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운 기성...
|
|
|
|
|
지난 6월 7일, 일본 도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후지쯔배 8강전이 열린 날이었고, 정확히 장소를 밝히자면 2호선 이다바시 역(역 색깔이 녹색이길래 편의상 2호선이라고 붙여보았습니다 -_-) 근처의 에드몬트 호텔 2층에 마련된 검토실입니다.
이 사진에는 세 명의 인물이 보입니다. 누구일까 ~ 요? ^^
아마도 웬만한 구력의 바둑팬이시라면 전방의 두 사람은 쉽게 맞출 수 있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아, 잘 모르시겠다구요? 그럭저럭 오른쪽에서 환히 웃고 있는 아저씨는 알겠는데, 왼쪽의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영감님은 누구시냐구요?
자, 그럼 여기서 힌트를 드립니다. 맨 왼쪽부터 1, 2, 3 순입니다.
1) 왕년에 일본 바둑계를 통째로 찜 쪄 드셨던 초절정 고수로, 별호는 ‘살아 있는 기성’.
2) 한국기원에서 가장 높은 분은 총재. 그 다음은 이사장. 그렇다면 그 다음은 누구?
3) 1항의 특급 제자로 ‘면돗날’ 사카다의 뒤를 이어 일본바둑계를 호령한 인물. 별호는 ‘이중허리’.
이래도 모르시겠나요? 그럼 정답은 다음 주에 … 가 아니고 바로 나갑니다.
1) 오청원 선생. 길게 제대로 발음하면 우 칭위엔 선생이시죠. 올해로 춘추 여든 아홉. 아직 생각보다는 정정하신 편이시죠? ^^
2) 한국기원 유충식 부이사장님이십니다. 현재 동아제약 부회장님이시구요, 우리 바둑계를 위해 무지 많은 공헌을 해주셨고, 해주시고 계시며, 앞으로도 해주실(해주실 거죠? ^^) 감사한 분이십니다.
3) 바다위의 거봉, 임해봉 9단이시죠? 역시 길게 제대로 발음하면 린 하이펑 9단.
이 사진은 사실, 뭐 당연하지만 오청원 선생의 모습을 담고자 찍은 사진입니다. 몇 년 새에 부쩍 더 늙어 보이시네요. 솔직히 처음엔 뉘신지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결례(?)를 범했답니다.
대국 당일 오후 들어 노구를 이끌고 검토실에 모습을 나타내신 오 선생께서는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8강전 기사들의 대국을 검토하셨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듯 그 옆에는 듬직한 거구의 제자 임해봉 9단이 자리하고 앉아 노스승의 검토를 도왔구요. 많은 일본기사들도 오며가며 노 거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보기 좋은 정경이었습니다.
굿모닝오로가 지향해 마지않는 수채화풍의 정경이라고나 할까요?
보기만 해도 세월을 넘어 선 사제간의 따땃한 분위기가 흐뭇하게 묻어나고 있지 않나요?
 하지만 기성이라 해서 가는 세월을 피해갈 수는 없는 법. 여든 아홉 세월의 흔적은 기성의 이마 위에도, 눈가에도, 손마디에도, 걸쭉한 목소리에도 더덕더덕 붙어 있었습니다. 등은 이미 낙타의 그것처럼 휘청 굽어 계셨구요. 그러고 보니, 보행조차 이젠 힘겨우신 듯 사모님의 부축을 받고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니 우리는 이날 오후 두 시간 남짓, 기성과의 황홀한 한 때를 경험할 수 있어 대단히 행복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군요.
사실 그날 기성이 보여 준 바둑의 수는 별 것 아니었는지 모릅니다. 기성의 검토를 지켜보던 젊은 기사들은 “아, 요즘엔 그렇게 안 두는데요.”라든가 “그거 너무 촌스러운 수 아닌가요?” 등등의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알고 있었을 겁니다. 기성의 존재이유, 조금 멋을 부린 말로 기성의 ‘레종데트르’는 효용이 아닌 존재 그 자체에 있음을 말이죠.
