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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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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의 노래
2022-02-15 오전 11:34 조회 612추천 7   프린트스크랩

딸애가 책을 두 권 빌려왔다. 

‘욥의 노래’와 장편소설 ‘듄 4편’ 이었다. 

한 권만 빌려왔으면 집중해서 읽기가 좋은데 두 권을 동시에 빌려와서 어떤 책에 더 집중해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딸애 말로는 ‘듄’은 대출 기간이 짧고 ‘욥의 노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듄’을 먼저 읽으라고 하였다. 

 ‘듄’을 먼저 읽고 틈틈이 욥의 노래를 읽기로 작정했다.


‘듄’은 3편까지는 작년에 봤다. 

인근의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책을 구매해달라고 청원을 했다. 

마침 연말이라 구청의 예산이 바닥나서 3편까지 밖에 살 수 없다고 하였다. 

다행히 올해에 다시 예산이 책정되어서 나머지 4, 5, 6권을 구입했다고 연락이 왔다.


두 권의 책을 읽을 희망에 그동안 마음속에 쌓였던 지루함이 날아가고 가슴에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욥의 노래’를 펼쳐봤다. 

왜 ‘욥의 시’가 아니고 노래일까? 

전에 어머님께서는 술에 취하시면 신세한탄을 하면서 넋두리를 늘어놓으셨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절규에 구성지게 가락을 붙여서 부르는 넋두리는 그야말로 노래나 마찬가지였다.


해설을 먼저 읽어보았다. 

책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빅토르위고, 키에르케고르, 엘프레드 데니슨, 토마스 칼라일등의 감탄이 적혀있었다. 

해설을 읽어보고 나서 책을 잘 빌렸다고 만족했다. 

지금까지는 고통에 휩싸인 인물 중에 고흐를 항상 먼저 떠 올렸으나 이제는 욥으로 바꿔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 우스 땅에 있어 그 이름 욥이요, 진실무위하고 신을 경외하며 악을 떠난 자였다. 그에게는 아들 일곱, 딸 셋이 있고, 그 소유는 양이 7000, 낙타가 3000, 겨릿소가 500쌍, 암나귀가 500마리이며 종도 퍽 많아서 동방의 아들 전체 중에 제일 부자였다.] 

글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사탄이 나타나서 욥이 신을 경외하는 것은 그의 소유 전부를 신께서 부여한 것 때문이라고 말하자 신께서 욥을 시험해보기 위하여 그의 목숨만은 부지시키되 나머지 모두를 쳐버리라고 지시한다.


졸지에 자식과 전 재산을 모두 잃은 욥은 그래도 주를 찬양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신은 사탄에게 다시 욥을 쳐서 온 몸에 악성 발진이 생겨나도록 하였다.


책이 시작되고 나서 여기까지 몇 페이지가 되지 않는다. 

나는 여기까지 읽고 나서는 급 실망하고 말았다. 

“아니 아무리 신이라도 그렇지 단지 시험해보기 위하여 한 사람에게 그렇게 심한 파멸을 줄 수 있는가? 에이, 재미없네.” 하고는 책을 덮어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듄’에 집중했다.


그래도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욥의 노래’를 뒤적이게 되었다. 

친구들이 찾아와서 위로하고 비난하는 장면이나 욥이 신세한탄을 하면서 이들에게 반박하는 장면을 빨리 빨리 넘겼다. 

책에 주석이 없어서 읽는 속도를 빨리 할 수 있었다. 

전에 빌려본 ‘카르페 디엠’은 본문보다도 주석이 더 많아서 빨리 읽기가 힘들었었다.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책은 해피엔딩이었다. 

 그래도 결말이 좋아서 흐뭇한 마음이었다. 

책을 반납하려고 현관 앞 탁자에 놓아두었다.


흐뭇한 마음을 더욱 흐뭇하게 하는 일이 생겼다. 

딸애가 매운 것이 먹고 싶다며 치킨을 주문한다고 하였다. 

나와 아내는 반색을 했다. 

치킨 가게까지 20분이면 걸어갈 수가 있으니 10분을 집에서 기다려야했다. 

아내가 안달을 했다. 

결국 25분 전에 출발을 했고 우리는 치킨집 밖에서 5분을 기다려야했다. 

두 꾸러미가 묵직했다. 

나는 양 손에 꾸러미를 잡고는 집으로 향했다. 

