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니."

"......!"

"아까운 일이야. 나라의 큰 손실이고."

김옥균은 이동인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동인의 실종을 김옥균은 나라의 손실로 보았다. 이동인은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오세창 등의 글에 빈번하게 나타나지만 생몰연도와 고향 그리고 출신 내력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간헐적인 그의 기록마저도 상호모순을 보이곤 해 연구자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조계종 계열의 선승이라는 그의 행적이 일본 정토종에 입문하고 엔신이란 일본 승려를 스승으로 섬기는등의 전혀 선승 같지 않은 행보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특히 덕과 문을 함께 구비한 인물이라는 그의 면모가 약싹빠른 일본인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던지 하는 행태는 불가사의다. 그중에 '하나부사관계자료'라는 이름으로 보이는 자료에 이동인의 조선관과 대일본 관계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이동인은 다음의 12개 조항으로 조선의 국내사정을 일본에 간추려 보고하고 있다.

1. 조선에는 뜻을 같이 하는 지사들이 있다. 그들 중 거두가 김옥균이다.

2. 역관 오경석은 역관들 중 가장 식자다.

3. 김옥균과 오경석은 유홍기(유대치)의 지도를 받은 사람들로 세상 돌아가는 정세를 안다.

4. 이조판서 조성하, 훈련대장 조영하 등은 대왕대비의 조카로 우매하다.

5. 영부사 이유원은 가장 권세가 있고 권위도 있으나 세태를 모르는 쓸모없는 인물이다.

6. 금릉위 박영효는 1품관으로 재간과 학식이 있고 뜻이 있는 사람이다.

7. 강위는 유홍기와 같은 자로 우리(개화파)가 선배로 존경한다.

8. 조선의 만기의 추(樞)는 군왕 왕비 영의정 그리고 왕비의 오라비, 바로 이 네사람이 잡고 있다.

9. 근래 조선국의 무역이 성행한 듯하나 거의 서양 상품으로 일본과의 무역은 미미하다. 서양은 남이고 일본은 형제니 이익을 형제와 나누는 것이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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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항으로 되어 있는 '하나부사문서' 중 동인관계 기록은 이동인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동인은 조선 개화에 뜻이 있었고 스스로 상당한 액션도 취했던 인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동인의 행동은 지나치다. 일본의 간첩 또는 첩자로 본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조선의 내부사정을 가감없이 보고하고 있고 일본의 이익을 추종하는 행동도 보인다.

물론 일본에게 개화의 모델을 배워 조선에 이용하자는 개화파의 생각도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나 향후 일본의 조선 침략과 연결지어 보면 이동인은 물론 김옥균의 행동도 일본에 경도되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론적인 판단일 것이다.

이동인은 하나부사에게 이런 말도 한다. 조선은 바둑으로 치면 명이 끊기기 직전의 대마라고. 그걸 잘 이용하면 일본은 큰 사석(死石)을 얻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일본은 국가의 힘을 키워 아시아의 맹주가 되고자 하는 야망이 있었고 조선은 그 야망의 시금석이었다. 과연 1881년에 실종된 이동인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