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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안 통하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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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참 이상한 동네에요.”
Y기자가 투덜거렸다.
그의 투덜댐, 근간 뜸하다 싶었는데 오랜 만의 일이다.
뜬금없는 소리의 행간(行間)을 읽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가 말한 이상한 동네.
바둑인들이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서로 붉히며 욕도 하지만 볼을 비비며 사랑도 해 가며 사는 이곳.
외인(外人)의 눈에는 그렇게 비추이기도 하는구나.
이상한 동네.
Y기자가 말하는 바둑촌의 이상함이란 아마도 ‘낯섬’이라기보다는 ‘비상식’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물론 비상식은 몰상식과는 아주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Y기자의 불만.
또 어딘가에서 취재 거부를 당했을 것이다.
그의 탓만도 아니다.
프로기사란, 태생적으로 자신의 노출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들인 것이다.
새로 나온 음반이라며 손수 들고 신문사를 찾아오고, 별 용건도 없이 때 되면 달갑지 않은 안부전화를 걸어오고, 슬쩍 한 마디 물으면 자판기처럼 답변(그것도 기자들 입맛에 착착 들러붙는)을 배변하듯 쏟아내는 사람들.
요즘에야 많이 사라졌지만, ‘취재에 고생이 많으시다’며 봉투 한 장이 주머니 속으로 쑤욱 들어오기도 하고, 기사가 나갈 경우 하다못해 술 한 잔, 밥 한 끼 정도는 기본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곳이 있다니.
쓴 소주는 고사하고 오히려 이쪽이 밥을 사줘가며 시간 좀 내달라 해도 시큰둥 …
Y기자가 소주 한 잔을 칵 털어 넣더니 입맛을 쩝쩝 다셨다.
이해가 가고도 남을 일이다.
프로기사들에게 그런 타 동네의 ‘상식’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그런 점에서 바둑촌은 비상식이 곧 상식이다.
“프로기사는 연예인과 다르지. 스포츠 스타들하고도 달라. 가장 크게 다른 점이 뭔지 아나? 그들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지만 프로기사는 상금을 먹고 살거든. 그러니 대중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수밖에. 인기 없고, 안 알아주면 어때? 바둑 잘 둬서 상금 많이 받으면 그걸로 끝인데 …”
옳은가? 이런 주장, 이런 논리.
옳다면 슬픈 일이다.
다행히도, 이 논리는 틀렸다.
그것도 매우 … 많이.
프로기사들 ‘밥’의 원천인 상금, 대국료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기업체들.
기업체들은 왜 상금, 대국료를 지불하는가?
프로기사들이 기전에 참가해 바둑을 두니까.
그렇다면 왜 그들은 기전을 개최하는가?
바둑을 사랑하니까.
땡!!
그들이 바둑을 사랑해서 기전을 개최하는가?
세계대회의 경우 매년 십 수 억을 투자할 만큼 그들의 바둑사랑이 크던가?
바둑을 사랑하는 것은 기업체가 아니라 팬들이다.
그들이 바둑을 뜨겁게 사랑하기에, 그들의 수가, 힘이, 영향력이 적지 아니 하기에 기업체들은 기전을 열고 프로기사들에게 상금과 대국료를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팬들이 없으면 기전도 없다.
기전이 없으면, 물론 상금도 대국료도 없다.
결국 마찬가지.
프로기사도 연예인, 스포츠 스타와 하등 다를 게 없다는 얘기이다.
‘프로’가 뭔가?
물질 가치가 그 무엇보다 숭상되는 자본주의의 대표 브랜드가 아니던가?
프로가 돈을 벌기 위해 대중의 인기에 기대는 것이 어디 한 점 부끄러울 일이던가?
아주 오래 전 조남철 9단이 이런 말을 애제자에게 남겼다고 한다.
“프로기사는 기생이 되어야 한다.”
비약된 감이 없지 않지 않지만, 이 말은 프로기사의 본질을 얼음장처럼 냉정하게 꿰뚫고 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죠. 요즘 친구들은 매스컴을 좀 아는 것 같아.”
젊은 친구들, 적어도 90년대 중반 이후 입단한 친구들은 그래도 몇몇을 제외하면 언론에 호의적이란 얘기였다.
그러고 보면 바둑계에도 슬슬 상금과 대국료보다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그것도 꽤 자알 ~ 먹고 사는) 존재들이 생겨난 지 오래.
어느덧 많은 이들이 팬들의, 매스컴의 ‘맛’을 깨달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기보를 들고(?) 직접 찾아오지는 않지만, 적어도 기자의 전화를 맞는 목소리가 밝아졌다.
자신을 향한 카메라 렌즈에 대한 거부감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촬영기자가 들어서면 슬쩍 자리를 떠 화장실로 가 버리던 영악한(?) 기사들.
이젠 골동품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하긴, 팬들의 요구에 응해 야밤의 심야 방송대국도 마다하지 않는 요즘이 아니던가.
변화는 이런 작은 데에서부터 싹을 틔운다.
바둑계의 파이를 키우는 일은 기전의 규모만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터.
먼저 바둑인들의 머릿속, 철학의 파이를 키우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일 것이다.
프로 바둑인들과 팬들 사이의 텅 빈 공간을 이어주는 교량, 매스컴.
관계 회복은 서로간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고,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Y기자가 씨익 웃으면 소주잔을 돌렸다.
그의 이빨 사이에 낀 고깃 조각이 가을햇살에 반짝였다.
내가 웃자,
그도 덩달아 웃었다.
우하하하하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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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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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실짱도 기생이 되어야 한다. 누 ㅎ ㅔ ㅎ 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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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는향이 |
｜ 2004-09-25 오후 12:36: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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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얼마 전 젊은 프로기사들의 복기장면을 찍으려 했더니 "우리가 무슨 연예인이냐"며 피하더군요. 자연스런 사진을 위해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했는데.. 몹시 무안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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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의 맛을 못봐서 그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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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가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바둑만 열심히 좋은 기보만 남기면 된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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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가 기생되어야...운운의 이야기는 바둑이 널리보급이 안됬을때의 이야기로 바둑보급에 앞장서라는 의미로 해석해야할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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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의 본분은 다른 직업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직업 즉, 바둑에만 취하면 되는것임. 그이외에 무슨 알랑방구가 필요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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