도중에 아내에게 한 꾸러미를 인계했으나 얼마 못가서 아내가 힘들어 했으므로 다시 내가 두 꾸러미를 쥐었다.


집에서 상을 펴놓고는 맥주 한 깡통을 뜯었다. 

TV에서는 쇼트트랙 남자 500m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황대헌이 3등으로 뛰고 있었다. 

내가 소리쳤다. “야, 동메달이다.” 

딸애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저거 준준결승인데요?”


황대헌은 신묘한 기술을 발휘하여 2등으로 준결승에 진출하였다. 

그리고 준결승에서도 멋지게 앞의 선수를 추월했다. 

그런데 그 순간 하필이면 질주하는 그 앞에 캐나다 선수가 가로막고 있었으니...


황대헌은 실패하였지만 태극 낭자들이 계주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몇 바퀴 안남은 상황에서 계속 꼴찌였는데 순식간에 뛰어난 순발력으로 두 명이나 추월한 것이었다. 

마치 아내가 내 밥사발 위에 있는 계란말이를 잽싸게 채가듯이.


그 시간 이후에 그 날 올림픽에서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나는 ‘욥의 노래’에서처럼 무언가 흐뭇한 반전이 일어나기를 기대했었다.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욥의 노래’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욥은 실제 인물인 것 같다. 

그런데 자기의 경험을 글로 쓴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모아본 것인가? 

어찌 되었든 욥이란 인물은 뛰어난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욥의 친구들과 욥과의 대화는 상당히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데 정작 신이라는 분의 대화는 너무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노골적인 구체와 현실 속에 무한한 상징과 은유가 숨어있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바로 ‘색불이공, 공불이색’의 경지란 말인가?


어쨌든 끝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욥이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자 주께서 욥을 회복시키셨으니 욥의 전부를 두 배로 갚으셨다. 

욥의 형제와 자매 전부와 전부터 그를 알던 전부가 욥에게 와서 그의 집에서 함께 음식을 먹고 주께서 그에게 주신 온갖 재앙에 대해 욥을 불쌍히 여기고 위로하였다.

 각각 은 한 푼과 금귀고리 하나씩을 주었다. 

주께서 욥의 이후를 이전보다 더욱 복되게 하시어 양 1만 4000마리, 낙타 6000마리, 소 1000겨리와 암나귀 1000마리가 있었고 또 욥에게 아들 일곱과 딸 셋이 있어 첫째 딸은 여미마, 둘째 딸은 긋시아, 셋째 딸은 게렌합북이라 불렀다. 

온 땅에 욥의 딸들만 한 미녀가 없었고, 딸들은 형제들처럼 아버지로부터 기업을 받았다. 

욥이 이후에 140년을 더 살면서 아들들과 손자들을 사대까지 보았다. 

욥은 나이 들어 장수하다가 죽었다.]


잠결에 ‘욥의 노래’의 반납을 잠시 미루기로 결심을 하였다. 

우선 ‘듄’에 집중해서 빨리 본 다음에 반납을 하고는 다시 천천히 ‘욥의 노래’를 음미해보아야겠다. 

┃꼬릿글 쓰기
삼나무길 |  2022-02-15 오후 9:43:48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  
예뜨랑 |  2022-02-16 오후 6:29: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았습니다
궁금한것은 욥의 아내가 떠났다고 했는데 끝에보면 배로 회복될때 다시 돌아왔는지 다른 여
인한테 장가갔는지요?  
짜베 욥의 아내는 떠나지 않고 계속 욥의 곁에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뜨랑 |  2022-02-18 오전 11:33:5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욥이 사탄의 시험으로 모든 것을 다잃고 나중에는 몸에 악질이 생겨나와 상거지가 되니 욥의
아내가 욥한테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하고 욥을 떠나갔습니다 ~욥기2장9절~  
짜베 제가 읽고 있는 '욥의 노래'란 책에는 아내가 죽으라고 말한 것 외에는 떠났는지 머
물렀는지에대한 언급이 없군요. 성경의 욥기는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 목사인 친구
가 보내준다고 했으니 책이 오면 잘 읽어보겠습니다.
一圓 |  2022-02-18 오후 4:27: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치킨을 함께 기다리고 계란말이를 채가는 정겨운 아내를,
神에 시험대에 올려야 한다면...
욥의 믿음과 제 믿음이 다른 것에 감사해 합니다.
책 냄새를 맡으며 읽어 본지가 오랜 지라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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