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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처럼 깊은 이창호의 수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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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처럼 깊은 이창호의 수읽기
| 최진용 2007-08-18 오후 02:06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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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주최의 중환배가 3회를 맞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4강에 모두 한국 선수들이 올라 일찌감치 축배를 들었다. 그 바람에 팬들은 이창호, 조한승, 박영훈, 박정상 중 누가 우승컵을 차지하느냐만 즐겁게 지켜보았다.
이들 네 명 중 결승에 오른 선수는 이창호와 박정상. 3년 가까이 세계대회 정상 정복에 실패한 이창호 9단과 후지쯔배 우승 이후 두 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노리는 박정상 9단이 부활을 꿈꾸며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제3회 중환배 세계바둑선수권전 결승전
백: 이창호 9단
흑: 박정상 9단
장소: 타이페이101 빌딩, 36층 특별대국실
날짜: 2007년 8월 17일
결과: 156수 끝, 백불계승
장면 (초반부터 전투)
전투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두 선수가 이 대국에서는 초반부터 무시무시한 전투를 벌였다. 어느 쪽이든 한수만 삐끗하면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질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박정상 9단이 흑1로 코 붙인 수는 꼭 익힐만한 맥점. 이에 백2·4는 기세상 당연한 대응이다. 흑7까지 서로 끊긴 모습인데, 여기서 백(이창호)은 어떻게 처리하는 게 옳을까?
참고도1 (변화무쌍)
두 선수 모두 이곳에서 주어진 제한시간(2시간)을 거의 쏟아 부었다. 변화가 난해하면서 무궁무진한 곳이라 둘 다 목숨걸고 수읽기를 한 것은 당연하다.
<장면>에서 흑5로는 그림처럼 그냥 흑1에 느는 게 일감이다. 백2엔 흑3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면 곤란한 쪽은 백. 4와 5를 맞보고 있는 탓이다. 가령 백4면 흑5·7을 당해 백이 한수 부족이다.
참고도2 (박정상의 우려)
그럼에도 박정상 9단은 두점머리를 스스로 얻어맞는 행마(<장면> 흑5)를 택했다. 이는 백2로 건너붙여 반발하는 수단을 염려한 탓으로 보인다.
이때 흑3으로 끊으면 백4를 당해 이번에는 흑이 거꾸로 곤경에 빠진다. 백6이 선수로 듣는 탓에 수상전은 흑이 안되는 모습.
참고도3 (사석작전1)
허나 흑1이 무리수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좌변 흑▲ 다섯점을 버리고 두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다. 흑은 그 대가로 큰 세력을 얻어 하변을 크게 차지해 나름대로 둘만하다.
다만, 이 바꿔치기는 백도 불만이 있을 수 없다. 흑▲를 수중에 넣은 순간, 백의 두 미생마가 살아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박정상 9단으로선 그다지 탐탁지 않은 타협이었으리라.
참고도4 (사석작전2)
백2에 대해 먼저 흑3으로 집어가는 수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백도 4로 막아 흑을 압박하는 정도.
흑3 또한 앞서 설명한 것처럼 좌변을 버리고 두고 싶을 때 가능한 수다. 계속해서 흑5로 집어 세력을 쌓는다. 역시 박정상 9단에게는 마음에 없는 그림이었을 터.
참고도5 (백1은 무리수)
박정상 9단이 흑▲에 밀어 스스로 두점을 얻어맞은 이유는 앞서 보여준 두 그림처럼 사석작전을 펼치기 싫었던 탓이다. 이제는 백1로 막는 수는 무리다. 흑2에 백은 A, B 두 군데 단점을 한방에 막아낼 재간이 없지 않은가.
참고도6 (백, 한수부족)
그렇다면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는 백1. 이에 흑은 2로 밀고, 백은 5 등으로 계속 막아 수상전이 벌어진다.
흑이 위쪽으로만 무사히 연결하면 백돌을 잡을 수 있으므로 흑6은 좋은 수. 백도 목숨이 걸린 만큼 흑의 연결을 필사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데, 수순에서 보듯 백이 한수 부족하다.
