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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나의19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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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가고 있다.
2022-01-31 오전 3:07 조회 693추천 13   프린트스크랩



야야.

 

어머님이 부르신다.

동사무소에서인가 복지관에서인가 뭔 일을 한다고 일주일에 3번씩 나가시더니

나는 그냥 놀이와 공부하는 것으로만 여겼는데

알고 보니 파트너 한 사람과 교대로 90대 독거노인 돌보미를 하신 것이다

오늘은 비번이라 안 가신다더니 급한 일로 전화가 왔단다.

 

이 겨울에 보일러 고장이라니 같이 한번 가보자는 것이다

자칭 맥가이버지만 사실 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상식선에서 해결할 뿐인데

워낙 부지런한 분이 또 일거리를 들고 온 것이다

팔순 할머니가 구순 할머니 돌보미를 하신다니 어이도 없었다.

 

 

할머니 아버지 간병 30여 년을 교대한 전우지만 이제 겨우 끝났는데

이제 좀 쉬시라는데 당신은 내 벌이가 시원찮아 뭔가 또 일을 저지르신거다.

기술자를 부르기 전에 원인이라도 알아보자고 모시고 나섰는데

생각 외로 건강하시고 정신마저 맑으신 분이셨다

의외의 방문에 반기시며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함박 웃음을 지으셨다

너무나 순수한 웃음.

 

사실 글을 쓰려고 생각지 않았지만그 순수한 90대 노인의 웃음이 떠올라 긁적인다.

자식들은 그런대로 산다고 했는데 아무도 모시지 않는단다.

세상이 그런 걸 ...

내 동생도 어머니 모신다고 큰소리치다가 잠수 탔다.

마누라 장벽이 그리 쉬울 줄 알았겠지.

 

 

보일러를 주물럭거리다 보니 타이머가 잘못 설정되었고 온도도 좀 낮게 되어 있었다.

내가 파악한 원인으로는 타이머 설정 때문에 보일러가 돌다가 멈춘 것이고

온도도 낮게 설정된 것이라 아마도 할머니가 그런 게 아니라 어머니 파트너의 탓일 것이다

 

여튼 제대로 된지는 모르겠지만 보일러가 돌아갔고 결과는 지켜봐야 했다

역시 남자가 있어야 하고 우리 아들이 기술자라며 당신 아들 자랑에 신이 났다.

할머니도 신기한 듯 다행스러움에 고맙다만 연발하며

어깨를 두드리고 손을 잡고 흔들었다

팔순 어머니의 대견해 하는 모습과 90대 독거노인의 함박웃음은

단순한 일에 과분한 웃음과 행복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니 오히려 쑥스럽고

괜스레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참 어머니와 나는 업에 물려 사는 팔자를 타고 난 모양이다

그날 이후 크고 작은 일로 호출을 종종 받았고 또 그 할머니는 나만 가면 좋아하신다.

단칸방에 사시는데 항상 깔끔하고(물론 어머니와 파트너 탓이겠지만잘 정돈되어 있다

울 할미도 100수 하시면서 말년에 치매로 10여 년 고생했지만 늘 깔끔하셨는데

할머니 생전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움과 감사한 마음이 교차했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은 베푼다는 생각을 무안하고 부끄럽게 했다

주변에 우리의 내 작은 손길이 절실한 분들이 많다.

내 작은 관심과 성의가 그들에겐 축복이요 나의 손길이 신의 손이 되는 것이다

쓸데없이 일을 만들고 다닌다고 역정 냈다가 오히려 보조원이 되어 버린 것이다

팔순의 어머니와 나는 결국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보다.

 

한 해를 보내며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왠지 모를 연민으로 울적해졌다.

잠시 스친 사소한 일들도 인연이라 그런가.

올해도 많은 인연을 쌓았고 아쉬운 결과 또한 산더미같이 쌓였지만

일일이 분리수거 하지 못하는 건 너무 팍팍한 세상이라

그냥 둘둘 말아 던져 버린다.

 

새해는 모두 잘 먹고 잘살길 바란다.

내가 해탈하여 모두의 안녕을 비는 게 아니고 건성 또한 아니지만

모두가 바쁘게 움직여야 할 일들이 많으면 나도 먹고살 수 있어 그렇다.

부디 바쁘시라 건강해서 오래 바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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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圓 |  2022-01-31 오전 7:36: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자신이 아직은 꼭 필요하고 쓸모있는 사람임을 보여주고 싶어
연세가 많은 노인일수록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 내십니다.
그래도 힘든 일은 있어도 돌아가셔서 못보는 것 보다는 견디기가 훨 수월하겠죠.
서로 돕고 서로 아끼는 그런 날들이 많은 한 해가 됐으면 참 좋겠습니다.  
짜베 |  2022-01-31 오전 11:39: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f한 해가 비록 짧게 느껴지지만 수학적으로는 몇 억겁하고도 일대일 대응이 된다고 하지요.
올 한해도 선달님에게 바쁘고 보람있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금령제 |  2022-01-31 오후 3:58: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 참 아름답습니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고 한해만에 돌아가셨다니.....  
⊙신인 |  2022-02-03 오후 4:53: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시고 할 일도 많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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