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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콤플렉스와 콩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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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콤플렉스와 콩글리쉬
2006-04-13 조회 5091    프린트스크랩
1. 영어 안통해 외국손님들 큰 불편? 예전 강의에서 태국에 놀러가서 ‘제대로 된 영어’ 하는 영국 사람들 찾다가 왕따를 당한 영국 여자애들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의 끄트머리에 필자는 “이런 저런 신문들이 '영어가 안 통해 외국 손님들 큰 불편' 따위 제목의 기사를 내더라도 싹 무시해버리자”라고 썼는데 기억하시는 지 모르겠다. 사실 한국은 영어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많은 나라다. 길거리를 걸어보면 대부분의 간판에 영어가 병기되어 있고, 교통안내판에도 영어가 있고, 웬만한 관광지에는 모두 영어가 병기된 안내판이 있다. 심지어 지하철을 타도 영어로 된 안내 목소리가 뜬다. 특히 아시아 지역을 많이 돌아다닌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한국이 싱가포르와 홍콩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영어 사용자들을 배려하는 나라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런데도 잊을만 하면 위와 같은 기사가 뜨는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콤플렉스 때문이다. 정작 외국인들은 현지에 와서 영어가 잘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영어가 안 통해도 그러려니 하는데 평소에 영어콤플렉스에 주눅들은 우리가 괜히 제발 저린 꼴이다. 하지만 저런 기사 아무리 많이 나와도 한국인들의 영어실력이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영어콤플렉스만 강화될 뿐이다. 혹시 그런 기사 또 보거들랑 독자 여러분은 싹 무시하시라. 그게 정신건강에 좋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마치 대단한 무엇인 것처럼 취급되어도, 영어란 원래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영어를 잘 하고 어떤 사람은 힘이 세다. 힘 센 건 좋은 일이지만 그걸 너무 자랑하면 우습게 보이지 않는가. 영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영어를 잘 해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변을 돌아보라. 평소에 영어를 쓰는 외국인과 자주 접해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평소에 영어 안 쓰고도 일상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대부분 가끔씩 가게를 찾아오는 외국 손님들을 상대하거나 해외여행을 갈 때 영어를 쓸 뿐이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에는 영어실력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분위기가 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웬지 멋있고, 스스로 영어를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웬지 자존심이 상한다. 이건 도대체 왜 그럴까? 답은 뻔하다. 오래전 조선시대에는 한문 잘 하는 사람이 사회의 지배계급이었듯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지배계급은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영어 능통자가 해방 이후부터 이 나라의 요직을 차지했고, 지금도 그들의 영어 잘 하는 후손들이 소위 '상류 사회'를 차지한 새로운 양반계급이 되어 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행동거지도 왠지 남다르다. 따라서 영어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신분의 상징이 되어 있다. 영어 못하는 사람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고 잘 하는 사람은 당연히 '신분이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온 사람은 '귀한 손님'이고 때로 심지어 나보다 '높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그러니 영어 못하는 게 부끄럽고 창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틀리게 말할까봐 조금 아는 영어도 입으로 내뱉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옆에 나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입을 열어 영어 못하는 걸 드러낸다면, 나의 낮은 신분을 만인에게 알리는 것과 똑 같다. 자존심 팍 상하고 열등감 확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역시 영어란 하나의 기능에 불과하다. 힘 센 사람이 역도 선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듯이 영어 잘하면 무역상이나 번역가로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가 역도 선수나 무역상이나 번역가가 되지 않을 거라면 영어도 힘도 그리 필요없다. 영어는 ‘기능’이다. 그것도 보통 사람들에게 필수적이지 않은 기능이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영어를 ‘신분의 상징’처럼 꾸민다고 해도 역시 영어는 기능이다. 세뇌에 속아 넘어가지 말고 이걸 명심하자. 그러니 혹시 주변에 영어 잘 한다고 잘난 척 하는 인간 있으면 그 인간의 왜곡된 마인드를 비웃어주자. 영어 못 한다고 기죽은 친구가 있으면 그거 별 거 아니라고 말해 주자. 영어 콤플렉스를 영어 못 하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보기에 영어를 ‘상당히 잘 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영어를 쓰는 외국인을 만나서 비교적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비즈니스도 잘 하는 사람들도 영어 콤플렉스가 있다. 