 간의 기운이 충만한 것이고 사내의 힘에 열기가 실리는 건 신장의 기운이 충만한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구구법을 쓸 때가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녀는 사내의 몸에 바짝 몸을 밀착시켜 자신의 힘을 하복부로 이동시켰다. 그 순간 사내의 힘이 밀고 들어오자 단전으로 내기를 몰아갔다. 단전 부위가 화끈거리자 그 기운을 회음으로 끌어내렸다. 내기의 흐름을 미려(尾閭) · 협척(夾脊) · 옥침(玉枕)을 거치게 한 뒤 호흡을 가지런히 하여 이환(泥丸)에 머무르게 했다.

색공에 사용되는 방술(房術)은 내기의 흐름을 양기(陽氣)라 한다. 양기가 단전에서 출발하여 회음과 미려, 협척 · 옥침을 지나 이환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양화(陽火)다. 이환은 높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곳에 머문 양기는 다시 인당(印堂)과 전중을 지나 단전까지 내려온다. 이것이 음부(陰符)다.

남녀의 합궁은 쾌락이란 화살이 과녁에 박히는 것으로 정점에 도달하나 청조는 상대의 내기를 뽑았다가 두 배 세 배로 되돌려주는 비술을 이용했다. 이것은 옥진 할머니가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것으로 그녀의 특기인 ‘사내를 죽이는 수법’은 아니었다. 혀를 내밀어 사다함의 후골부위를 찍듯이 훑어가며 하복부를 움직였다. 찍어내리는 속도에 따라 서로의 몸에 들숨과 날숨이 깊어지자 되돌려놓은 양기를 일단 단전에 머물게 했다. 이것이 봉고(封固)였다.

이때가 되면 되돌아온 양기는 하얀 빛을 띄며 몸으로 흡수되는데 이게 채약(採藥)이었다. 옥진 할머니는 단전에서 시작하여 채약까지 과정을 일기(一氣)라 부르고, 색공을 자시에 시작해 호명인시(虎鳴寅時) 이전에 구기(九氣)를 마쳐야 색공지신으로 상급에 속하는 자격을 갖춘 것이라 했다. 이렇게 하면 상홍천(上鴻泉)이 눈을 떠 놀랄 정도로 기력이 증가한다.

▸등하색(燈下色) ; 등불을 켜놓고 섹스하는 것

▸호명인시(虎鳴寅時) ; 호랑이가 밤 사냥을 마치는 오전 3시에서 5시 사이

▸상홍천(上鴻泉) ;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뇌실(腦室)로 생체학적 용어로는 송과선(松果腺)이다. 송과선은 좌우 대뇌반구(大腦半球)의 제3 뇌실의 뒤쪽에 있는 구상(球狀)의 내분비 기관이다. 보통 7세까지 발달하는 데 성기가 갑자기 성숙되는 것을 억ㅅ제하며 몸의 성장을 촉진시키다가 없어진다. 이곳을 환원하면 굳거나 죽은 세포가 살아나 활력이 넘쳐 기력이 수 십 배나 증가한다.

▸ 수문장의 신패장식은 귀당비장(貴幢裨將)의 장식으로 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