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제8회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에 대한 뉴스 컨셉은 다음과 같았다. 아마 다른 매체에 실린 삼성화재배 뉴스도 이와 비슷한 것이었을 것이다. "18세 소년 박영훈의 바둑 혁명(Revolution)" 그리고 "돌아온 전설 조치훈의 부활(Resurrection)" 이 그것.
결과는 '승부사 조치훈 9단의 부활'이었다. 어린왕자 박영훈 4단을 2-1로 꺾고 12년만에 부활의 나래를 활짝 펼친 것이다. 특히 결승3국의 마지막 중앙전 수순은 너무 드라마틱한 것이어서 보는 사람들도 모두 숨죽이고 바라본 장면이었다. 실력과 투혼을 떠나 "지나고 나면 운명"이라고 말한 조치훈 9단의 잠언이 이번 결승3번기를 바라보는데 가장 적합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결승 3번기 승부에 대한 여운이 아직 가시기 전, 결승국 뉴스에 실렸거나 혹은 실리지 못했던 장면들을 모아 다시 스케치해본다.
○....조치훈, 박영훈 손을 떨다.
운명의 11일 결승3국. 우승을 실감했던 것인지 아니면 역전패의 당혹함에 그랬던 것인지,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박영훈 4단이 착수할 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중요한 대국에서 가볍게 손을 떠는 것은 대부분의 일류기사에게도 가끔 일어나는 증상이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리는 것.
박4단은 마지막 초읽기가 여덟에서 아홉까지 가는 동안에 손을 떨며 착수했고 이를 옆에서 보던 관계자들이 무척이나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조치훈 9단도 손을 떨었다. 반평생에 걸쳐 바둑 한길만을 걸어온 조9단이지만 12년만에 마련된 세계정상무대는 노련한 승부사의 손을 떨게 하기에 충분했나보다. 김성룡 7단은 "1국과 2국에서 크게 승부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던 조치훈 선생이었지만 3국에서 와서는 우승에 대한 의식과 부담을 크게 느낀 것 같다"며 조치훈 선생의 손 떨림을 분석.
●... 기사 고쳐..기사(記事)
결승3국의 인터넷 해설자 원성진 5단은 동갑내기 라이벌 박영훈 4단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었다. 이 송아지 기사들은 특히 후반이 강해서 후반에서 역전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해도 후반에서 역전당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따라서 원5단의 전망은 곧 박영훈 4단이 승리했다는 선언으로 들렸고, 검토실의 취재진은 박4단의 승리 기사를 미리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치훈 9단의 반격이 성공해 역전이 되었고 기사(記事)는 모두 조치훈 9단의 우승으로 수정되었다. "어... 머이래... 이거, 전부 지우고 새로 쓰나?-.-;;" 박4단의 승리기사와 조9단의 승리기사는 너무 성격이 틀려 약간의 수정으로는 불가능했고 완전히 다시 써야만 했다.
○... 승자는 없다?! - 준우승자 같은 두 대국자.
준우승자인 박영훈 4단(준우승 확정으로 이제는 5단)보다 같이 시상식에 임하는 우승자 조치훈 9단이 피곤한 듯 자꾸 고개를 숙이고 의기 소침한 모습. 취재기자들이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사범님 웃어주세요'라는 요청에 조치훈 9단은 간간히 웃는 모습이었다.
기쁜 자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조치훈 9단이었지만 정말 지쳐서 피곤했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서 잘 웃어 주었지만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피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조치훈 졸도(?)!
조치훈 9단은 결승3국이 끝난 후 한국 및 일본기원 관계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 도중 가볍게 맥주 한잔이 돌 던 무렵 조치훈 9단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대국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잠깐 쓰러졌던 것. 다행히 병원까지 가야할 심각한 상황은 아니어서. 숙소로 일찍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이를 전해들은 관계자들은 " 목숨을 거는 것이 옛날 이야기고 지금은 안그렇다고 하더니만 진짜 목숨 걸었었나 보네"라며 한 마디씩.
○... 조치훈 9단의 한국 말 실력은?
조치훈 9단은 6살때 일본 유학길에 올랐으므로 우리말을 완전히 학습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따라서 조치훈 9단을 처음 본 사람은 조9단이 '아주 말을 잘한다'는 입장과 '별로 못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진다.
전체적인 인터뷰장면을 보면 조치훈 9단은 자신이 확실히 아는 단어를 중심으로 해서 상당히 재밌게 강렬하게 말을 하는 편이다.( 물론 질문을 너무 길게 하거나 어렵게 하면 짧게 해달라는 부탁을 조치훈 9단이 먼저 한다. 평균적인 한국 성인이 구사하는 어휘를 조9단이 모두 알 것이라고 생각하면 약간 곤란하다.)
가령 '100% 진바둑었다. (승부는)지나고 나면 운명이다' 하는 식의 우승소감을 보면 조9단은 결코 모범답안만을 이야기하는 기사가 아니다. 주어진 환경하에서 가장 최선의 한국말을 구사하는 기사라 보면 될 것 같다.
●... 와~ 천원(天元)전이다
▲신예기사들이 인터넷 중계를 보는 것으로 소개 되었던 사진. 하지만 알고 보니 삼성화재배 결승을 보는 것이 아니라 12월 8일, 삼성화재배 결승1국과 같은 날에 열린 제8기 천원전 결승2국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천원전 결승2국은 박영훈 5단과 같은 송아지 트리오 원성진 5단과 최철한 5단이 겨뤘고 최철한 5단이 승리했다.
○...결승3국에 눈이 내리네
▲눈이 내린 영남대 국제관 전경. 11일 새벽부터 내린 눈이 결승3국이 시작할 때 쯤 되어서는 영남대 전체를 하얗게 물들였다. 묘하게도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는 백번 필승으로 마무리 됐다.(월간바둑 이주배 기자 촬영)
◀ 한해원 2단
"지금 저 찍으시는 거에요?"
"물론이죠..."
"근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예쁘게 웃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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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자인 박영훈 4단(준우승 확정으로 이제는 5단)보다 같이 시상식에 임하는 우승자 조치훈 9단이 피곤한 듯 자꾸 고개를 숙이고 의기 소침한 모습. 취재기자들이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사범님 웃어주세요'라는 요청에 조치훈 9단은 간간히 웃는 모습이었다. 
조치훈 9단은 결승3국이 끝난 후 한국 및 일본기원 관계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 도중 가볍게 맥주 한잔이 돌 던 무렵 조치훈 9단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대국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잠깐 쓰러졌던 것. 다행히 병원까지 가야할 심각한 상황은 아니어서. 숙소로 일찍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 한해원 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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