그들 역시 정도가 덜할 뿐이지 속으로 고민하고 무의식적으로 주눅들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대부분 영어를 쓸 때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재미있는 장면을 볼 수가 있는데, 평소에 한국사람을 대할 때는 근엄하고 무게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 외국인을 앞에 두고는 갑자기 어린아이가 된 듯 싹싹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건 정말 ‘콤플렉스’란 용어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영어 콤플렉스가 외국인 콤플렉스를 전환된 것이다. 그런데 백인들 앞에서는 기세가 눌리던 사람들이 동남아나 중동 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에게는 마치 노예를 부리는 주인처럼 함부로 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역시 그런 태도를 가져서는 곤란하다.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고, 영어도 안 는다. 그거랑 영어랑 무슨 상관 있냐고? 본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영어 콤플렉스란 기본적으로 계급적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낮은 계급을 숨기려는 무의식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가 생각하기에) 하층계급인 동남아 노동자 앞에서 유세를 떠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상층 계급인) 백인 앞에서 기가 죽는 것과 똑같은 심리상태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런 심리상태를 벗어나지 않으면 영어 콤플렉스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백인 앞에 비굴하고 동남아 노동자 앞에서 유세 떠는 심리상태를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영어를 잘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못 하는 사람이다. 무의식적으로 주눅든 상태에서 영어로 비즈니스를 할 것 아닌가? 특히나 중요한 협상을 하면서 이런 심리 상태를 가지고 있다면 그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필자는 한국의 관리들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매번 손해를 보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런 점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은 역사상 모든 전쟁에서 이기고 모든 협상에서 졌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협상을 잘 못하는 나라로 소문 나 있는데, 유독 한국과의 협상에서만큼은 거의 매번 실리와 명분을 다 챙기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영어를 잘 해도 그 사람의 머리가 콤플렉스에 젖어 있다면 영어배운 보람이 없다. 실제로 영어를 써먹을 때 손해만 본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독자 여러분들 이 점을 꼭 명심하라. 반면에 콤플렉스를 벗어던지면 당신은 지금 당장 영어를 말할 수 있다. 맨날 협상에서 손해만 보는 외교관보다 더 훌륭한 영어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문법이 좀 틀리고 발음이 상대와 좀 다르면 어떤가. 당신이 물건을 팔거나 살 때 좋은 값을 받고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면, 당신은 확실히 그 외교관보다 나은 영어를 하는 사람인 것이다. 2. 사람들이 모르는 콩글리쉬의 의미 앞서의 강의에서 필자는 콩글리쉬, 재플리쉬에는 한국어와 일본어의 특징이 가미되어 있다고 썼다. 사실 대부분의 한국사람은 콩글리쉬를 말하는데, 그거 전혀 문제 없다. 싱가포르 사람은 싱글리쉬를 독일사람은 저멀리쉬(?)를 일본 사람은 재플리쉬 하는 거 아니겠는가. 전혀 문제 없으니 앞으로 영어로 말할 때 혹시 내 영어가 콩글리쉬 아닌가 하고 걱정하지 마시라. 만약 그 콩글리쉬가 잘 안 통하면 설명을 해주면 된다. 이를 테면 상대가 "Handphone? What?"하고 물어오면 손으로 핸드폰을 가리키시라. 그럼 상대는, “Oh, that is handphone. Makes sense.” 하고 웃을 것이다. 발음도 마찬가지다. 한국사람이 영어를 말하면서 미국사람이나 영국사람처럼 발음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전형적인 미국인이나 영국인처럼 말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하여튼 보통의 경우라면 문법이든 발음이든 어느 정도의 콩글리쉬가 없을 수가 없다. 그리고 약간의 콩글리쉬가 섞인 잉글리쉬로 말해도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없다. 물건을 살 때나, 친구를 사귈 때나, 데이트를 할 때, 심지어 비즈니스를 할 때도 약간의 콩글리쉬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도 당신이 영어네이티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감안해서 '새겨' 듣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영어가 '콩글리쉬일까봐' 두려워서 말도 잘 못 꺼냅니다. 그런 경우 영어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두려워서 말을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전에는 절대 영어로 말을 할 수 없다. 조금 시도하다가도 얼굴이 빨개져서 도망치고 마는 것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그런 분 있다면 다시 말씀 드린다. 콩글리쉬 하는 거 절대 부끄러운 거 아닙니다. 전 영어를 1st 랭귀지로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들이 **리쉬 하는 거 많이 봤습니다. 한 사람도 부끄러워하는 사람 없었습니다. 사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조금이라도 외국말 하는 건 자랑이지 부끄러운 일 아닙니다. 하여튼 일상생활에서 콩글리쉬하는 거 완전히 OK다. 물론 더 세련되게 말하면 좋겠지만 콩글리쉬라도 하는 거 괜찮다. 