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날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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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날을 아시나요
2003-09-19     프린트|스크랩
격조하였습니다 ^^;

언제나 퀴즈로 굿모닝오로의 포석을 시작하는 양실짱.
오늘도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기 위하여 퀴즈거리 하나를 준비해 왔습지요.

“9월 5일은 무슨 날일까요?”

양실짱의 생일이 아니냐구요? ^^

물론 땡!
9월 5일은 바로 한국기원의 창립기념일입니다.
아아, 흥분하시는 분이 벌써 계시는군요. 아드레날린이 쿨쿨 솟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옵니다 ^^;

이건 연습. 진짜 문제 다시 나갑니다.

“그렇다면 11월 … 5일은 무슨 날일까요?”

이번엔 진짜 문제이므로 보기를 드리도록 하지요.

ꊱ 체스의 날
ꊲ 오목의 날
ꊳ 알까기의 날
ꊴ 바둑의 날

자, 어떻습니까? 모두들 맞출 수 있으셨는지요?

11월 5일은 바둑의 날입니다. 오늘 양실짱은 이 바둑의 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창립기념일과 바둑의 날은 모두 한국기원의 생일입니다.
어떻게 생일이 두 개 일수 있냐구요? 생일상을 두 번 받아먹기 위해 양력은 창립기념일, 음력은 바둑의 날로 정해놓은 건 아니냐구요? 설마 그럴리가요 ^^

우선 한국기원 창립기념일이 왜 9월 5일인지를 알아보겠습니다.
한국기원의 전신인 대한기원은 1953년 겨울, 발전적 해체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발전적 해체’란 말 그대로입니다. 더 자알~ 해보기 위해 기존에 있는 것을 해체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H.O.T 해체도 발전적 해체였냐구요? 직접 팬 사이트라도 가셔서 물어 보세요 -_-;

해를 넘긴 1954년 1월 28일. 드디어 대한기원은 사단법인 한국기원이란 새 옷을 좌악 빼 입고는 다시금 팬들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한국기원의 창립기념일은 이 사단법인 한국기원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어, 그런데 왜 날짜가 틀릴까요? 그러고 보니 창립기념일은 9월 5일. 사단법인 한국기원이 태어난 날은 1월 28일!

사유인즉 이렇다죠.
9월 5일은 바로 사단법인 한국기원이 법적으로 등기를 마친 날이랍니다. 즉, 출생은 1월에 했지만 이래저래 미적거리다 보니 9월이나 되어서야 출생신고를 마쳤다는 얘기죠. 그러니 법적인 탄생일은 1954년 9월 5일. 주변에도 보면 실제 생일과 주민등록증 생일이 다른 사람들이 꽤 있죠? 물론 이를 악용해서 나이를 속이는 파렴치한 사람들도 꽤 있더군요. -_-+ (○○팀 P대리! 당신 늘 수상해. 앞으로 양실짱이랑 맞먹지맛!)

자, 이것으로 창립기념일의 비리(?)에 대해서는 잘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바둑의 날은 또 뭔가요? 이번엔 재단법인으로 등기를 한 날일까요?
아닙니다. 한국기원이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한 것은 1970년 3월 25일의 일이니, 바둑의 날인 11월 5일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지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11월 5일 바둑의 날에 얽힌 비화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때는 2000년 ○월. 당시 한국기원 사무국의 J 사무총장은 바둑의 날을 선정하기로 하고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였습니다. 바둑문화 창달과 보급, 그리고 바둑이 올바른 국민문화로 정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거창하죠? ^^) 바둑의 날을 정하자! 그래서 바둑의 날이 되면 프로기사들을 좌악 거리에 풀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 지도다면기도 두게 하고, 기원은 하루 동안 기료를 안 받고, 사이버오로는 마구 마구 포인트를 이용자들에게 퍼주는 … !! (물론 모두 양실짱 생각입니다 -_-)

어쨌든 이날 이사회에서는 “거, 모처럼 매우 좋은 안건을 내시었소” 하며 흔쾌히 사단법인 한국기원의 등기날을 바둑의 날로 정하기로 결정했다죠. 그리하여.

사단법인 한국기원 등기일 = 한국기원 창립기념일 = 바둑의 날 = 노는 날 ^^;

이런 등식이 성립되게 된 것이죠.

그런데 며칠 뒤 뜻밖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건강도 좋지 않으신 조남철 선생께서 사무국에 전화를 걸어오신 것이죠.

