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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은 당당한 '세계랭킹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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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은 당당한 '세계랭킹 1위!'
배태일 "박정환은 국내용이 아니다!"
| 배태일 2015-01-28 오후 10:26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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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환이 근년에 국제 타이틀을 따지 못했다고 그를 '국내용'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랭킹 1위도 순전히 '애국용 랭킹'이라고 깎아내린다. 진짜 그런가? 그가 국제무대에서 거둔 전적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혁혁하다. 특히 태극마크를 달고 뛴 대회에서의 공로로 보면, 이창호 이후 가장 탁월하다. 세계타이틀을 보유했느냐의 잣대 하나가 박정환의 랭킹1위를 부정할 만큼, 절대적인 측정치일까? 이 점을 한번 이야기해 보자. |
세계랭킹이란?
박정환이 필자가 발표한 2015년 1월 세계바둑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자 ‘세계 기전’ 타이틀이 없는 선수가 1위가 되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면 누가 세계랭킹 1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이에 대답하려면 먼저 세계바둑 랭킹이 무엇인지 짚어야 한다.
세계바둑 랭킹은 전세계에 있는 전문기사들 중에서 누가 바둑을 잘 두는가를 파악하여 랭킹을 매기는 것이다. 단순히 세계기전의 타이틀 수를 헤아리는 것이 아니다. 수학은 말할 것 없고 산수도 모르는 유치원생들도 작은 숫자는 헤아릴 수 있다. 그렇다고 정교한 프로그램을 짤 필요도 없고 방대한 대국 자료를 정리할 필요도 없이 아무나 숫자만 세어서 단순한 곱셈과 덧셈으로 랭킹을 매길 수 있는 것을 ‘제도’라고 말할 수 없다.
세계바둑 랭킹은 세계기전의 결과만으로 계산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바둑 실력을 평가하는 데 기사들이 대국한 극히 일부의 자료로 평가하는 것은 기본상식에 어긋난다.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극히 제한된 정보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일년에 평균 몇 개의 세계기전이 있는가 따져 보자. 삼성화재배-매년 1회; LG배-매년 1회; 바이링배-0.5회(격년 개최); 몽백합배-0.5회(격년 개최); 춘란배-0.5회(격년 개최); 응씨배-0.25회(4년 주기)이다. 이렇게 해서 일년 평균 3.75개의 세계기전이 열리는데 이렇게 작은 숫자의 기전의 결과를 가지고 기사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정보가 없어서 적은 양의 정보로 결론을 내릴 때에는 그런 결론이 부정확하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과거의 결론을 수정해야 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하물며 많은 양의 정보가 있는데도 일부러 그 중의 극히 일부의 정보를 골라서 결론을 내리라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므로 김지석이 세계기전 타이틀을 땄다고 박정환보다 바둑을 더 잘 둔다고 말할 수 없다. 최근에 대결한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에서 박정환에게 1승2패로 진 것을 포함해서, 김지석은 역대전적에서 박정환에게 5승16패로 밀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다 배제하고 김지석이 박정환보다 바둑을 더 잘 두니까 랭킹이 높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가?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에서 박정환과 김지석이 대국했을 때에 매 대국의 초반 베팅에서 박정환이 훨씬 앞선 것은 많은 바둑인들이 박정환이 이길 확률이 높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박정환과 김지석은 현재 한국랭킹 1, 2위이기도 하면서 세계랭킹 1, 2위를 달리고 있는 기사다. 지난해 김지석 9단이 삼성화재배를 우승하고 LG배 결승에 오르면서 단숨에 세계 최정상을 넘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타이틀이 없는 박정환보다는 김지석이 실제 랭킹1위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프로의 순위는 성적, 곧 데이터로 말을 한다. 두 기사는 곧 2월에 LG배를 놓고 5번기를 벌인다. 누가 진정한 일인자냐? 자국 기사끼리의 결전인 데도 그 어느 대결보다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국기사들의 중국랭킹
한국바둑의 3강이 세계바둑 랭킹 1, 2, 3위를 휩쓴 것은 필자의 랭킹이 ‘애국 랭킹’이기 때문인가? 중국기사들 중에서 누가 박정환보다 바둑을 더 잘 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중국 1위인 스웨인가? 스웨는 2014~15년 국제기전에서 활약이 미약하여 박정환보다 훨씬 못하고 중국 내 기전에서도 탁월한 성적을 얻지 못했으므로 그렇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커제가 세계기전 타이틀을 땄고, 다른 중국기사들은 2014~15년의 기전에서 아직 타이틀 딴 것이 없다고 커제를 중국 1위라고 말할 수 있는가? 중국 1위도 아닌 기사를 국제기전 타이틀 하나 땄다고 박정환보다 바둑을 더 잘 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문제를 중국랭킹에 나타난 한국기사들의 랭킹 점수를 분석해서 풀어보자.
