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래의 충천 우도행은 1809년 여름에 있었다. 홍경래를 기록한 여러 기록은 홍주지방의 지사들이 봉기를 하여 북진을 약조했다는 기록이 있다. 아쉽게도 충청 우도의 인사들의 이름은 전하지 않는다.

필자는 소설 홍경래를 생각하기 이전 충청도 청양에 있는 '금반장'이란 명당지에 대한 글을 한 편 신문에 기고를 한 적이있다. 금반장은 청양군 정산면 백곡리에 있는 무덤인데 지금도 거대한 두 기의 무덤과 여덟 점의 문무인석이 남아있어 예사롭지 않은 인물의 무덤임을 짐작케 한다.

이 금반장은 풍수계의 고전인 '명산록'에도 기록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풍수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 땅의 풍수는 고려를 거쳐 조선에 와 완성을 보게 된다. 조선의 법령집인 속대전은 잡급직 관리를 뽑는 과목에 풍수책인 명산론(明山論)을 적고 있다. 명산론은 명나라 사람 채성우가 지은 책이다. 채성우는 당시대 최고의 풍수론이던 호순신 이론의 전범이다.

고려의 풍수는 비보지압이다. 지형지세를 육안으로 살펴 땅의 성격과 토지의 하중 등을 고려하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용한다. 도선은 바로 이 풍수관에 특정한 비보물을 도입하여 풍수를 신비화시킨다. 바로 풍수의 신비화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것이 호순신 이론이다.

호순신론은 충과 효를 강조하는 유교적 정서를 풍수에 반영한 이론이다. 하륜이나 정도전 등의 조선 유학자들의 적극적 호응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명산론에 기록된 한 명당지를 보자. 이 명당은 명대의 풍수객 두사충이 현지 답사를 하고 기록한 것이다.

백제의 옛 고성인 두릉윤성이 있는 계봉산의 한 지맥이 내려와 응혈이 뭉쳐 마치 물위에 떠 있는 수반을 연상하는 지형은 명당이 왜 명당이라 하는지 초급자들의 눈에도 선명할 정도로 아름답고 뛰어나다.

이 고무덤에 남아있는 문무인석은 문화재급 예술품이다. 눈으로 봐도 수백은 족히 되어 보인다. 그러나 이 무덤의 주인을 특정할 수 있는 비문과 자료가 없고 후손들마저 없어 무덤의 주인은 동리에서도 수수께끼가 되어 있었다. 필자는 이 금반장을 여러 번 찾아갔다가 마을의 노인들에게서 무덤의 주인이 홍씨라는 것을 알았고 한 노인의 말에 홍경래의 무덤이라는 말이 마을에 고노들로부터 전해온다는 말을 듣고 놀랐었다.

당시에 필자는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진 노인들의 말에 나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금반장은 조선 선조때 이 부근에서 난을 일으킨 이몽학에 대한 여러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가까운 곳에는 홍길동과 관련된 전설이 있는 무성산이 있기도 하다.

그러던 중 필자는 어느날 홍성에 사는 한 무녀를 알게 되었다. 이 무녀가 모시는 신(神)이 홍장군, 곧 홍경래였다. 이 무녀는 오십이 조금 넘은 여자인데 열여덟에 홍장군신을 받고 무격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하루는 그녀가 행하는 '설위설경'을 듣다가 필자는 홍경래에게 사로잡히게 되었다.

아기장수 홍장군.

한양을 들이칠때

억울하다. 잘못되어

정주성에 효수되어

여섯 몸 사방에 조리되어

불쌍토다 파가저택

둠벙이 되었고나.

아기장수 홍장군

저승에서 몸 일으켜

열두마당 땅돌기로

박천의 백성이요.

정주에 묘당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