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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급 김군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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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에게 닥쳐 온 첫 시련.
역사 속의 영웅에게 있어 유일의 적은 늘 그러하였듯
여인.
아, 영웅을 울리는 그 이름 … 여인이여.
한국기원 7대 여사원(7공주가 아니다 -_-)의 왕 언니가 되시는 그녀의 이름은 곽여사.
이른 나이에 한 남자를 지극히 사랑하여 일찌감치 살림을 차리는 바람에 이십대 중반에 이르러 이미 ‘여사’로 존숭되던 그녀가 한 자루 비도(飛刀)를 가슴에 품은 채 바람을 지고 김군을 찾아 온 것이었다.
겔겔겔 …
김군의 입가에 비소(비웃음)가 흘렀다.
직접 확인한 바는 아니나 침도 조금 흘렀다는 후문도 없지 않았다.
휘이잉 ~
반상으로 한 줄기 추풍(秋風)이 휘몰아 지나가고.
뒤이어 아낌없는 단수와 빈삼각, 자충과 자폭?이단머리 두들겨 맞기가 처절하게 난무?전설적인 명승부가 시작되었다.
이윽고.
“크으윽!!”
피를 토하는 듯한 외마디 비명과 같은 신음과 함께 쓰러진 것은
아아 … 슬프도다.
다름 아닌 우리의 김군이었던 것이다. 아악 ~ >.<
전설의 끝이 늘 그러하듯 이날의 기보는 전해지지 않는다.
증거인멸의 차원에서 김군이 서류분쇄기에 집어넣었다는 악성루머가 없지 않으나 그보다는 대국자들의 능력으로 미루어보아 복기에 의한 기보작성이 불가능하리라는 추측이 보다 논리적일 것이다.
김양과의 승부를 통해 패배의 아픔이라고는 동전 한 닢 어치도 배우지 못했던 김군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곽여사의 날 선 비검은 그의 갓 피어난 바둑혼을 그야말로 치과 의사의 신경치료용 드릴처럼 인정사정없이 갉아버리고 말았던 것.
그러나 이쯤에서 우리의 김군이 좌절하리라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김군을 잘못 봐도 매우 잘못 본 것이다.
조치훈의 저 유명한 휠체어대국, 근자 최철한의 급성장염 링거대국, 더 근자로는 안영길 일병의 왼손대국이 있지 아니하던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만 잡초는 밟을수록 더욱 자라는 법(뭔 소리야 -_-).
김군은 더욱 맹렬정진! 바둑의 묘리를 깨닫기 위한 그의 노력은 가히 하늘을 감동시키는 한편 양실짱의 콧날을 시큰거리게 하고 말았다. (ㅜ.ㅜ 흑흑 일은 언제 할래)
곽여사와의 일전에서 참패한 김군은 실전보다는 이론에 더욱 치중하는 듯 보였다.
외모에서부터 감성이 줄줄 흘러내리는 김군으로서는 일국의 패배가 주는 고통이 열 판의 승리에서 오는 만족감을 상회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김군이 택한 것은 전문 서적의 탐독을 통한 이론의 습득.
김군은 해면이 바닷물을 빨아들이듯 무서운 속도로 바둑 전문서적들을 독파해 나가기 시작했다.
과연 김군의 학구열은 쌀쌀한 가을 아침을 후끈하게 달굴 만한 것이었고 그는 그 어렵다는 한국기원 바둑초급교본 1, 2, 3권을 열흘 만에 떼는 공포의 독서열을 아낌없이 드러내 보였다.
이창호 기초포석, 정수현의 기본정석, 유창혁의 기초사활, 조훈현의 기본맥점 등 ‘기본’짜가 들어간 수다한 책들이 김군의 머릿속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막 출근한 양실짱은 어둑어둑한(불도 안 켜고 뭐 하는 거냐) 사무실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김군을 볼 수 있었다.
두 눈은 허공에 매단 채.
양실짱은 그의 두 눈을 살펴보았다. 그의 동공은 만취한 다음날의 항문처럼 자알 풀려져 있었다.
“이봐, 김군. 괜찮아?”
한 동안 대답이 없던 김군. 그의 입에서 들릴 듯 말 듯 혼잣말과 같은 음성이 흘러나온 것은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실짱니임 …”“왜? 어디 아픈가? 하루 쉬지 그랬어?”
