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방은 포구에서 어선을 한 척 징발(?)하여 오포장의 신도행을 주선해 주었다. 오포장은 형방의 발빠른 행보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어선에 올라 바다로 나갔다. 어선은 선장인 사공과 수부(水夫) 두명의 단출한 배였지만 크기는 그리 작지 않았다.

신도는 바다로 나가면 금방 눈에 들어오는, 육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섬이었다. 신도는 용천앞 해상 15킬로미터 정도에 있는 섬이다. 오늘날의 지도에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역사학자들은 신도를 대정강 상류에서 찾고는 한다.

홍경래의 자료에 나오는 또 하나의 섬 추도(秋島)와 신도를 박천 근방의 대정강 상류 어느 곳으로 오인하여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그들은 신도가 해상에 있는 신도가 아니라 강과 계곡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이라 굳게 믿는 듯하다. 그러나 자료를 잘 읽어보면 신도는 해상의 신도가 맞다.

- 북진군은 힘들이지 않고 용천에 입성했다. 신도첨사 유재하를 잡아 항복을 받고 용천유진장으로 장성한을 임명했다.(士用入龍川邑捉入薪島僉使柳載河受降)

이 기록은 진중일기 임신년(1882년) 1월 3일의 기록이다. 북진군 대장이던 김사용부대가 용천을 함락하고 신도첨사 유재하를 사로잡았다는 말이다. 이 자료는 재론의 여지 없는 신도가 해상에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역사를 쓴다는 것과 역사소설을 쓴다는 것은 이래서 어렵다. 역사가와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원문 읽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한곳이 잘못되면 뒤에 따라오는 모든 사람들이 잘못 따라오는 것이 역사쓰기다.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은 편리함에 취해 무조건 앞사람의 그것을 따르고 본다. 오류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사공, 얼마나 남았나?"

오포장은 속이 뒤집어지는 걸 겨우 참고 뱃전을 잡고 사공에게 물었다. 사공은 갑자기 끌려 나온 공역이 짜증나는 듯 대꾸를 하지 않았다.

"얼마나 남았냐니까? 아이고..."

오포장은 웃음도 잊고 신음하듯 말을 하다 뱃전을 잡고 구토를하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한 구토는 삼일 전에 먹은 장국 찌꺼기까지 모두 쏟아놓을 정도로 끝이 없었다.

"포장님? 포장 오라버니?" 

"으악!"

"아이고 오라버니 잡네? 이를 어째...?"

가희가 오포장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가희는 오포장에 비해 배멀미를 훨씬 덜하는 편이었다.

"으, 가희야 나 죽는다...."

오포장은 갑판에 누워버렸다. 언젠가 배멀미가 날 때는 눕는 것이 좋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참으슈. 저기 보이는 곳이 신도라오."

사공이 오포장의 몰골을 보고 웃긴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배는 사공이 조작하는 타수를 받아 서서히 섬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는 전진과 후진을 끝없이 반복하며 선착장으로 조금씩 접근했다. 그때마다 오포장의 창자 속은 끊어질 듯 아팠다. 뱃속에는 넘어올 한점 찌꺼기도 없었다. 나올 것은 피밖에 없었다. 죽을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