조남철 : 나 졸세. [번역 : 나 조(남철)일세]
직원 : 앗,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조남철 : 거, 바둑의 날을 정했다고?
직원 : 예, 그랬다네요. 이사회에서 통과가 되었답니다아!!! (고래고래)
조남철 : 그런데 날짜가 언제라고?
직원 : 9월 5일이랍니다아!!! (올해 여든 하나이신 조 선생님은 귀가 상당히 어두우심)
조남철 : 왜 9월 5일이야?
직원 : 그날이 바로 사단법인 한국기원이 정식으로 등기를 마친 날이기 때문이랍니다.
직원 : 기원 창립기념일이기도 하지요!!!

조남철 : 이 사람아! 바둑의 날은 원래부터 있었어. 그런데 또 정하긴 뭘 정해!
직원: 네에? 0.0;

조남철 선생의 말씀은 이러하셨습니다.
197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33년 전.
이미 한국기원에서 11월 5일을 바둑의 날로 제정한 바 있다는 말씀이셨지요.
제정은 하였으되 매년 별 다른 행사 없이 지내다보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까맣게 잊혀져 갔고,
결국 후학들은 바둑의 날을 선배들이 정해놓은 줄도 모르고 또다시 바둑의 날을 제정하는, 희대의 개콘을 벌이게 된 겁니다. 그것도 “매우 뜻 깊은 일이니 잘 추진하시오”라는 격려와 칭찬까지 받으며 말이지요 ^^;

조남철 선생의 지적으로 사무국은 부랴부랴 사실 확인에 나섰고, 11월 5일을 바둑의 날로 제정했다는 옛 자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찌 되었냐구요?

물론 바둑의 날이 11월 5일로 제 생일을 찾게 되었지요.
그렇다면 왜 하필 11월 5일이 바둑의 날이 되는 것이냐 ….
11월 5일은 한국기원의 모태인 한성기원이 간판을 내건 날입니다. 해방된 해의 일이니 1945년.
44년 일본에서 프로초단이 되어 귀국한 조남철 청년은 45년 전남 구례에서 해방을 맞았고, 몇 달 뒤 상경해서는 기도보국(棋道報國)의 꿈을 펴기 위해 서울 남산동에 한성기원을 열었습니다. 바로 이 날이 11월 5일인 것이죠.

[↗사진2 설명] 한성기원은 몇 년 뒤 사동궁으로 자리를 옮겨 조선기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됩니다. 사동궁궐이 있던 곳에는 현재 도원이라는 큰 한식당이 자리하고 있더군요. 궁궐터여서 그럴까요? 한식당 건물도 무슨 궁궐같이 생겼네요.

자, 그럼 정리를 해봅니다.

사단법인 한국기원 등기일 = 한국기원 창립기념일 = 노는 날
바둑의 날 = 한성기원 설립일 = 기도보국의 뜻을 기리는 날 = 열심히 일하는 날 ㅜ.ㅡ


글을 마치기 전에 조남철 선생께서 바둑의 날에 대해 남기신 말씀을 들려드리지요. 이 이야기야말로 당시의 기록 자료보다 500배쯤 더 ‘바둑의 날 = 11월 5일’론의 정당함을 보여주는, 빼도 박도 못 할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남철 선생, “거 수영(김수영 7단)이한테 물어봐. 그때 그 놈이 결혼을 했는데, ‘일평생 기도외길을 걷는 바둑인으로서 나는 바둑의 날에 결혼을 하겠노라’고 우기더니만 결국 그 날짜에 결혼을 했어. 그러니까 그 놈 결혼기념일이 바로 바둑의 날이라고!!”

(☜ 김수영 7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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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인님 |  2003-09-19 오후 4:4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의 날에도 이런 재밌는 일화가 있었다니... 조남철 선생님의 말씀이 아주 걸작이네요.  
장수회 |  2003-10-02 오후 5:4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김사범님의 재미있는 리필이 있음 좋게다..  
@비가 |  2004-10-20 오전 3:3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김수영님 결혼기념일은 정말 많은사람들이 기뻐하는 날이겠네엽^^*******  
대충대충 |  2021-11-05 오전 11:21: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작고하신 김수영 사범님이 그리워지네요.  
aicls |  2021-11-05 오후 7:09: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었습니다. 2001년 오로에서 바둑을 첨 배운 저로서는 오로생일이 더 궁금하네요. 조국
수님은 그냥 단군느낌이지만 이창호프로는 이순신장군느낌이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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