“저어 …”
“ … … ?”
“기리를 깨달았습니다.”
그랬다.
김군은 마침내 초급사활과 초급정석 그리고 초급맥점, 초급포석의 위를 폭풍처럼 질주해 온 결과 바둑의 깊디깊은 묘리를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는 환희에 찬(사실은 풀린) 게슴츠레한 시선을 허공에 고정한 채 말했다.
“실짱님 …”
“왜 그러나?”
“부탁이 있습니다.”
“무슨 …?”
“이제 다시 강호로 나가야겠습니다. 비무 상대를 구해 주십시오.”
뼈를 깎고 살을 베이는 이론 학습의 늪으로부터 기적처럼 살아 나온 그는 비로소 곽여사로부터 입은 육체적 정신적 충격으로부터 말끔히 벗어난 듯 보였다.
하지만 막상 김군의 비무 상대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겉으로 멀쩡해 보인다고 속까지 그러하리란 법은 없고, 사실 우리는 겉 번지르르한 물건치고 신통한 놈 보기 힘듬을 삶의 경험으로 미루어 잘 알고 있지 않던가?
‘말만 번지르르한 놈’
‘생긴 건 꼭 기생 오래비같이 생겨 가지고선 …’
‘꼴값 하고 있네.(꼴값 :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 … 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등등 우리의 선조들은 겉만 멀쩡한 위인과 물건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아 왔다.
즉 현재 눈에 보이는 김군은 일견 멀쩡해 보여도 사실인즉 곽여사의 일검에 당한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을 터.
김군에게는 아직 충분한 휴식을 위한 요양과 적절한 약물치료(예 : 알콜류)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때에는 자극보다는 격려가 낫다.
 하지만 김양은 완강했다.
그녀 역시 김군과 숱한 대국을 치르며 나름대로 신경이 몹시 쇠약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김양의 ‘더 이상 김군과는 단 한 판의 바둑도 두지 않겠다’ 선언.
그것은 진심이었다.
××회관 등심구이에 소주의 유혹을 뿌리치기까지 그녀는 단 10초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양이 단호하게 ‘노’라 하였을 때 우리는 과연 얼마나 놀라워했던가!
그 동안 ××회관 등심구이가 그녀의 행동 양식이 미친 영향력을 떠올려 볼 때 사람들은 김군과의 대국에 대한 그녀의 혐오감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에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고 … 장고 … 또 장고 …
드디어.
“김군 이것 한 번 보라구.”
양실짱이 김군에게 내민 물건 하나.
그 은빛 테두리로 창문으로부터 비어져 들어온 오후의 햇살이 모래가루처럼 반짝였다.
“이거라면 충분히 자네의 비무 상대가 되어 줄 수 있을 터.”
그것은 일인용 대국 프로그램이 담긴 시디 한 장이었다 (정품입니다 -_-).
인공지능 바둑00이라는 라벨이 붙은 이 프로그램. 기력은 변변치 않지만 김군에게는 그럭저럭 쓸 만 하리라 보았다.
무엇보다 하루 백판을 두자 해도 군소리 한 마디 있을 수 없으니 김양에 비할 바 아니겠다.(김군은 그래도 김양과 두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어쨌든 김군의 입이 아구처럼 찢어졌다.
이윽고 또각또각 마우스로 돌을 놓는 소리가 들린다.
“어쭈? 제법 두는데요?”
마우스를 잡은 김군이 웃었다. 그의 표정에서 포만감이 느껴졌다.
인공지능 바둑00 역시 김군을 상대로 분발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 후에 가보니 어느덧 새로운 판을 두고 있었다.
상당한 속기. 바둑을 시작한지 채 20분도 되지 않아 새로운 바둑이라니.
“아, 우하귀에서 제가 깜빡 실수를 해서요. 전화가 마침 오는 바람에 착각을 했거든요.”
“그런가?”
김군은 여전히 희희낙락이다. 마우스가 날개라도 단 듯 휙휙 날아다닌다.
15분 뒤.
김군은 또 다시 새로운 판을 두고 있었다.
“이번엔 뭔가?”
“아주 간단한 사활인데 제가 그만 … 정말 간단한 사활이었거든요? 여기 보세요. 진짜 초보용 책에서 제가 본 건데 깜빡! 아하하하 ^^; 저도 나이를 먹었나 …”
“ … ”
또 새로운 판.
