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국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져 버린 탈주범 은하.. 빈자리만 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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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퇴근길.
머리를 자른다는 직장동료를 따라 미용실에 왔다.
새로 생긴 미용실 구경도 할 겸 따라나섰는데..
정신차려보니..
거울앞에 앉아 파마롤을 말고 있는건 다름아닌 은하.
귀가 얇디 얇아 '파마하면 이쁘겠다'는 미용실 원장님의 말 한마디에 홀랑~ 넘어간것이다.
파마롤을 말고 앉아있으니 왜이렇게 얼굴은 똥그래 보이는지..
불만스레 이리저리 거울을 들여다보고 앉아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아~ 안녕하세요.. 계시요? 언제요? 수요일 점심때요? 저 직장이..
아무리 급해도 직장이... 아니, 제가 어떻게 살려드려요~ 그치만 직장이.. ㅜㅜ
점심시간 내에 끝날꺼라구요? 힝~ 직장은 어쩌고..
기원이 가깝긴 하지만.. 점심도 못먹고 계시를.. 흑흑..
네.. 알겠습니다.. 수요일에 뵈요~ 근데 직장 어쩌지..?
결국 맡았다. 지지옥션배 계시.
수요일 낮 12시.
그리하여 은하는 오늘 점심시간.. 기원을 향한 대 탈주를 시도하게 된다.
생방송 10분 전.
탈주범(!) 은하. 한국기원 도착.
양 선수가 마실 물을 얼른 떠다 놓고 부랴부랴 앉으니 벌써 스튜디오엔 'on air'빨간 불이 들어와있다.
앉기가 무섭게 들어오는 선수들.
'와! 차민수 사범님이다!!' 은하.. 속으로 만세를 부른다.
드라마 올인의 실제인물.
광운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1996년 수퍼볼 슬림진 토너먼트 포커 세계 챔피언인 차민수 사범님.
역시 상상했던 것 처럼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에??
반상앞에 앉은 차민수 사범님의 부리부리~ 한 눈이 갑자기 장난끼 가득 담긴 반달로 변신한다..
차민수 사범님 : 의자가 낮은데? ^----^
김윤영 사범님 : 네? @.@
차민수 사범님 : 안낮아? 난 낮은데?
김윤영 사범님 : 네..네.. 괜찮은데.. ^^;;
당황한 듯 보이는 김윤영 사범님.
차민수 사범님과 대화 할 기회닷! 아싸!! 은하.. 얼른 말을 건넨다.
은하 : 사범님 의자 낮으세요?
차민수 사범님 : 바둑판을 굽어봐야되는데 말이지.. 낮네..
은하 : (역시~ ㅎㅎㅎ) 어쩌죠?
차민수 사범님 : 방석이나 뭐 그런게 없나?
두리번 거리는 은하와 차민수 사범님 앞에..
싸이버 오로의 센스쟁이 (노총각)김상우 기자님이 스튜디오 구석에서 쿠션을 가져와 건넨다.
김상우 기자님 : 이거.. 어떨까요?
차민수 사범님 : 아~ 그거 좋네~
언뜻 보기에도 엉덩이보다 작아보이는 쿠션인데..
방석처럼 편안~ 히 쿠션 위에 올라앉으신 차민수 사범님.
은하 : 우아! 그러니까 디게 키가 커보이세요!
차민수 사범님 : 껄껄~ (웃음소리가 무척 남자답다^^) 내가 키가 컸어야 하는데..
은하 : 하하 ^^ (이때 이미 방송 시작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있었다.. 헉! 시작이네!)
차민수 사범님 : 내가 이 키가 중학교 때 키야. 그 후로 안커.. 껄껄~
은하 : ... (이미 카운트가 시작되어 대답을 건넬 수가 없었다.)
삼.. 이.. 일.. 시작!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대화가 끝나고 은하의 시작 멘트.
"대국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대국이 시작되었다.
지지옥션배..
지난 1기 때의 흥행으로 규모가 더 커진 제2기 지지옥션배..
전통있는 기전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있는 요즘.. 지지옥션배의 흥행은 기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야함을 여실히 들어내 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지지옥션배 같은 인기 기전이 많이 생기면 좋을텐데.. (그럼 은하.. 탈주 상습범이 되려나? ㅋㅋ)
지지옥션배 그 첫 대국..
흑번 김윤영 사범님과 백번 차민수 사범님.
김윤영 사범님은 한 수 한 수 시간을 많이 쓰며 신중을 기한다.
반면 차민수 사범님은 손이 안보일 만큼 빠른 진행.
결국 시작한지 15분이 채 안되어 초읽기에 몰리는 김윤영 사범님과 중반이 되어서야 초읽기가 시작된 차민수 사범님.
그러나 마지막 초읽기에 먼저 몰리게 된 사람은 차민수 사범님이다.
아홉에서 아슬아슬 착점을 하는 김윤영 사범님 덕분에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은하..
김윤영 사범님이 돌을 놓기가 무섭게 다음 수를 둬버리는 차민수 사범님 덕분에 더욱 긴장상태 유지..
시계는 어느덧 1시에 가까워오고..
으아앗~ 점심시간 끝나간다~~ 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김윤영 사범님이 돌을 던지다..
두사람의 계가도 여느 바둑과는 달랐는데..
그도 그럴것이.. 돌을 조금 들어내더니.. "이 수 어때? 나 너무 소심한가?" 하며 호탕하게 웃는 차민수 사범님때문이었다.
승자 인터뷰 전에 함께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점심시간이 끝나간다. 흑..
원망스레 시계를 노려보다 카메라 불이 꺼지자마자 불이나케 달려 사무실로 복귀했다.
이로서 은하의 긴장 가득한 탈주는 무사히(과연?) 마무리가 되었다.
쉿! 아무도 모르겠지...? (윗 분들이 오늘 생방송을 못 보셨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