실전진행1 (묘수 백1)
일감으로 떠오르는 수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워지자, 이창호 9단은 장고 끝에 묘수 백1을 찾아낸다. 이 수가 떨어지자 검토를 하던 많은 기사들이 화들짝 놀란다. 자신의 약점을 선수로 보강한 이 수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성기의 이창호가 살아난 느낌이라는 극찬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백1 덕분에 백3으로 틀을 쉽게 잡는다. 그리고 백5로 타협을 하자고 제안한다. 허나 박정상 9단은 전혀 타협을 할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참고도7 (후절수)
검토실에서는 백1에 이어 백3으로 잡으러갈 것으로 내다보았다. 백7 처진 날일자로 흑을 공격하는 수단이 있었던 것. 이어 백11로 젖히는 멋진 묘수가 준비되어 있다.
흑12엔 백13으로 잇는다. 묘수풀이로만 보던 '후절수'가 숨어 있었던 것. 이것이라면 백이 성공한 그림이다. 그런데-
참고도8 (흑 반발)
흑은 3에 붙여 중앙과 수상전하는 강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후절수를 기대하고 백4에 젖혀봐야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흑5로 중앙을 옥죄는 순간, 백이 거꾸로 한수 부족에 걸린다.
바로 이런 반발 수단이 있었던 탓에 이창호 9단은 실전에서 한칸 뛰어 타협책을 내 놓았다. 바다속보다 깊고 심오한 이창호의 수읽기가 모처럼 반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참고도9 (타협은 싫다)
박정상 9단은 그동안 이창호 9단에게 1승7패라는 절대 열세를 의식이라도 하듯, 이번 결승에서 승부를 일찌감치 보려고 한 느낌이 강하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흑1로 타협을 할 수도 있었으리라.
비록 공격하던 백 일단을 좌상귀와 연결시켜주긴 하지만 대신 좌하귀 언저리에 있는 백돌을 다시 공격하면 충분히 둘 수 있었다.
실전진행2 (끝난 바둑)
박정상 9단이 흑1로 몰자 이창호 9단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백2로 몰아 역습의 발판을 마련한다. 백10을 당하는 순간, 흑은 순식간에 곤경에 빠진다.
아무리 수를 읽어봐도 수상전에서 흑이 한수 부족하다. 뭔가 잘못된 것이다. 돌이켜 볼 때, 흑은 백의 타협책을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었다. 이처럼 공격하던 흑돌이 큰 대가없이 거꾸로 잡혀서는 사실상 끝난 바둑이었다.
참고도10 (2년5개월만의 포효)
<실전진행2>에 이어 계속 수상전을 하려면 흑1로 따내는 것은 절대. 수순 중 약간 변화할 여지가 있긴 하지만 골격은 거의 같다. 흑이 한수 부족임을 확인해 보시라.
결국 이창호 9단은 제3회 중환컵을 품에 안았다. 2년5개월만에 세계 정상에 포효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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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era13 |
｜ 2007-09-01 오전 10:0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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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바둑과 예전의 두터움을 앞세운 실리바둑을 적절히 구사하고, 집중력을 높여 후반 끝내기의 실족만 면한다면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세돌 9단의 무서운 수읽기가 문젠데.. 전략가로서의 이 차오 9단의 진면목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일 듯 싶은데요.. 암튼 두 천재분의 향후 행보가 무척 기대됩니다.. 이창호 사범님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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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순안 |
｜ 2007-08-19 오전 3:23:00 [동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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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은 전신 조훈현이다. 이렇게 제목을.. 더 멋지진않을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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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따 |
｜ 2007-08-19 오전 12:10:00 [동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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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사범님이 드디어 전신으로 변신을 완성 한것 같네요 앞으로의 바둑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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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성님 |
｜ 2007-08-18 오후 10:5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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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그대를 대마킬러로 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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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astar |
｜ 2007-08-18 오후 3:40: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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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타협책을 뒀나 당시 해설로는 알길이 없었는데..이걸보니 정말 놀랍네요
평생 흉내도 못낼 수읽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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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기 |
｜ 2007-08-18 오후 2:5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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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ㅎㅎ 이창호 사범 그동안 고생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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