굳이 일본 바둑팬들이 아니더라도, 일본의 현대 바둑사를 논할 때 오청원이란 이름 석자를 빼놓고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건 다들 인정하고 있을 겁니다. 촉한정통론에 의해 삼국지가 씌어졌다면, 일본 현대 바둑사는 ‘청원정통론’을 따른다고나 할까요? 뭐 굳이 청원정통론을 부인하려한다면 못 할 일도 아니겠지만, 아마도 이는 제갈공명 없는, 관운장 빠진 삼국지처럼 싱겁기 짝이 없는 물건이 되고 말 겁니다.
그래서, 참 부러웠습니다.
우리에게도 저런 기성이, 저런 열정을 지닌 노 거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도, 기성은 아닐지라도 그에 못지않은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오청원 선생이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하죠?
“한국은 조남철 씨의 공헌으로 바둑계가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화민국이 그렇지 못한 것은 나의 책임이 큽니다.”
비록 당대의 기량이나 명성이야 오청원 선생 반에도 필적할 수는 없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척박한 이 땅에 현대바둑의 불씨를 홀로 틔우고 개화시킨 조남철 선생이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습니다.
 홀로 일본에 거하며 군웅이 할거하는 일본바둑계를 평정시킨 오청원 선생의 위업을 폄훼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일본에서의 평탄한 프로기사 생활을 포기하고 귀국해, 숱한 난관과 가난을 이기고 오늘날 한국바둑의 영화를 피워 올린 조남철 선생의 업적 또한 이에 버금가는 일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조남철 선생의 올해 춘추 80세. 하지만 오랜 지병이 계신 탓에 요즘 건강은 썩 좋지 못 하시다고 합니다. 직접 뵈오니, 귀가 많이 어두워지셨고, 보행도 썩 원활치 못하신지 평소 좋아하시는 산책조차 부담스러워 하고 계셨습니다.
그래도 올 여름에는 더위도 날 겸, 큰 맘 먹고 제2의 고향인 전남 구례에 내려가 한 철을 쉬고 올라오신다고 하시더이다.
부디 요양 잘 하시고 건강을 회복하셔서,
올 하반기 쯤 열리게 될 LG배, 삼성화재배 결승전 검토실에서는 꼭 좀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굿모닝오로는 두 분, 기성님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합니다.
|
|
|
|
|
|
|
|
|
|
|
|
|
|
|
| ┃꼬릿글 쓰기 |
|
|
가슴이 쨘~ 하네요. 오청원 선생님, 부디 장수하셔서 바둑계의 영원한 기성으로 남아주세요.
|
|
|
훔...사이바우루가 괜찮은 칼럼을 하나 만드러꾸만...여긴 제발 고운 맘씨 가진 사람들만 출입하길...
|
|
|
정성어린 칼럼에 감사드립니다. 이런 분을 만나면 바둑을 알게 된게 행복합니다.
|
|
|
실장님 정말감사합니다 바둑인 우리모두가 꼭챙기고 잊지말아야할것을 잊고 살아가는 우
|
|
|
실장님 정말감사합니다 바둑인 우리모두가 꼭챙기고 잊지말아야할것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대는그것을 깨우쳐주었읍니다 감사합니다
|
|
|
살아있는 오청원 기성님의 편안한 모습.... 영원하시길....
|
|
|
오,,옷,,저 할베가 그토록 위대하신 분이셨군염..한국의 멋진 할베도 소개해 주세염
|
|
|
우하하 할아버지 오래오래사셔요.........건강하시길
|
|
|
양실장이란 사람... 대체 누구요? 이렇게 너무 감동시키면 어쩌자구?
|
|
|
츠암나..양싱짱님이 강조한건 우리의 영원한국수인 조남철 선생의 근황을 소개한건데 본말이 전도돼도 한참 됏네요..
|
|
|
좀 늦게 봤는데... 첨에는 요즘 김수영 사범님께서 고생하시나... 했어요^^. 오청원 선생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
|
필명"양실짱" 어느분이신지 정말 궁금하다. 그 궁금함이 더하기에 정독하고 한번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좋은 글 감사드리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
|
|
|
|
.gif){kind=logo}
피부미인
물골내별
신화63
드라구돈
성난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