양실짱이 조심스럽게 김군에게 말했다.
“레벨을 한 단계 낮춰보지? 내가 보니까 고급레벨인 거 같은데.”
“아닙니다. 이길 수 있다니까요? 이 놈 저보다 하수에요. 여기서 제가 손만 안 뺐으면 다 잡는 건데 …”
다음 날.
그리고 다음 날.
또 다음 날에도 김군은 15분, 심하면 10분 여 만에 새로운 바둑을 두고 또 두고 있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치수가 안 맞고 있었다.
김군 역시 이를 알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한 조각 남은 그의 자존심은 그로 하여금 끊임없이 <새 바둑을 시작하시겠습니까?>에 <확인>버튼을 눌러대게끔(그것도 거의 미친 듯) 만들고 있었다.
정확히 5일 뒤.
갓 출근한 양실짱은 자신의 책상 서랍 속에 조용히 입실해 있는 인공지능 바둑00 시디를 보았다.
손을 대 보니 시디는 어쩐지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누군가의 눈물일 것이다.
김군은 더 이상 바둑을 두지 않았다.
물론 바둑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또한 볼 수 없었다.
바둑이 아닌, 그가 바둑을 떠난 것이었다.
사랑은 짧고 뜨거웠지만
이별은 컵라면을 끓이듯 간편했다.
D드라이브의 시디를 꺼내고, 몇 권의 책을 자료실에 가져다 꼽으면 그것으로 끝.
곽여사와 인공지능 바둑00 이라는 기계전사로부터 얻은 열십자의 흉터는 세월이 치유해줄 것이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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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열흘 뒤 김군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백했다.
“저 바둑교실 다닙니다.”
한국기원 근처에 바둑교실을 끊어 일주일에 세 번씩 바둑을 배우러 다닌다는 얘기였다.
아는 사람은 알 만한 얘기지만 바둑교실은 어린이들을 위한 전문 교육장소로 성인은 잘 받아주지 않는다.
이쁜 김양이 가도 받아줄까 말까인데 김군과 같은 시커먼 남자 아저씨는 말할 것도 없다.
안 봐도 김군이 바둑교실에 들어가기 위해 꽤 눈물겨운 노력을 바쳤으리라는 것은 뻔한 일.
“어젠 처음으로 26급짜리 애한테 이겼습니다.”
김군이 얼굴을 붉힌다.
그렇다.
그는 이렇게 다시 바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돌아온 그는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김양 역시 밝아진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차가운 주스 한 잔을 가져다 김군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본인도 한 잔 마셨다. (내 것은? ㅇ.ㅇ;)
일주일 세 번.
퇴근 무렵이면 초급편 교재를 꺼내 놓고 예습을 하고 있는 김군을 보면 양실짱도 어느덧 행복감에 전염되고 만다.
내 서랍 속의 인공지능 바둑00.
김군의 서랍 속에 다시 넣어줄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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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2일 오전.
김군이 한 장의 파일을 보내왔습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의 감동을 굿모닝오로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김군은 살짝 눈가에 눈물을 보였습니다.
여러분!! 인간승리자 김군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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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gs63 |
｜ 2004-11-01 오후 4:16: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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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ㅎㅎㅎㅎ나=곽여사.ㅋㅋㅋ 김군...지금은 김군 실력이 더 나을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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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편이 나왔네여..ㅋㅋㅋ으흐흐흐흐 역시 양실짱님의 글솜씨는 최고예여..ㅋㅋ김양 사진도 첨부되어 있고~쪼~~우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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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저 여자 팔뚝...바바바...무지 굵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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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들이 마구 부려먹는 모양이군요..팔뚝이 저정도로 유독 굵은 것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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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굉장한 필봉! 이네요. 중앙일보 박치문 전문위원이 인정했다는...아아.. 경의를 표합니다. 양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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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늣 바람운 패가 망신으 지름 길이언만....^^,하여간 김군으 건투룰 빕니다,.....잘 혀면 40대 노총각 또하나 생기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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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과연...양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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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해설의 하구라..바둑해설의 김구라...바둑글의 양구라...口裸萬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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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고졸려 |
｜ 2004-11-08 오전 10:1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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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앗 저건 칼슘이 풍부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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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사진 기대햇눈뎅...바둑삼매경애 빠져 요쪽은 보쥐두 안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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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나
꼬마김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