굳이 영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좀 더 공부해서 좀더 세련되게 말하면 된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어떤 사람이 영어로 말을 하면 "뭐야, 콩글리쉬잖어" 하고 면박을 주는 사람이 자신은 한 마디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영어로 '이야기'를 하라면 전혀 못 하는 그 사람이 한국말을 하면서 영어 '단어'들은 왜 그리도 많이 끼워서 쓰는지... 한심하기 그지 없다. -_-;; 하지만 콩글리쉬 쓰면 안 될 때도 확실히 있다. 전세계를 상대로 홍보물을 만들 때가 그런 때인데,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래서는 '홍보'가 안 되거든요. 필자는 평소에는 콩글리쉬에 그리도 민감하던 사람들이 '영어' 홍보물을 만들면서 '과감하게' 콩글리쉬를 쓰는 거 많이 보았다. 이를테면 회사의 브로셔를 만들면서 영어 브로셔는 한국어 브로셔를 콩글리쉬로 번역해서 만드는 경우가 대표적인데, 읽어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런 걸 무슨 엑스포 같은 곳에 들고 가서 외국인들에게 회사 소개를 하고 상품 소개를 할 걸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그보다 조금 더 나은 경우는 콩글리쉬로 번역된 브로셔를 회사 내의(혹은 외부의) 소위 '네이티브'에게 감수를 맡기는 경우인데, 사실 이 경우 역시 문제가 많다. 그 '네이티브'란 작자가 전문 편집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다 한국어를 잘 쓰는 게 아니듯이(사실 한국어를 잘 쓰는 사람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 영어 '네이티브'라고 해서 영어 잘 하는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소위 '네이티브'가 감수한 이상한 영어 문장들을 많이 보았다. 하여튼 이 경우 역시 홍보에 마이너스인 거 확실하다. '절대'라고 하긴 어렵지만 자신 없다면 영어로 쓰지 않는 게 좋을 때도 있다. 주로 한국인 상대로 하는 홍보물이나 광고에 카피 쓸 때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없는 영어 카피보다는 좋은 한국말 카피가 낫다. 이거 다 알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카피라이터들은 영어 카피 만들어내려고 골머리를 앓는다. 영어 카피가 웬지 더 멋있어보이거든요. -_-;;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서울 시가 오랫동안 쓰고 있는 구호인 “Hi Seoul”은 엉터리 영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약간 콩글리쉬적인 말이다. 글자 그래도 해석하면 “서울 안녕”쯤의 뜻인데(이 경우에도 Hi와 Seoul 사이에 쉼표가 들어가는 게 맞다), 서울시가 주체가 되는 상황에서 서울에 사람들에게 “안녕”하고 말을 건네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서울에게 인사를 건네는 뜻을 가진 구호를 쓰는 건 좀 이상한 것이다. 게다가 “하이 서울”은 ‘High Seoul’과 발음이 같아서 ‘고지대에 있는 서울’, 혹은 ‘(대마초 따위를 피우고) 몽롱한 상태의 서울’ 등의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마약 먹고 취한 걸 'high'라고 함.) 필자가 서울시의 담당자였다면 한글로 메인카피를 만들든지 (이 경우에도 전문 카피라이터의 손을 빌린다.), 아니면 영어 카피라이터를 불러서 영어 카피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연히 홍보를 한 회사에서 맡았을 텐데, 그 회사의 생각이 모자라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아마 그랬을 것 같은데, 물론 그 회사를 고른 거 자체가 문제.) 하여튼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쓸 때 콩글리쉬, 아무런 문제 없다. 괜한 콤플렉스 가질 필요 전혀 없다. 열심히 쓰자. 쓰다보면 점점 나아진다. 반대로 안 쓰면 절대 영어 안 는다. 콩글리쉬가 문제가 될 때는 '허영'이 개입될 때이다. 다시 말해 괜히 잘난 척 하려고 영어 쓰면 그게 개인이든지 단체이든지, 심지어 국가기관이든지 우스워진다. ======================================================================== 곽동훈은.. kayhoon@yahoo.com <콤플렉스를 부수면 영어가 터진다>의 저자. 유학이나 어학연수 등의 경험없이 한국에서만 영어를 익혀서 외국인들과의 비즈니스와 사교에 써먹고 있는 사람. 국내최초의 인터넷 문화잡지『펄프』 편집장, 영국의 웹디자인 전문지 『cre@te online』 한국판 편집장을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여성 망명 정부에 대한 공상>, <베일 벗기기: 기호학으로 풀어 읽는 현대문화>, <웬디 베켓 수녀의 명화 이야기>, <시대를 움직인 16인의 리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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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리 |  2006-04-21 오후 4:0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읽고나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이걸 근데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  
츄파춥스 |  2006-04-23 오후 12:1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I feel so good after reading this article.  
WaiBee |  2006-04-26 오후 1:1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cooooooool  
maria000 |  2006-09-12 오후 3:5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 글입니다.  
ks1173 |  2008-10-29 오후 4:54: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1000% 공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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