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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변까지는 아니더라도 보는 이의 놀라움을 사기엔 충분한 결과였다. 정유업계 라이벌 대결로 관심을 끈 SK엔크린과 Kixx의 주말 맞대결에서 SK엔크린이 박창명, 김동호 두 퓨처스리거의 깜짝 활약으로 Kixx에 2-0 앞서나갔다. 사진은 2국에서 김동호가 Kixx의 2지명 김세동에게 승리한 직후의 장면. |
SK엔크린, 첫날 깜짝 2승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1라운드 4경기
바둑 승부 참으로 알 수 없다. 1,2지명이 모두 빠진 SK엔크린을 상대로 Kixx가 손쉬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은 첫날부터 깨졌다. 정유업계 두 라이벌이 격돌한 주말 경기에서 SK엔크린이 박창명, 김동호 두 퓨처스리거의 활약으로 Kixx를 2-0 앞서나갔다.
26일 저녁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1라운드 3경기에서 SK엔크린은 1국에서 올해 초 입단한 새내기 박창명이 Kixx의 4지명 한태희를, 2국에선 올해 상승세의 김동호가 상대 2지명 김세동을 연거푸 잡으며 첫날 두 판을 모두 가져갔다. 완벽한 대타작전의 성공.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과에 SK엔크린 진영에서는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최하위 Kixx 다음으로 7위에 머물렀던 SK엔크린은 이번 시즌 과거 영남일보를 우승으로 이끈 최규병 감독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선수선발 직후 퓨처스리거로 선발된 강병권과 박정상이 각각의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었다.
사정은 복잡했지만 그 결과 대체된 선수가 이날 나란히 승리를 거둔 박창명과 김동호. 말 그대로 화(禍)가 복(福)이 되는 순간을 경험한 최규병 감독은 "오늘은 한 잔 안 할 수가 없네!"라면서 감회에 젖는 얼굴이었다.
▲ 이날 여러 차례 "승부는 끝나 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던 최규병 감독. 대타작전의 성공 배경에 대해선 "김동호는 최근 성적이 좋아 기대를 했고, 박창명은 늦게 입단한 데다 군에 가기 전 마지막 기회인 만큼 사력을 다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SK엔크린이 첫날 예상을 깨고 2-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양 팀은 내일 승부를 결정짓는 3~5국을 속행한다. 대진은 한웅규-김지석,민상연-이태현, 황재연-한승주(이상 앞쪽이 SK엔크린). SK엔크린 입장에선 이 세 판 중 한 판만 이기면 승리할 수 있지만 아직은 안심하기 이른 상태다. 3국을 상대 주장 김지석에게 내준다고 본다면 4,5국 중 한 판인데 어느 판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규병 감독 역시 "오늘의 기쁨은 오늘의 기쁨이고, 냉정히 본다면 이제부터가 5:5다"라는 말로 때 이른 샴페인을 경계하는 모습.
2014 KB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리그 챔피언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천만원, 4위 3천만원. 매 대국 승자 4백만원, 패자 7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되며 1지명에겐 40만원의 출전 수당이 별도로 주어진다. 대국은 속기(3.5국)의 경우 생각시간 10분,장고바둑(1.2.4국)은 90분. 초읽기는 공히 40초 5회가 주어진다.
▲ <제1국> 한태희-박창명. 초반 흑15와 17 등 독특한 초식을 보여 준 박창명이었다. 하지만 중반 들어서부터 힘으로 한태희를 압박해 갔고, 좌하쪽에서 큰 전과를 얻으면서 승세를 확정 지었다. 한태희는 옥쇄를 각오하고 막판 패 버팀을 시도했지만 결국 안 되자 항복(189수 흑 불계승).
▲ <제2국> 김동호-김세동. 지난해 신인왕에 이어 이번 시즌 Kixx의 2지명으로 깜짝 발탁된 김세동. 그러나 김동호도 얼마 전 치열한 경쟁을 뚫고 LG배 본선에 진출하는 등 물이 오른 상태였다. 초반은 김동호가 잘 풀렸으나 우변 두 칸이 경솔한 수. 이를 김세동이 모질게 추궁해 상변을 그대로 굳혀서는 다들 승부가 넘어갔다고 봤으나 냉정히 본 즉 여전히 김동호의 우세였다. 김동호는 이후 침착한 끝내기로 3집 반까지 차이를 벌리며 여유 있게 골인.
▲ 오랜 아마추어 생활 끝에 올해 1월에 입단한 박창명(23). 이날 연구생 생활을 같이하기도 한두 살 아래의 한태희에게 승리함으로써 늦깎이의 설움을 조금 풀었다. 프로가 돼서 가장 좋았던 점은 '자신감이 붙은 것'이라고.
▲ 지난해 포스코켐텍의 4지명으로 1승 6패에 그쳤던 김동호. 그 때문에 3월의 선수선발식 때 어느 팀도 뽑아가지 않았지만 최근 험난한 통합예선을 뚫고 LG배 본선에 진출하면서 주가가 크게 뛰고 있다. "최규병 감독은 이런 선수가 왜 작년에 그리 부진했죠?" 라며 복덩이로 반기는 표정.
[사진ㆍ기사제공ㅣ 안성문/ KB리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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