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를 포섭하는 것은 어떨까?"

"내주라면 왕비를 말하는 겁니까?"

김옥균이 반문을 했다. 두 사람의 손에는 찻잔이 들려 있었다.

"내주는 전하보다도 개화에 더 적극적일쎄. 어제 처음 뵈었는데 그걸 느낄 수 있었네."

"왕비를 뵈었단 말입니까?"

김옥균은 입에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조정의 대신들도 왕비를 쉽게 대면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김옥균도 아직 왕비를 대면한 적이 없었다.

"내주도 개화에 호의적이셨어. 이건 우리 개화당의 호재 아닌가?"

"왕비는 청나라뿐입니다. 일본에 갖는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일 테지요."

김옥균은 앞서가는 이동인을 제어하려 했다. 이동인은 쉽게 흥분하고 말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었다.

"아니야. 전하 옆에 앉아 나의 말을 듣고는 여러번 웃으셨네. 그리고 기뻐하셨어. 고균, 잘하면 내주도 우리편으로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전하 내외분이 우리 개화당을 지원한다면 천하가 우리 것 아닌가? 안 그런가?"

"... ...?"

"고균, 세상이 바뀌고 있네. 드디어 조선에도 개벽이 오는 게야."

이동인이 두손을 불끈 쥐고 소리를 쳤다. 그의 목소리는 굵고 힘이 있었다.

"이공. 개벽은 우리 동지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일이지만 그렇다해도 동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 해야 되겠습니까?"

김옥균이 아직도 사태파악을 하지 못하는 이동인을 답답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허? 고균 지난친 기우일쎄. 김홍집이 그 정도의 인사는 아니지 않는가?"

"이공. 그도 사람입니다. 더구나 그의 막하에는 이조년 같은 외골수들이 있고요."

김옥균은 이조년을 말했다. 도성 안에는 이조년이 공공연히 이동인을 해칠 것이란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하하 그깟 소인배들이야 걱정할 게 뭐가 있겠나? 자 고균, 우리 술 한잔 하세."

이동인이 더는 김옥균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안채에 사람을 불러 술상을 청했다.

"이공, 좀 진지할 수는 없습니까?"

김옥균이 자리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풍고 김조순의 초상화. 조선후기 바둑계의 최대 패트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