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
바둑도 연전연패..배팅할 뽄투도 떨어지고 대창에서 노닥거리고 있을때,
아직도 요 해설자를 글쟁이로 기억하는 고마운 기우분이 간혹 계심을 알고 놀랄때가 있다.
"요즘 왜 글 안올리세요?"
....왜 그렇겠어요, 일복이 터져서 바둑 한두판 두기도 버거울 뿐더러 레파토리는
다까묵고..에효..그러자 그 기우분이 제안을 하나 한다,
그럼 해설자님 일하고 계시는 시장얘기좀 하세요, 재미있을겁니다. 하고.
시장이야기가 우리네 사는 얘기 아니겠냐는 말씀과 함께.
처음 들었을때는, 에이 바둑사이트에서 무슨 시장얘기를 ㅡㅡ;;
했는데, 오늘도 같은 소리를 듣게되고 보니, 그래도 될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재미야 덜하겠지만, 사람사는 이야기라는 공감을 갖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어서
용기를 내 본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내가 이곳 시장에서 몸담게 된지도 벌써 일년하고도 반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할줄 아는거라곤 은행서 돈세는거나 혹은 채무자들 쫒아다는거, 아님 도장 꽝꽝 찍는거..그런녀석이
머리털 나고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하자니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었다.
시장사람은 왠지 투박하고 장삿속일거 같고, 어딘지 모르게 좀 거칠어 보일것 같은 인식이 들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너무도 잘못된 선입관이었다.
그네들 처럼 순박하고, 정감있고,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임을 깨닫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노량진 수산시장.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이다.
많이 알려져 있지만 못와본 기우분들도 계시리라.
잠시 이곳의 분위기를 말씀드리자면,
밤이 깊은 12시. 하나둘 장사준비를 하고 물건 정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시간이다.
새벽 3시. 한밤중이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복잡하기로는 명동한복판 저리가라요, 소란스럽기는 서태지의 콘서트 현장 방불케한다.
이곳 저곳에서 물건실은 딸딸이 (소형 리어카 정도로 생각하면된다) 가 지나다니고, 물건팔고, 사고,
흥정하고, 주문하고, 한쪽에선 경매하는 소리가 마치 외국말처럼 들려오고...
아침이 되면 새벽장사를 주업무로 하는 분들은 퇴근시간이다.
새벽은 주로 시장내 상인끼리의 거래가 많다면 아침부터는 외부, 소매장사가 주를 이룬다.
이른 아침이 되서야 비로서 시장이 질서를 갖춘다.
오후 7시. 회를 파는상회들을 제외하고 비로소 시장이 조용해지는 시간이다. 차츰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벌써 새벽 세시다.
피곤이 몰려온다.
내일..아니 오늘 아침에 일을 나가는 아침조이기에 오늘은 글을 줄여야 할것 같다.
그냥 끝내기는 좀 서운하고^^
오늘 온 손님 이야기 하나.
"가리비 키로에 얼마나 하나요? 2키로만 주세요"
"좋은걸로 주세요"
주문을 받고 거의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가리비를 수족관에서 건질즈음. 들릴듯 말듯한
손님의 말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드시는건데.."
"네? 마지막이요?" 무슨뜻인지 언뜻 생각나지 않아서 그렇게 물었다.
"네, 저의 어머니께서 큰병을 얻어서 얼마 못 사실듯 하거든요..무엇이 드시고 싶냐고 물었더니,
...가리비가 그렇게 들고 싶다는군요."
"아..네.. "
이럴때 무슨 말을 해야하나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저 좋은걸 골라야 한다는 생각외엔.
손님에게 물건을 주면서, 이 조개를 마지막으로 드시는 기분은 어떨까, 잠시 상상해봤다.
모든것이 그렇겠지, 먹는것이든 누구를 만나는 것이든 어디를 여행하는것이든,
산을 오르던 영화를 보던, 그것이 마지막이라면..평소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겠지.
숱하게 팔때는 아무 느낌이 없던 조개 몇개에 다시 한번 시선이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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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멀리보며
박쥐
팔공선달
달선공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