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장은 허낙생에게서 홍경래의 마지막 행적을 알아내고 정주에서 말 두 필을 빌려 용천으로 향했다. 정주에서 용천까지는 마참으로 칠참(七站) 이백여 리의 길이었다. 30리마다 설치 되어 있는 마참에서 말을 바꾸어 탈 수 있는 만큼 정주에서 용천은 하루도 걸리지 않는 길이기도 했다.

말을 바꾸어 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틀 길이었고 도보로 가는 사람은 그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도로 사정과 각종 고개 하천 등의 장애물 탓이었다. 오포장은 가희와 말을 미친 듯 달려 용천관아에 도착해 형방을 찾았다. 형방이 깜짝 놀랐다.

"누굴 찾으신다고요?"

"호호, 홍가라고 부르는 사람말이에요."

"홍대인을요?"

"호호 무얼 그리 놀라지요? 바로 며칠 전, 긍게 떡을 많이 얻어 자시고?"

오포장은 허낙생에게서 들은 정보를 가지고 형방을 윽박질렀다. 오포장은 도박장에서 살인사건이 난 것과 살인범을 도망치게 해주고 겨우 추쇄를 걸어놓고 눈가리고 아웅한 형방의 처사(?)를 다 알고 있다는 듯 물었다.

"그를 만나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호호, 말귀를 잘 알아 들으시네요. 자고로 형방 정도 되면 그 정도 눈치는 있어야겠지요. 그래요 어떻게 하면 그를 만날 수 있을까요?"

형방은 한양포청에서 내려온 포장이 며칠 전 자신의 관내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자 속일 생각 없이 모두 털어놓고 있었다. 눈치 빠르기가 쥐새끼와 같다는 조선의 아전의 진면모다. 사소한 살인사건과 도박 사건으로 포청에서 포교가 올 리는 만무한 터였다.

"우리 관아의 첩보로는 신도에 가 있는 줄 압니다."

"신도라면 섬을 말하나요?"

"맞습니다. 포구에서 배를 타면 두 시각 정도 거리에 있는 섬이지요."

"호호, 섬이라? 가도 어디쯤 되나요?"

오포장이 서북해에 있는 가도(伽島)를 물었다. 가도는 명말청초에 조선의 정치사에 태풍의 눈이 된 적이 있는 섬이었다. 명나라 장수 모문룡이 수만의 백성들과 군사를 거느리고 가도로 들어와 청과 대치를 하면서 조명청 삼국간에 심각한 갈등을 야기한 적이 있기에 오포장도 잘 아는 섬이다.

"가도는 신도에서 조금 아래쪽에 있지요. 그런데 홍대인은 왜 찾으시는지요?"

"호호, 거기 홍가 혼자 가 있나요?"

"모임을 갖는 모양입니다. 서북지역의 유지들이 여러 명 그곳으로 들어갔으니까요."

"호호, 모임이라? 무슨 모임일까요?"

"시회나 바둑모임 뭐 그런 걸겁니다. 뱃속 편한 사람들 풍류지요."

형방은 용천지역의 기찰정보를 꿰고 있는 사람답게 신도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사람들 중 태반을 이름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포구에 박혀 있는 기찰들의 눈에 포착된 것일 터이다.

"호호, 형방께서 협조를 잘해주시니 더이상 할말이 없군요. 마지막으로 이거 하나만 더 해주세요."

"무얼?"

"나와 저 아이를 신도까지 데려다 주면 되네요. 호호, 그럼 형방과 홍경래와 있던 일은 잊어주지요."

"배를 수발해 드리지요. 암 해드리고 말고요."

형방은 자신이 직접 포구로 나가 배를 한 척 강제로 징발(?)해 오포장에게 대령했다. 사공과 선원들도 두 명이나 대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