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 지금 어디에 있나?"

"청류각에 모셔다 드리고 오는 중입니다."

"청류각에?"

"그 곳 별채가 숙소입니다."

"뭐야?"

김옥균은 깜짝 놀랐다. 원래 도성안에 변변한 거처가 없던 이동인이었으나 기생집을 거처로 삼고 있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김옥균은 이규완을 앞세우고 청류각을 찾았다. 청류각은 청나라 영사관 부근에 있어 영사관 관원들뿐만 아니라 조선의 한다하는 관원들이 무상으로 출입하는 곳이었다. 청영사관은 육의전과 칠패의 중간에 있어 일반 상민들의 왕래도 빈번했다.

"고균?"

이동인이 김옥균의 방문을 받고 기겁(?)을 했다. 이동인은 청류각의 별채를 사용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들끓는 안채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생각외로 조용했다. 이동인은 굵은 촛불에 의지하여 책을 읽던 중이었다.

"좀 들어갑시다."

"오, 들어오시게."

이동인이 자리를 내주었다. 이동인이 연장자였고 김옥균이 먼저 배움을 구한 탓에 형 동생으로 지내는 그들이었다.

"안채로 가 술 한잔 어떤가?"

이동인이 방으로 들어온는 김옥균에게 그러지 말고 안채로 갈 것을 권했다.

"그건 다음에 하고요. 이공, 요즈음 분위기 심상치 않은 거 아시죠?"

김옥균이 이동인의 얼굴을 쏘아보며 말했다. 이동인은 한손에 작은 염주가 들려 있었다.

"하하, 알다마다 허나, 그깟 일은 하찮은 것이니 개의치 않네. 나는  급하다네. 소인배들과 시비를 할 시간이 없어."

이동인이 찻잔을 탁자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조선에 차문화가 유행하던 때였다.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퍼져 있었던 조선의 차문화가 일본인이 들어오면서 그들의 차문화와 함께 한양에 유행하고 있었다.

"이공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김홍집과 갈등은 피해야 합니다. 김홍집이 얼마나 이공의 편의를 돌봐주었습니까?"

김옥균은 작심하고 나왔다. 개화파 인사들의 바둑대회를 준비한 것도 그들 두 사람을 화해(?)시키기 위한 핑계였다.

"그걸 왜 모르겠나? 나는 아직도 김공을 존경하고 귀하게 여긴다네."

"그걸 아시는 분이 사사건건 김홍집의 심기를 거스르는 겁니까?"

'고균. 나는 그의 심기를 거스른 적 없어. 다만 그의 자격지심이 문제인 게지."

"이공?"

김옥균이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무릎을 치며 이동인을 바라보았다.

"고균. 그리 볼 거 없네. 나는 김홍집에게 감정이 없어. 다만 살갑게 대하지 못할 뿐이지."

"왜, 살갑게 대하지를 못하시는지요? 그것도 동지들 간에 말입니다."

"변명 같지만 시간이 없네."

"시간이 없다고요?"

김옥균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개화당 안에 김홍집과 이동인의 비중은 컸다. 처음 조선에 개화당이 태동을 할 때는 김옥균과 박영효의 비중이 컸으나 외연을 넓혀 작금에는 김홍집과 이동인의 비중이 더욱 컸다. 힘이 권력과의 거리차로 결정되던 시대였던 탓이다.

오세창
이동인 김옥균 유대치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기록을 남긴 구한말의 지식인이다. 3.1운동을 주도하기도 한 독립지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