중국기원은 일찍이 1998년부터 통계적 랭킹제도인 ‘일로 제도’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2012년 말까지 사용된 랭킹제도에서는 1년에 단 세번 랭킹을 발표했고 그것도 자료 마감이 끝나고도 한달쯤 뒤에야 발표했다. 게다가 당시에 한국의 10위 이내의 기사들에게 거의 전패한 저우루이양이 2011년 1년 동안 1위를 차지하자 중국기원 랭킹제도에 대한 비판이 심해졌다.
그러자 중국기원은 한국기원의 랭킹제도를 참고하여 2013년 1월부터 개선된 제도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매달 초에 지난달 말까지의 전적을 입력하여 계산한 점수를 발표하여 왔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개선책으로 <베일에 싸인 중국 랭킹제도>라는 필자의 비판에 대응해서 대국별 점수 변화표를 매달 발표해 왔다.
중국기원 랭킹제도에서, 중국기사들이 외국기사들과 대국한 결과에 따라 중국기사들의 점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외국기사들의 랭킹 점수를 매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기사들이 중국랭킹 점수를 얼마나 얻었고 그 점수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가 궁금하다.
중국기원은 자세한 세계바둑 랭킹을 매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편법을 써서 외국기사들에게 임의적으로 초기 점수를 부여하고, 공식기전으로 인정하는 중국의 갑을병조 리그에 참여하는 외국기사들의 전적과 국제기전에서 중국 기사들과 대국한 외국기사들의 전적을 토대로 그들의 점수를 계산해 왔다.
중국기원 랭킹제도에서는 한국기사들을 한국1-3위, 한국4-7위, 한국8-12위, 한국13-18위, 한국19-25위, 한국26-35위, 한국36-50위, 한국51-70위, 한국71-100위, 한국101위 이하로 10개의 묶음으로 나누어 모아서 각 묶음이 마치 한 대국자인 것처럼 간주하여 각 그룹의 점수를 계산해 왔다. 각 그룹의 멤버는 한국기원의 그때 그때 발표하는 랭킹에 따라 정해진다.
한국의 1-3위의 초기 점수는 2669점이었다. 그럼 비슷한 무렵, 2013년 1월 말까지의 성적을 집계해 2월에 발표한 중국랭킹의 점수는 어떠한가. 공동 1위를 기록한 구리와 퉈자시가 2668점을 받았으며, 3위인 천야오예가 2667점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한국 1-3위의 점수가 중국 1-3위의 평균 점수보다 1.33이 높았으므로 공정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4-7위의 초기 점수는 2649점이었다.
한국기사들의 중국 랭킹 점수가 그 후에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1]에서 한국1-3위와 2013년 초에 중국 1위였던 구리와, 그 이후 중국 1위에 가장 많이 오른 스웨의 점수 변화를 비교해 보자. 여기서 한국기원의 관행을 따라서 2015년 1월에 발표된 중국랭킹을 1월 랭킹으로 여긴다. (중국기원에서는 이를 2014년 12월31일‘마감랭킹’이라고 부른다.)
▲ [그림1] 한국1-3위와 스웨와 구리의 중국 랭킹 점수 변화
이 그림에 따르면, 2013년 전반에는 한국 최강자들이 중국 최강자들의 점수와 비슷했는데, 2013년 후반에 조금 낮아졌다. 그러다가 2014년 들어서부터 한국1-3위의 점수가 오르더니 지금은 스웨의 점수보다 훨씬 높아졌다. 최근에 발표된 스웨의 점수가 2683점인데, 한국1-3위의 점수는 2723점으로 스웨의 점수보다 40점이 높다.
중국기원의 랭킹 점수가 한국기원의 랭킹 점수보다 2배가 더 촘촘하므로 40점 차이는 한국기원 랭킹 점수 차이 80점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 점수 차이는 제법 큰 차이이고 이에 해당하는 고점자의 승률기대치는 56%이다.
중국의 1, 2, 3위의 점수를 평균하면 2663이므로 한국1-3위의 중국 랭킹 점수가 이 점수보다 60점이 높다. 그러므로 한국 랭킹 1-3위가 세계 랭킹 1-3위라는 것이 설득력 있고, 결코 ‘애국 랭킹’ 으로 매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다시 힘내는 한국 바둑(2014년 10월 26일)>이라는 글에서 “중국발 황사에 휩쓸린 한국바둑계는 2013년에 단 한개의 국제기전 타이틀도 따지 못하고 중국에게 모두 빼앗겨서 더는 ‘세계 최강’이란 말을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금년에는 중국발 황사바람을 잠재울만한 따뜻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 필자가 지적한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다.
