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탐험] 한 여름의 괴기, 4수 늘어진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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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진 패와 관련되어 돌아다니는 격언 비슷한 말이 있다. 또 그에 반하여 패의 속성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들도 있다. 격언보다는 역시 현실에서 일어난 에피소드가 더욱 짜릿하다.
늘어진 패의 가치없음을 논하는 격언은 '3수이상 늘어진 패는 패도 아니다'라는 말이며, 승부에서 3수이상 늘어진 패로 저항해도 별 소득이 없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끝까지 패를 해소하여 이기려면 상대는 무려 3수 이상을 다른데 둘 수 있는 것일테니까.
그와는 반대로 패의 끈질긴 생명력과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파장을 극적으로 설명할 때 인용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된장바둑,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실전파로 '야전사령관'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서봉수 9단과 삼중허리 린하이펑 9단이 그 주인공인데, 둘간의 피나는 대국에서 무려 4수이상 늘어진 패가 승부를 바꾸었기 때문에 종종 인용이 되곤 하는 것이다.
그 바둑은 89년 7월 1일 여름 일본에서 열린 제2회 후지쯔배 준결승戰이었다.
전세는 백을 잡은 서봉수 9단의 대우세. 좌하귀에 패같지도 않은 형태가 남아 있었는데 서봉수 9단은 기회를 봐서 한번쯤 가일수를 할 기회가 계속해서 있었다. 그러나 종반으로 치닫기 까지 서봉수 9단은 가일수를 하지 않았다. 서봉수 9단 본인도 이바둑에서 설마 338수까지 가는 큰 변화가 일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창호가 존경해 마지 않았다는 '린하이펑' 은 마지막으로 불씨를 당겼다. 아마 최후까지 '패 같지도 않은 패' 하나에 승부의 모든 감각을 집중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타이밍이 되었을 때 불을 당겼고, 결과적으로 그림과 같은 패의 형태가 출현했다. 그리고 그 패를 기화로 역전에 성공했다. 무서운 집념이다.( 이 패가 출현하기 전까지를 보더라도, 패라고 보아 주기가 힘든, 그런 면이 있다.)
총 수순은 미리 말했다시피 338수, 4수늘어진 패를 작열한 린하이펑 9단이 흑으로 2집반을 남겼다.아마 세계대회중 가장 긴 최장 수순이 아닐까?
지금 다시 보니 약간은 괴기스런 느낌도 드는 무진장 늘어진 패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말도 자주 나온다. '패는 요술장이라고'
○... 그림은 패의 모습이 완료되었을 때의 모습, 흑은 X로 표시된 부분을 모두 메워야 한다.(이게 패같이 보이는가? 아, 그런데 승부패였다.)
●... 관련 기보를 클릭하면 총 수순을 감상할 수 있다, 한번 감상해보자, 4수 늘어진 패에 이르르면 좀 서늘하다.
[C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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