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팔공선달
팔공선달 나의19로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상념
2021-03-23 오후 12:14 조회 1380추천 18   프린트스크랩

새벽 12시가 다가온다.

피로가 급격하게 몰려오는 시간 항상 이맘때면 새벽에 나설 때의 마음과 갈등의 시간이다

뼈만 남기고 다 빼준다는 헬스클럽 선전처럼 집에 돌아갈 여분만 남을 때까지.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 다짐했건만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건 투지와 명분으론 되지 않는다.

새벽 4시에 출발하여 점심때까지 7~8시간

오로에서 바둑 한두 판 두고 쉬었다가 저녁 먹고 다시 새벽까지 7~8시간 돌린다.

 

그래도 수입은 편의점 알바보다 못해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성실했다는 것은 사이버머니 같은 빛 좋은 개살구로 컵라면은 고사하고 국물도 못산다.

결과가 미미하면 변명 거릴 뿐 무능의 딱지 같은 것.

 

마음 비우고 열심히 돌다 공백이 생기면 차를 한쪽에 세우고 잠시 상념에 빠지며 휴식한다.

그래 봤자 돈 걱정이 주고 몇 번을 훑어본 미터기에 찍힌 매상과 현금을 세어보는 것

하지만 중간중간 지출과 요즘 일상화된 카드 결제가 겹쳐 늘 계산이 맞지 않는다.

나이까지 비웃으니 두어 시간 전의 행선지도 떠오르지 않아 뭐지 하다가 담배를 피워 문다.

밤하늘엔 달이 밝고 유성 한줄기 흘러가는데 허공에 뿜는 담배 연기는 허허롭다.

 

언젠가 첫사랑과 잔디에 누워 저 별과 달을 나누며 시인처럼 말하곤 멋스럽게 뿜었었는데

이젠 염색하기조차 민망스러워지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인생은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 하지만 나는 외로움과 친숙해지는 거라 본다

 

살면서 문득 외로움을 느낄 때

내리사랑이 뼛속 깊이 새겨지는 이유가 아직도 팔순 노모에게 사랑을 받는 것과

부양가족에겐 서러움 받으면서도 침묵하며 챙겨 줄 것을 찾는 것에서다

30여 년의 간병에서 느낀 것은 아프지 않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고 바람의 전부다.

누가 아프고 싶겠나마는 버틸 때까지 버티다 아프면 떠나는 게 신조가 되었다.

보험도 들었다

나의 버티는 삶도 다하는 날이 올 것이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인간도리 하며 살았더라고

마지막 소원은 끝까지 버티게 해 주시고 간병 받게 하지 말고 거둬주시길 신에게 청원한다.

 

40중반에 다시 찾은 바둑과 인터넷 생활이 그나마 아날로그로만 살지는 않는다는 위로고

가끔 사는 이야기 늘어놓으며 소통하려는 분들에 일희일비하면서

귀뚜라미 집 같은 상념의 다락방에서 이슬과 바람과 별빛을 보듬어 다독이는 게 위안이다

이 또한 호사 같기도 하고 허영 같기도 하고.

그래도 비록 사이버지만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만나 반가운 사람도 있다.

내 아집으로 반목하는 사람도 여럿 있고 나에게 사감을 가진 사람도 여럿 있다

내가 굳이 반성할 이유가 없듯 그들도 마찬가지라 도덕과 정의는 서로 개의치 않으니

편한 사람과 나누는 시간만으로도 위로될 수 있을 것이다.

나라 구할 일도 아닌데.

 

다만 긴장한다면 목적 없는 곳이지만 나와 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부담이나 실망을 줄이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에 집착하지 말자

여러 번 만났거나 한 번도 못 볼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만나 실망했거나 실망을 준 사람들도 인연이 주는 대로

그렇게 천천히 편하게 가자.

목적이 없기에 이해타산이 걸리지 않고 덤덤할 수 있으니

서로 바람이 되고 낙엽이 되어 이리저리 살다 가면 그만이겠지.

 

담배 한 대 다 피우고 잠시 젖은 상념에서 벗어나니 피로가 몰려온다.

마치고 들어가 바둑이나 한 수 두고 자려하니

이 야심한 시간에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과 소주 한 잔 겯드린다는 포만감에

행복은 별것도 아니고 낭만적이거나 부티날 것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것이 즐거우면 상대적인 것도 아닌것이다.

 

┃꼬릿글 쓰기
킹포석짱 |  2021-03-23 오후 4:02: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팔공선달 (__)
nhsong |  2021-03-23 오후 4:12: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팔공선달 (__)
백궁고수 |  2021-03-23 오후 7:55: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할 수있는 것이 있고 그것이 즐거우면......

 
팔공선달 (__)
⊙신인 |  2021-03-23 오후 9:33:4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리 허허롭게 살아내면 되는거다 생각이 듭니다.
삶,,,,그거 원래 고단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몸을 지니고 생겨났으니 몸이 원하는것 들어주는 노고도 덤으로 따라붙네요!ㅜㅜ  
팔공선달 성숙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몸을 지니고 태어났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내 의식을 담은 피 가죽에 세를 내는 거겠죠.
그래서 잠시 머물다 간다고도 하고 소풍이라고도 하고......
빌려 쓰고 가니 자의든 타의든 계약이 만료되면 해지하는 것 아닐까요.?
대여품에 너무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소판돈이다 |  2021-03-25 오전 10:17:3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때론 곡해와 오해도 있지만 난 이 분이 부러워.....
내맘대로 핸들 잡아 돌릴 수 있으이........손님만 줄줄이 있으면 해보고 싶은일이여....
아..기사식당 밥도 잘해....근데 진상들이 더러 있을거여...나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최고직
업인뎅...ㅎㅎ
요샌 카드들만 내미니 좀 그렇지여..
과거엔 용상동에서 터미널가면 구천이삼백원 나오면 잔돈 커피값임니더...하면 흐뭇한 표
정......카드가 좀 그래여.....손님입장에선 편하긴해여....이넘저넘 만지작거린 지폐 안만져
도 되고.....인천엔 털보기사님이 그랜져로 택시운전하더마여..그 거도 330으로다가....에무
징가 티지는 아니고.....오디오도 최상급으로 튜닝하공....,,  
팔공선달 아엠에프도 견뎠는데 코로나에 무너지는가 합니다.
저도 전 세계 유일무이한 택시드라이버가(친절 청결 안전운행 기본) 되고 싶어
7080 올드팝과 가요 700곡을 다운 받아서
컴맹이라 동생에게 장르별로 편집해달라고 맡겼는데 다 날려 버렸어요.
3년 준비하고 잠깐이나마 제 차를 이용하는 분들이 선호 곡 한두 곡이라도
듣고 가는 뮤직 카페 택시가 물거품이 되었죠.

이젠 직업마저 유지하기 힘들어졌으니 아쉬움이 더합니다.
10년만 더하게 해준다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곡해나 오해는 소신의 충돌이 아닌 환경이 부추킨 일이라
가능하다면 객관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ㅇㅇ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