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인의 실종에 대한 가장 믿음이 가는 기록은 일본인 '하나부사'의 기록이다. 하나부사는 조일간에 본격적인 외교개척기에 7년간이나 조선공사로 재직한 조선통으로 개화당의 유력한 후원자(?)이자 이용자이기도 했다. 이 하나부사에게 1881년 4월15일자로 부산영사관으로부터 한편의 전보가 도착한다.

- 무불(탁정식)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의 말이 이동인은 일을 그르칠 인물이란 것입니다. (이동인 사건은) 애석한 일입니다. 조선군왕은 대원군의 소행으로 보는 모양이나 김옥균 등은 김홍집이나 이조년의 소행으로 믿는 듯합니다. 무불은 김홍집의 신임을 받는 자입니다.

무불이 이번 청국 공사관과 조선간의 중개교섭을 맡아 잘 처리한 것도 전적으로 김홍집의 도움을 받은 때문입니다. 무불의 언급으로 볼 때도 이번 사건은 김홍집이 모살을 결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인은 김홍집과 이조년이 의를 모른다 공박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씨척족들과 대놓고 지내고 공을 탐해 김옥균 등 개화당 인사들이 여러번 충고를 해도 듣지 않다  마침내 일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보고서는 이동인 실종사건의 가장 유력한 단서라 할 수 있다. 탁정식은 이동인의 도반이자 같은 개화파로 일본에도 함께 밀항을 했던 동지였다. 그런 두 사람 사이도 이 보고서를 통해 볼 때에는 무엇인가 틈새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중에서 민씨척족들과 사이가 좋았다거나 급하게 공을 세워 출세(?)를 하고자 한다는 말은 이동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된다.

"그 자를 찾으라. 필요하면 좌우포도청을 발동해서라도 급하게 찾으라?"

"포도청까지요?"

"포도청이 문제냐? 한성부 의금부를 모두 동원해서라도 찾으란 말이다. 내 말 알아 들었니?"

"네 전하."

'어서 나가라 어서."

군왕은 이원회에게 이동인의 수탐을 명했다. 필요하다면 좌우포도청을 동원하라는 사족까지 달아 주었다. 이원회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모든 준비가 끝난 유람단의 출발 앞에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원회는 아문으로 돌아와 막하회의를 소집하고 이동인 탐문에 나섰다. 먼저 이동인이 묵고 있는 숙소부터 그가 친밀하게 교우하던 민영익 김옥균 등에게 연통을 넣어 수배를 하는 한편 좌우포청의 기찰망을 펼치는등 모든 일을 다했다. 이원회는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다.

이원회는 봉은사로 길을 잡았다. 봉은사는 이동인이 자주 가던 사찰이었다. 이동인은 봉은사의 승려 출신이란 말도 있었다. 그곳에 가면 혹시 이동인의 소식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