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응!"

민영익은 이원회와 종사관 채동욱의 방문 이유를 듣고 신음을 토했다.

"대감께서 달리 어떤 생각이라도 계신지요?"

종사관 채동욱이 거듭 물어 말했다. 이동인은 얼마전까진 민영익의 사랑에 묵은 적도 있었다.

"임자의 말은 이동인이 누군가에게 해를 입었단 말인가?"

민영익이 반문을 했다. 채동욱은 과거급제자로 얼마전까지 강화도 군영에서 근무를 하다 도성으로 들어온 인물로 임오군란에서 화를 입고 살해 당하게 된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리가?"

"대감, 한번 생각을 해보십시요? 이동인은 개인적으로 큰 기회를 잡은 사람입니다. 조정에서 큰 공을 들이는 국가 사업의 중심 인물 아닙니까? 그런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면...달리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채동욱은 이동인의 실종을 살인으로 보고 있었다.

"그 자가 살해당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아닌가?  누가 왜 죽었다는 게야?"

민영익은 믿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민영익은 이동인을 잘 안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었기에 그랬다.

"대감, 기찰들의 첩보로는 이동인을 공공연히 손보겠다고 한 사람들이 있다더군요."

"김홍집을 말하나?"

민영익의 눈꼬리가 가늘게 찢어졌다. 민영익도 김홍집이 이동인을 미워한다는 말을 들어 알고 있었다.

"대감도 들어 아시지 않습니까?"

채동욱이 구체적으로 김홍집을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있었다.

"그건 아니야. 암 아니지. 김홍집이 이동인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사실이나...죽이다니...그건 종사관 자네가 조금 더 나간 걸꺼야. 이보게 이부사?"

민영익이 채동욱과 함께온 이원회를 돌아보며 말을 돌렸다.

"대감, 물으시지요?"

"그 자가 없다면 유람단 발행에 애로가 있을 터인데....?"

"유람단의 애로는 고사하고 전하께서 걱정이 대단하십니다."

"전하께서?"

"그 자를 보통 끔찍하게 생각하셨어야지요. 몸져 누우실 정도입니다."

"그 정도셨단 말인가?"

민영익은 입맛을 쩝하고 다셨다. 자신이 군왕께 처음 소개한 인물이 이동인이었다. 군왕은 무엇이던지 한번 빠지면 빠르고 깊게 빠지는 성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