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인삼은 한때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신비의 영약으로 인식된 적이 있었다. 고려시대부터 영약으로 불리며 아시아의 명품으로 상품가치를 키워온 조선인삼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전후한 시대가 피크라 할 수 있다. 일본이 아예 조선삼을 노리고 전쟁을 일으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조선인삼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병자호란 이후 조선의 사신단이 청나라의 국경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막아서서 뇌물을 요구하는 청 관원들의 요구를 조선인삼 백여 근으로 거뜬히 해결하고 있는 기록을 연행록에서 볼 수 있다. 청관원들은 은 20냥보다 조선삼 한 근을 더 귀하게 여겼다.

그러나 조선인삼의 재배법이 일본으로 들어가 재배되면서 조선인삼의 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중국에서도 인삼을 재배하기에 이른 18세기 말에 와서는 조선인삼은 비단이나 고급 종이 등과 별반 다르지 않는 상품의 하나로 치부되기에 이른다. 이 상황을 타개한 것이 증포삼, 즉 홍삼이다. 임상옥은 바로 이 증포삼의 교역권을 독점해버린 것이다. 이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박종경은 이것을 무기로 김조순과 맞설 수 있는 기반을 이루게 된다. 힘이 약할 때는 낮추고 힘이 강할 때는 대항하는 간교함을 갖고 있던 박종경의 면모다. 결국 이 싸움에서 김조순은 조만영의 힘을 빌어 박종경을 내치게 되지만 아직 그들은 동지였다. 조선의 인삼 교역권이 임상옥에게 떨어지면서 오포장에게도 하나의 임무가 주어졌다. 그것은 한양에 들어오는 임상옥을 경호하란 것이었다.

"호호 나중엔 별...?"

오포장은 서강으로 걸어가면서 투덜거렸다. 가희가 뒤를 따라왔다. 김재찬의 기찰은 가희와 또 다른 다모들이 번갈아 계속해 오던 중이었다.

"새로운 임무가 내려왔나요?"

"호호, 임상옥을 지키란다. 일은 많고 일손은 딸리는데 이런 쓰잘데 없는 일까지 해야된다니?"

오포장이 혀끝을 찾다. 오포장과 가희뒤로 포졸 두 명이 따르고 있었다.

"임상옥이라면 만상의?"

"누가 아니라니? 종친이나 정승을 호위해 본 적은 있어도 장사치를 호위하는 것은 처음이다. 호호 개도 안물어간다는 엽전을 인간들이 금지옥엽으로 알다니 츄츄."

오포장이 질척거리는 마포길을 지나며 투덜거렸다. 임상옥이 한양에 와있는 동안 신변을 보호하란 지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만상이 조선의 최고 상단이 되었으니 대신들이 꼬리를 치는 게죠. 알아모시는 거 아닌가요?"

가희가 들은 것이 있다는 듯 반문을 했다.

"호호, 어쩌다 경상이나 송상이 그 촌놈에게 밀렸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화무십일홍이지요."

"호호, 이년이 오늘 유식한 소리를  하네"

"어머? 포장님은 저를 뭘로 아세요?"

"권불십년이니 뭐니 그따위 소리하다가 포교들에게 걸리면 물고나는 거 모르니?"

"내가 포도청 다모잖아요. 설마 오라버니가 나를 물고내겠어요?"

가희가 깔깔거리며 앞으로 달려갔다. 멀리 서강(西江)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