박정환은 국내용이 아니다
[그림1]에 보인 한국1-3위의 점수는 한국 국내기전의 결과가 포함된 것이 아니고 국제기전과 중국의 갑조리그에서 중국기사들과 대국해서 얻은 점수이다. 한국 1-3위에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는 이세돌, 박정환, 최철한이 들었고, 4월에 김지석이 최철한 대신 3강에 들었고, 2013년 7월 이후 18개월 동안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의 순서가 변하지 않고 한국 랭킹 최상위를 점령해 왔다.
이들 3강이 2014년도 중국기사들과 싸워 거둔 전적을 <표1>에서 살펴보자. 한국1-3위가 1년 동안에 중국기사들과 109 대국을 가졌으므로 이에 근거한 랭킹 점수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 이 표에서 보듯이 박정환의 승률이 75.6%로 가장 높고 대국도 가장 많이 했다. 그러므로 박정환이 국내에서만 잘한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다.
▲ <표1> 2014년 한국 3강의 대 중국기사 전적
㈜ 김지석의 4패에는 농심신라면배의 1패와 초상부동산배의 1패가 포함됨.
위에서는 2014년의 전적을 논했는데, 박정환이 최근 몇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이룩한 업적을 <표2>에 요약해 보자.
▲ <표2> 박정환의 국제무대 활약상
㈜ 빨간 글씨는 국가 대표 활동을 나타냄.
위에서 보았듯이 박정환의 국제적 활약은 혁혁하고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전에서는 이창호 이후로 최고의 공헌을 한 기사이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 농심신라면배, 초상부동산배 등은 국가대표선수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것이고, 한중천원전은 태극마크는 달지 않지만 한국과 중국의 천원 자격으로 출전하기 때문에 국가대항의 성격을 가진다. 그 외의 국제기전은 다 개인전인데, 애국적인 마음으로 응원하는 바둑인들이 개인전의 우승을 국가대표팀의 우승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중국은 2012년에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을 이끈 셰허를 국제기전 우승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서 9단으로 승단시켰고, 기전의 시딩에도 동등한 대우를 했었다.
한국인들의 금메달 집착증은 한국인들의 인터넷 댓글을 통해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역사적으로 강대국 옆에서 살아왔기에 스포츠에서 거두는 금메달을 통해서 약소국의 설움을 달래보려는 성향이 있다고 외국에서 평가한다. 손기정의 올림픽 마라톤 우승에서부터 한국인들의 금메달 집착증은 시작되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가 기쁘고 감격스러워서 우는 것이 아니라 실망하고 슬퍼서 우는 경우는 한국선수밖에 없다고 얘기할 정도다. 그런 맥락에서 두뇌스포츠의 경연장인 바둑의 국제대회에서 한국선수가 우승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를 하겠는데 은메달을 딴 선수를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은 한국이 경제강국이 되었다. 그런데도 금메달에 집착하는 것은 일종의 국수주에 젖은 사고다. 조금 자유스러워졌으면 싶다.
김지석의 삼성화재배 우승은 값진 것이고, 특히 10대에 두각을 나타내고는 그 후에 발전이 더뎌 아쉬움을 주는 기사들이 많은 이 즈음에, 만 25세에 국제기전 타이틀을 처음 땄으며 지금도 실력이 늘고 있는 대기만성형의 김지석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거기에 덩달아서, 번번이 국제기전 우승을 놓치고 있다 하여 박정환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 한국의 농심신라면배 신화는 과거 '이창호'라는 영웅이 이끌었고, 지금은 '박정환'이 맥을 잇고 있다. 2013년 14회 대회에서 박정환은 한국의 주장으로 출전했다. 농심신라면배에 처음으로 출전하면서 곧장 주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당연히 굉장한 부담감에 짓눌릴 만했지만, 막판 중국의 공세를 모두 막아내고 한국의 대회 11번째 승리를 일궈낸 바 있다.
▲ 한중대항전인 초상부동산배는 양국의 최정예 5명씩이 출전해 승부를 겨루는 대회다. 지난해 제4회 대회에서는 주장 박정환이 1회전에서 저우루이양을 제압하고, 이어 2회전 주장전에서도 '한국기사들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스웨(사진 왼쪽 대국자)를 이겨 한국우승의 이끌었다.
다시 힘을 내는 한국기사들
[그림2]에 한국기사들의 중국 랭킹 점수 변화를 그렸다. 한국 1-3위의 점수만 는 것이 아니고 한국 8-12, 13-18위, 19-25위 그룹의 점수가 2014년에 들어와서 증가했다. [그림2]에 보인 그룹에서 한국 4-7위의 점수만 예외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 그러므로 중국랭킹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는 중국바둑 관계자들은 한국바둑의 경쟁력이 2014년에 들어와서 높아진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본다.
