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리기무아문은 물론 포도청까지 나서 탐문한 이동인의 실종사건은 미제로 끝나버렸다. 더이상의 추적이 불가능할 정도로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던 이유는 생각 외로 이동인을 응원하는 세력의 부재에도 있었다.

"끄응!"

이원회는 아문의 관사에서 술상을 받아놓고 자포자기(?)를 했다. 군왕의 지원을 받는 이동인의 탐문에도 협조를 해주는 관아와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신기하고 이상했다.

"영감, 이 정도 해두시고 보고를 드리시지요?"

막하(幕下)가 이원회에게 술 한잔을 따르며 말했다. 영감이란 조선시대 당상관을 일컫는 용어로 훗날 이사관급 공무원을 호칭한 말이다. 전두환시절 검사들을 영감으로 존칭(?)하기도 한 귀에 익은 용어이기도 하다. 지방의 나이 지긋한 군수나 유지들이 새파란 초년 검사를 모시고 영감 영감님하며 떠받들었던 것이다.

"내가 좌우를 좀 돌아보며 살라 그리 일렀건만...."

이원회는 이동인을 아쉬워했다. 이동인은 그가 볼 때 조선에 꼭 필요한 인재였다. 일본에 대해 거의 백지상태인 조선에 이동인은 귀한 일본통이었다.

"죽은 것이 분명합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네. 죽었다면 시신이라도 수습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마저 여의치 않으니."

"시신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꼬리를 남겨놓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겠지. 휴...전하께는 뭐라 보고를 드려야 할지?"

이원회가 술잔을 연신 비우며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려야지요."

"그랬다간 편지풍파가 일어날걸세."

"그럼 어쩌시려고요?"

"그것이 고민 아닌가? 고민...."

이원회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동인이 누군가의 손에 살해된 것 같다는 보고를 군왕이 받는다면 조정에 일대 파란이 일 것은 분명했다. 군왕의 지음을 받는 신하가 막중한 임무를 수행 중에 살해되었다는 것은 군왕의 체통에 관한 것이고 나라의 명예를 해치는 것이었다.

"아문의 당상들께 의견을 구해보셨는지요?"

"구해봤지. 모두들 알아서 하라는 투였네.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말이지."

"땡추가 얼마나 설치고 나다녔어야지요. 츄츄."

"뭐라고?"

"영감, 조금 겸손하면 어디 덧이라도 나는지요?  당상들께서도 얼마나 정나미가 떨어졌으면 나몰라라 한답니까?"

막하가 이동인의 평소 행실을 탓했다. 덕이 있는 자 외롭지 않다 했던가.

"으음..."

"영감,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면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는지요?"

"어떻게?"

이원회가 막하의 입에 귀를 쫑끗 세우며 물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