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는 도성권의 불교 총관이 있는 곳이었다. 총관이 조선조정이 전국의 불교사찰을 관리하기 위해 팔도의 유력사찰을 지정하고 친조정적인 승려를 총관으로 임명하고 간접 통제를 하고 있었다. 이동인 탁정식 등 개화기에 잠깐 등장했던 승려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조선후기의 불교의 모습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청허휴정과 유정 이후 어느 정도 성장한 조선불교는 조계임제(曹溪臨濟)계통의 선종이었다. 그렇다고 선수(禪修)에만 전념한 것이 아니라 교학연구에도 힘써 화엄대가(華嚴大家)들도 많았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조선불교에서 원효 이래로 그를 뛰어넘는 인물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조선 말기의 불교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어수선한 정세와 맞물려 민중의 편에 서서 왕실에 저항하고 외세의 침략에 맞서는 한가지 형태와, 현실과는 동떨어져 지배층의 불교 배척에도 불구하고 상류지향적 문화를 추구하면서 지배층에 아부하는 자들이 그것이다. 후자는 나중에 참선과 염불을 구하는 이판승(理判僧)과 절의 사무와 제반 역입에 종사하는 사판승(事判僧)으로 나뉘어 교단의 명맥을 지속시켰다.

그리고 조선의 억불 정책은 국가적 귀족적 불교를 소멸시키고 대중들의 종교로 정착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 미륵신앙이 민중과 밀착하였는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末法 시대의 불교인 미륵신앙이 극성을 떨치게 된다.

이러한 미륵신앙은 조선의 임꺽정의 난, 정여립의 난, 이몽학의 난, 홍경래의 난 등의 민중세력과 불교세력의 형태로 그 흐름이 이어졌다. 그리고 줄곧 승려들이 입성금지의 법령에 묶여 있던 것이 일본 승려들의 요청에 의해 1895년 입성금지가 완전히 해제되었다. 승려의 도성안 출입을 불허한 것이 조선이다. 그리고 그것을 푼 사람들이 일본사람인 것이다.

"통문을 돌리라고요?"

주지 '환성'이 이원회의 방문 목적을 알고 되물었다.

"이동인을 찾으시오. 법명이 지명이라 하오."

"그 자는 이미 승려가 아닌데 어찌 절집에 와서 찾으시는지요?"

"총관, 그 자는 선승이오. 어쩌면 어느 절의 선방에 앉아 삼매에 빠졌는지도 모르니 한번 수배를 해주시오."

"하하, 삼매요?"

"그렇소, 선승이 삼매를 즐긴다는 거 이상한 게 아니지 않소?"

이원회가 환성의 방에 앉아 열려 있는 문밖으로 보이는 오층석탑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으리, 소승도 이동인을 조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나으리께서 그 자를 선승이라 하셨는데 소승은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자가 선승이 아니면 뭐라 말이오?"

"나으리, 선승은 그리 살지 않지요. 선승은 결코 세상에 살지 않습니다."

환성은 이동인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당시 교단은 일본 정토종으로 개종을 한 이동인을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일본이라면 상식이나 기준 이상으로 혐오하던 조선의 풍토에서 이동인의 정토종 입교는 지탄(?)을 끌어모으는 이유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