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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메신저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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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정도나 되었을까요?
양실짱이 메신저를 쓰기 시작한 것이 말입니다.
처음 MSN 메신저란 걸 깔고 나서, 양실짱은 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며 환희와 좌절감을 동시에 맛보았지요.
환희 : 우왓! 이렇게 신기할 수가!
곧 이은 좌절 : 우씨! 그런데 왜 아무도 없어!
반나절을 고민 끝에 양실짱은 마침내 위대한(?)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1945년에 귀국하여 해방 조국 땅에 현대바둑을 보급하겠다고 다짐했던 조남철 선생의 심경을 편린이나마 이해할 것도 같았습니다.
산이 내게로 오지 않으면, 내가 산으로 가면 될 것을!
바둑판을 들고 대중 속으로!
그로부터 양실짱은 마주치는 바둑계 인사마다 두 손을 꼬옥 붙들고 무조건 설득(하다 안 되면 -_-+ 협박)을 하고 다녔지요. 범바둑계MSN메신저인적자원활용극대화를위한네트워크시스템이란 ‘대땅 좋은 것’을 구축씩이나 하려하니 부디 이를 설치하거나 아이디를 개방하여 본인의 운동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간혹 그게 뭔데? 하고 묻는 이들에게는 그저 웃어 주었지요. 이렇게 ^_________^;
아아, 그러나 생기는 것 하나 없는 나 홀로 보급운동은 예상했던 대로 험난한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양실짱은 고독한 러너가 되어 폭염이 내려쬐는 아스팔트 위를 홀로 달리고 또 달리며, 메신저의 유용함을 알리는 찌라시(아! 이거 일본말입니다. 전단으로 정정합니다)를 세상을 향해 뿌렸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참으로 많은 바둑인들이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로는 50대의 부장님으로부터 20대의 말단직원에 이르기까지, 한×기원, 사○버○로, 네오□톤, 타▲젬, 바◇TV, 스☆이바둑 등등 바둑계에서 밥을 벌어먹고 산다는 웬만한 사람들은 메신저를 씨줄 날줄로 삼아 평화롭게(?) 얽혀 살고 있습니다.
자, 그런데 이 메신저란 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바둑계의 돈 안 들고, 품 안 드는 레이더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굳이 창을 열어 1 : 1 대화 같은 것을 나누지 않아도, 그저 열린 창만 보고 있으면 ‘흐음! 오늘 뉘 집 밥상에 숟가락이 하나 더 올랐군.’, ‘이 인간 어제 또 퍼마시더니 결국 와이프랑 한바탕 한 모양이네’ 정도는 한 눈에 주르르 꿰찰 수 있는 거지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좌조(坐照, 8단의 별칭으로 앉아서 천리를 뚜르르 내어본다는 뜻)의 경지가 아니겠습니까? 음홧홧!
진리란 것이 대개 그러하듯, 이의 비결은 순수(pure)하고도 단순(simple)합니다.
메신저 쓰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죠? 왜 그저 대화명만 봐도 그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를 금방 알 수가 있지 않습니까? ^^
이런 말을 하고 싶군요.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그렇다면 메신저 대화명은 인생의 축약판이다! (축소와 축약은 엄연히 다릅니다. 사전 찾아 보세요 -_-)
 그럼 이 원고를 적은 8월 14일 오후. 양살짱이 모니터에 띄워 놓은 메신저 상황을 한번 볼까요?
음 … 손○○ 씨.
매우 무성의한 대화명이로군요. 상당한 고령(?)에도 불구하고 평소 뛰어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존중받고 계시는 분치고는 너무나도 무성의합니다. -_-; (대화명에 덜렁 자기 이름 올린 사람, 제일 밉습니다)
가정 애호파들도 꽤 눈에 띕니다.
익균맘, 인민아부지, 승민애비, 밍규빠 등등.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새끼들 이름을 넣어서 누구 아빠, 누구 엄마로 자신을 내세우는 것. 일단 보기는 좋습니다. 가정 사랑 … 특히 우리나라 아빠님들, 많이많이 본받아야지요.
그런데.
대체적으로 이렇게 누구누구 아빠, 누구누구 엄마를 앞세우는 인물들치고 퇴근 후 집에 일찍 들어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더군요. -_-;
한마디로 … 가증스럽습니다. 대화명들 바꾸세요.
