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한쪽에 피워진 숫불 위에서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났고 그 옆에 장포교의 아내와 아이들이 늘어붙어 에미가 구워 입에 넣어 주는 고기를 넙죽넙죽 받아 먹고 있었다.

까르르.

까르르.

고기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받아 먹는 아이들의 웃음이 싸립문을 넘어 온 동리로 퍼지고 있었다.

"자 한잔 드시지요?"

장포교가 탁주를 한잔 따라 오포장에게 건네주었다. 장포교의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모처럼 처자식이 고기를 굽고 흰쌀밥을 해먹는 모습이 보기 좋은 모양이었다.

"호호 이러다 취하겠네."

"취하시면 어떻습니까? 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호호, 고맙기는 뭘... 임무만 맡겨서..."

"그 친구를 기찰하는 거겠지요?"

장포교가 아직 임무도 받지 않고서도 짐작을 했다.

"호호, 맞아. 그 자를 찬찬히 그러나 정밀하게 기찰을 해야 돼.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거 알지?"

".......!"

"그 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장포교도 느꼈겠지만 지극히 위험한 인물이라 그 말이야."

오포장이 잔을 비우고 넘겨주었다. 그때 장포교의 아내가 접시 위에 구운 고기와 상추를 함께 가져다 놓았다. 큼직하게 썬 고기가 노롯노롯 구워져 있었다.

"호호 고맙네요. 애들 좀 실컷 먹이세요?"

"많이 먹이고 있네요. 안주 좀 드시면서 술 드세요."

오포장은 저분으로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잘익은 고기가 고소했다. 여름날 저녁에 구워먹는 고기맛도 별미였다. 아이들은 이마와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쓰윽 훔치고 밥과 고기를 싼 상추를 입이 터지게 넣으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홍가가 포청이 이 정도로 여길 정도로 위험 인물일까요?"

장포교가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기찰에서 돌아온 후 다시 그곳으로 출행을 한다는 것은 비상 상황이 아니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다.

"호호 생각을 해보게. 서강단이나 폐사군단보다 더 큰 세력이 상인이나 시장을 등치지 않고 굴러가고 있어. 그뿐 아니지. 홍가는 지역 토호들에게 어떤 존재였나? "

"... ...?"

"호호, 재물을 갈취하지 않고도 검계보다 큰 단을 유지하고 지역 토호들은 물론 관아의 아전들까지 자기편으로 만들어 비호를 받고 있어."

"끄응!"

"호호 샅샅히 살펴야 할 거야. 은밀하게 돈이 더 필요하면 지역 이조에서 어음을 끊어. 홍단에 사람을 침투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오포장은 술 한잔을 더 받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잔 두잔 받아 마신 술이 과한 듯했다. 장포교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포장을 배웅하러 나섰다. 그들은 조선의 기찰포교들이었다. 천대받고 녹봉 보잘 것 없는 신분이었으나 그들 조선의 포교들은 조정을 보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