필자가 <다시 힘내는 한국바둑>에서 이미 지적했고, 최근의 세계랭킹 분석(2015년 1월 8일)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한국기사들의 중국 랭킹 점수의 변화에서도 한국바둑의 경쟁력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림2] 한국기사들의 중국기원 랭킹 점수의 변화
이 그림에서 한국 19-25위 그룹이 한국 13-18위는 물론 한국 8-12위 그룹보다 오히려 점수가 더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변화의 조짐이 이미 2013년 7월점수에 나타났다. 해서 2013년 6월에 한국기사들이 중국기사들과 대국한 기록을 ‘중국기원 랭킹 변화’에서 찾아보았다. 구체적으로 대국별 점수 변화로 찾아보았더니, 그 달에 LG배 32강전과 16강전이 열렸고 중국 을조리그 대국이 있었다. 그 달 한국기사들의 대 중국기사 전적은 한국 19-25위 그룹이 11승 3패의 아주 좋은 전적을 거두었고, 8-12위 그룹은 8승 10패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당시에 한국 8-12위 그룹에는 이창호, 박영훈, 김승재가 속했고(백홍석과 윤준상은 군복무 중이라 대국이 없었음), 한국 19-25위 그룹에는 변상일, 나현, 이동훈, 안국현 등이 속했다. 즉 고참 또는 중고참이 속한 전자 그룹보다 후위인 신예그룹이 더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장래성 있는 일이고, 이 그룹이 더 높은 점수를 이후에도 계속 유지해 온 것은 이들이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는 것을 뜻한다.
[그림2]에 보면 한국 8-12위, 한국 13-18위, 한국 19-25위 그룹의 점수가 모두 2013년 초반에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중국기원의 랭킹 산정에서 중국 신예기사들이 저평가되고 있는 요인 탓이다. 실력보다 낮은 랭킹 점수를 받고 있는 중국의 신예들과 한국기사들이 국제기전 예선전과 중국을조리그에서 대국한 것이 많아서 그렇다. 그래서 한국의 이 그룹들이 한국 4-8위 그룹이 받은 중국 랭킹 점수보다 한참 낮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 8위에서 25위까지의 세 그룹의 점수가 2014년 들어서 전체적으로 작게나마 모두 올라간 것은 한국바둑의 경쟁력이 높아진(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현, 이동훈 등의 신예 강자들이 한국 8-12위 그룹에 들어갔기 때문에 2015년에는 이 그룹의 점수가 많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맺는 말
 필자가 세계바둑 랭킹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한국의 1, 2, 3위가 세계 랭킹 1, 2, 3위를 차지했다. 이것은 필자의 랭킹이 “애국적”이라서가 아니라 2014년에 한국의 바둑경쟁력이 향상된 덕이다. 이것은 국제대회의 결과에 서도 증명되고, 중국기원 공식 랭킹에서 계산하는 한국기사들의 점수 변화에서도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박정환이 근년에 국제 타이틀을 따지 못했다고 그를 “국내용”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의 국제무대 성적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혁혁하다. 특히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팀 간의 경쟁에 나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것은 이창호 이래 가장 탁월하다. 그리고 실력적으로도 현 시점에서 박정환 대신에 이 사람이 세계 랭킹 1위가 되어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할만한 대상이 없다.
남이 잘하는 것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 좋지 남의 약점을 잡아서 깎아 내리려는 습성은 좋지 않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이 1월 15일인데 미국 연방정부는 그의 생일 이후의 첫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키고 있다. 그의 약점을 찾자면 많지만 공로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해 기리는 것이다. 제정 러시의 로마노프 왕조는 1613년에서 1917년까지 약 300년 유지되었는데, 피터 대왕(1721-25년 재위)과 캐터린 대왕(1762-96년 재위)의 두(명이나) 왕을 대왕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4,300년(그것도 과장해서 반만년이라고 함)의 ‘빛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에는 광개토대왕과 세종대왕만 역사책에 대왕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얼마나 남을 칭찬하는 데 인색한지 볼 수 있는 증거이다.
한국바둑의 경쟁력이 2014년 들어서 향상된 것은 좋은 일인데, 그렇다고 이제는 됐다고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일년 전에는 거의 무명이었던 커제가 그 사이에 용암이 분출하듯 급성장해서 바이링배 타이틀을 땄다. 문제는, 중국에는 이런 후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비관하지 말고 우리가 꾸준히 노력하여 잘 대비하면 싸울 만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배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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