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력법을 모르고선 어느 것 하나 체계적으로 규명해내지 못하는 게 <역경(易經)의 의문점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장자방은 문왕이나 무왕까지도 전설이라고 치부했다. 장자방이 한나라 궁전을 떠나 고조선 땅으로 들어가자 선도(仙道) 일파에선 그가 신선이 되기 위해 칩거했다고 했으나 그건 낭설이다.

후대의 장자방 후손인 장상영이 그의 무덤을 파헤쳐 관 속에 들어있는 비서(秘書)를 찾아낸 것처럼 그는 고조선 땅 동해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심중에 도사린 의문은 무언가? 그 의문을 풀어헤치기 위해 동해바닷가로 향했다. 흔히 고죽국(孤竹國)으로 알려진 동해바닷가에는 아직도 고조선의 문화가 남아있었다. 팔가지처(八家之處)라 하여 땅을 정(井) 자 모양으로 나눈 후 농사를 구획해 짓고 그 중앙의 땅은 공동으로 경작해 관장에게 내어놓는 정전법(井田法)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이웃을 혈족보다 가까이 생각했고 자신들이 지은 농산물을 전쟁 등 때 아닌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비축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장자방은 그곳에서 생활했다. 이 당시 한나라 궁정에서는 그가 이미 선도산에서 신선의 술법을 배워 이름 모를 곳으로 떠났을 것이라 했지만 그는 동해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일흔이 넘은 노인들, 즉 부로(父老)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몸을 낮추었다. 노인들이 보기에 장량은 세상살이에 너무 떨어져 상당한 가르침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그가 신묘하게 생각했던 중화의 역사. 문왕이 기다린 여상은 한 발짝도 동해바닷가를 떠나지 않았다는 현실에 장자방은 마을의 부로들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지 않았는가.

“몸에 살점이 붙어 육질(肉質)의 근수(斤數)가 많아지면 자연 헛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신선이 되어 오랫동안 인간 세상을 유람하며 아름다운 미인들을 옆구리에 꿰차고 천 년 만 년 살고 싶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바람처럼 이곳에 머물다가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다른 곳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거나 또는 처음부터 없는 일을 만들어 내어 그것이 사실인 양 환상 속에서 역사를 꾸민다거나···, 이러한 행동들은 거의가 자신들의 미욱한 곳을 가리기 위해 차일을 치듯 꾸미는 것이지만 그런다고 그것이 가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한 일일 것이오.”

장자방은 부로의 말을 받아 뒤를 이었다.

“감히 한 말씀 묻겠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이곳에 여상 태공망 어른이 계셨다 들었습니다만 부로께선 그 어른의 얘기를 아시는지요?”

“이곳에 살던 선현들도 그런 질문을 받았을 것이오만 남아있는 기록으론 처음 듣는 얘기라 봅니다. 태공망이라느니 뭐라고 하는 말은 주(周)부락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라 봅니다. 우리 동해 바닷가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언제인가 황석(黃石)이란 노인이 이곳에 들러 그 분이 쓴 <소서(素書)>란 책을 한 권 달리기에 주었더니 그 노인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사람이 사는 곳에 이런 책이 있었는가’ 하고.”

이것은 주(周)부락 사람들이 태공망을 일러, 그가 문왕을 도와 중원을 통일했다는 얘기지만 장자방은 즉시 의문점을 내세웠다.

“소인이 이 곳에 들러 태공망 얘기를 하자 여러 어른들이 말하기를 ‘태공망이라는 그 사람은 이곳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 분은 고조선 사람이오. 우리 고죽국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런 병략서가 필요하지만 천하를 무력으로 다스리는 일엔 우린 동참하지 않소. 듣자하니 우리 고죽국 사람도 나중에 주나라를 찾아가 일을 만류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도 당치않은 일이오. 그렇거늘 어찌하여 강여상 어른이 많은 사람을 죽이는 일에 나서겠습니까. 그것 역시 중원의 얘기꾼들이 만들어넨 풍담(風談)입니다.”

“그렇다면 이상합니다. 여상 태공망이라는 분이 주나라를 도와 중원을 통일한 게 아니란 말입니까?”

“이곳에서 밖으로 나간 적이 없으신데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을 들으니 내가 오히려 답답합니다.”

중원의 제왕인 문왕이나 무왕. 그들은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알 수 없는 인물을 설정해놓고 기다렸다는 것이다. 강여상이라는 분. 그 분은 자신이 중원의 역사에 설정됐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웃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서>라는 책이 동해바닷가의 태공망 강여상이라고 알고 있는데 당사자는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주나라의 역사책 <죽서(竹書)>에 나오는 자못 감동스런 기록들은 어디서 흘러나온 얘긴가. 그 점에 대해 부로는 남의 얘기하듯 뒷부분을 들려주었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로 역사를 기록함에 있어서 부족한 것은 늘리고 많은 것은 가지 치는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오. 특히 한나라의 역사가 치욕스런 일을 당했다거나 그런 일을 당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면 그것을 호도하고 윤색하려는 무리가 생길 건 너무나 당연하오. 예로부터 이곳 동해바닷가의 사람들은 세상의 시비에 말려들길 원하지 않았으니 그 얘긴 대대손손 전해질 것이오. 이곳 사람들은 머잖아 해 돋는 동쪽으로 이동합니다. 아마도 그곳에서 나라를 열 것이오. 산골짜기의 조그만 곳에서 말입니다.”

▲소서 ; 황석공이 썼다는 병략서

▲죽서 ; 주나라의 역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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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토우>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제1부 청조(靑鳥)날아오르다’는 138회까지 급히 마감하고 ‘제2부 역사의 비밀’은 저의 개인적인 사정이 발생하여 다음 기회로 연재를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기본 뼈대는 제7부까지 짜여 있지만 여러 여건이 소설을 끌고 나가기엔 어려움이 있어 부득이 제1부에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그 동안 <토우>에 관심을 가져준 것만으로도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汝雪霞 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