심지어는 ‘아들놈 생일 D-몇일’ 하며 일주일 전부터 카운트를 세던 모모 씨, D-1날 밤늦은 시각까지 왕십리 모 호프집에 있었던 거 다 압니다 -_-+
그리고 ‘딸 하나 잘 키워보자’님.
딸 하나 잘 키워서 본인의 인생을 어찌해 보겠다는, 전 근대적인 생각을 아직도 안 버리셨는지요. 이건 가정 애호파가 아니라 아동 학대파 아닙니까?
학구파들도 있지요.
坐視千里立視萬里, 千里香百里香, 焦心苦○(마지막 한자는 넘 어렵군요, 끙), 芝汀居士 … 등의 한학파에 Sinfonia Concertante in E minor, Maerd, CUBE, OK be sincere 등 영문파들이 있군요. 그런데 본인들, 이거 읽을 줄은 알죠? ^^;
‘진인사대천명’도 있군요. 솔직합니다. 네에, 한자 모르면 한글로 쓰시면 되죠. ^^;
한편 신변노출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자의 일상을 알게 해 주어 즐겁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는 떠나라’ → 네에, 이제사 늦은 휴가를 떠나시는 모양이군요. 잘 다녀오십쇼 ^^
 ‘미쳤나보오. 모든 글이 다모체로 읽히오’ → 요즘 뜨고 있는 드라마 다모에 푹 빠지신 듯. 그런데 다모체가 뭐지요? 0.0
‘웨이크보드 즐기기’ → 일명 보드퀸으로 불리는 여인이지요. 그런데 스노보드, 스케이트보드, 하다못해 컴퓨터 메인보드는 알아도 웨이크보드란 것은 처음 들어보네요. 어쨌든. 이번 주말에 타러 갈 모양입니다.
‘인생 머 있어, 한방이지(로또)’ → 위의 ‘딸 하나 잘 키워보자’님께 드렸던 조언을 다시 한번 고대로 전해드리지요. -_-;
‘아침운동 51일째’ → 한동안 뱃살로 고민하더니 드디어 운동 시작하셨군요. 선전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설교파도 있네요.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삶도 그에 따라 변해야 한다’ → 으아, 상당히 길군요. 그런데 다 아는 얘기를 뭐 그리 새삼스레 정색을 하고 -_-;
‘하날 포기하니 많은 게 보여’ → 멋지군요. 틱낫한 스님의 말씀인가요? -_-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 음, 이거 여섯 달째 보고 있습니다. 상도 끝난 지가 언젠데 … 이제 좀 바꾸시죠.
그런데 이런 비관파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조차 안타깝게 합니다.
꿈은 … 이루어질까?
슬프다 ㅜ.ㅜ
물론 이 밖에도 많고 많은 (심지어 누군지도 모르는) 바둑계 인사들이 양실짱의 메신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일명 ‘양실짱 리스트’.
양실짱은 매일 아침마다 빠짐없이 이들의 대화명을 살피며, 제갈량이 천기를 살피듯 하루의 바둑계를 미리 읽곤 하지요.
아, 그러고 보니 그 많은 대화명 중에서 가장 죄질이 나쁜(?) 대화명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리비움)
남들이 귀찮게 말을 걸거나 부탁하는 건 싫고, 자기가 필요할 때만 메신저를 이용하겠다는 뜻이겠지요 -_-+
아예 대화명을 자리비움으로 해 놓으면 정말 부재중인줄 알고 아무도 귀찮게 안 할 테니까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 여직원이 말을 걸면 후닥닥 튀어나오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런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일명, 사람 많은 유원지에서 공중화장실 편히 이용하기.
준비물 : 포스트잇 한 장. 필기도구.
방법 : 1. 포스트잇에 글을 적는다 2. 화장실 문밖에 붙인다 3. 화장실에 들어가 편히 볼 일을 본다
그렇다면 과연 포스트잇에는 어떤 글이 적혀 있을까요?
수리 중
PS. 아, 양실짱의 메신저 대화명이 무엇이냐구요? 그냥 평범합니다 ^^;
그냥 ‘양실짱’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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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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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현 |
｜ 2003-08-16 오전 11:3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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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elEk woal dj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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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메신저에 70명 넘게 등록되어 있는데, 반은 온라인 반은 오프라인임돠. 100% 출석율은 언제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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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실짱님 글을 잘 쓰시네요. 재미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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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디아79 |
｜ 2003-12-01 오후 4:05: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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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앗~ 눈에 익은 대화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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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해여....부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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