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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suk In Our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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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suk In Our Time
한국기원이 출간한 「현대정석」의 영문판이 나왔다.
이 「현대정석」영문판은 미주, 유럽 등지의 바둑인들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이른바 한국바둑의 ‘세계경영’을 향한 첨병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한국바둑출판사상 영문판이 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의 일. 세계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바둑에 대한 세계바둑인들의 관심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바둑은 그들의 갈증을 속시원히 풀어줄 만한 대안을, 특히 출판물에 관해서는 거의 무대책으로 일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세계사이버바둑의 중심’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의 한국기원 사이버기원을 비롯한 국내 바둑인터넷업계의 노력 덕에 인터넷상에서는 일단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바둑이 발빠른 행마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업계의 호언마냥 수년 내 한국바둑이 세계 사이버바둑계의 종주국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온라인의 이런 쾌속행마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오프라인의 첫 단추가 바로 「현대정석」영문판(영제 : Jungsuk In Our Time)이다. 한국기원 출판부에서는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프로기사 남치영 初단에게 의뢰, 지난 7월초순부터 9월말까지 3개월 여 간 번역 및 감수작업을 해왔다.
“첫 번역물인만큼 어떤 책을 번역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어요. 출판부 담당자분들과 회의도 많이 하고, 또 해외바둑출판시장도 나름대로 조사를 한 결과 정석관련책이 가장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죠.”
남初단은 시장조사결과 해외에서 가장 많이 번역, 보급된 서적이 사활, 묘수풀이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음은 대국집, 입문서, 정석서 순이었다는 것.
김치냐, 기무치냐
첫 번역물인지라 어려움도 많이 따랐다. 특히 용어의 문제는 넘기 힘든, 그러나 반드시 넘어야 할 고난도 코스였다. 과연 한국식 바둑용어를 발음대로 영문표기 할 것인지, 아니면 이미 영어화된 표현을 사용할 것인지, 세계적으로 이미 보편화된 일본식
표기를 따를 것인지가 걸림돌이었다. 특히 바둑용어의 일본식 표기의 잔재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30여 년 전부터 영문서적을 번역, 해외에 보급해 온 일본인만큼 비록 대부분의 기초용어들이 영어화됐다고 하나 조세키(정석), 아다리(단수) 등 일본식 용어의 힘은 여전히 펄펄했다.
이에 역자는 ‘영문 고유표기가 있는 것은 그대로, 한국용어는 발음상 영문표기로, 발음이 어려우면 새 용어로’라는 원칙을 세워 놓고 번역에 착수했다. 따라서 ‘빵때림’, ‘꼬부림’과 같이 그대로 영문표기로 옮길 경우 지나치게 길거나 발음이 어려워 ‘Bang-off', ‘Bend' 등으로 표기했으며, ‘단수’, ‘맥’, ‘선수’ 등의 용어는 그대로 ‘Dansoo', ‘Maek', ‘Sunsoo' 등으로 옮겼다.
원전에 실린 해설의 모호함 역시 번역상의 난맥이었다. 한국 고유의 은근한 표현방식이 합리성을 우선 시하는 서구인들의 눈엔 다소 두리뭉실함으로 비추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데다 일부는 영어로 번역하는 것조차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앞으로 우리 바둑 책들이 더욱 많이 번역, 출간되기 위해서라도 「현대정석」영문버전이 파란 눈의 기사들에게 많이 보급되었으면 좋겠어요.” 남初단은 유럽여행 중 조훈현, 이창호 등 한국 최고기사들의 서적이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영문으로 출간돼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마치 김치 대신 판을 치고 있는 기무치처럼.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한국바둑의 세계화를 위해 장도를 떠나는 「현대정석」영문판은 상, 하 두 권으로 된 원전을 좀더 세분화 해 3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에 나온 첫 권은 소목정석만을 다룬 「소목편」. 앞으로 「화점편」과 「고목■외목편」이 연이어 출간된다.
「현대정석」영문판의 가격은 20달러. 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한국기원 영업부(☎2291-7240)로 문의하시면 된다.
<양형모 기자/ryuhon@badu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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