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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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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여행 (2)
2022-04-21 오전 10:15 조회 425추천 6   프린트스크랩

불국사에서 내려와 식당을 찾았다. 

아내는 진즉부터 배고파 죽겠다고 난리였다. 

원래는 터미널에서 내려서 바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으나 딸애와 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미룬 것이다. 

한 아주머니가 자기네 식당에 들러달라고 하였다. 

나는 된장찌개가 되느냐고 물었다.

 메뉴에는 없지만 된다고 하였다. 

아내와 딸은 버섯찌게를 시켰다.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술의 종류가 메뉴판에 죽 나열되어있어서 홀낏 보았더니 법주가 오천 원이라고 나와 있었다. 

저렇게 싼가? 하고 입맛을 다시자 딸애가 점심때는 술은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메뉴판을 보더니 무슨 오천 원이야 만 오천 원인데 라고 말했다. 

자세히 보니 전구에 가려서 앞부분이 안보인 것이었다.


나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어째서 식당이름은 백제의 지명 인데 사장님은 신라 말을 쓰십니까?” 

사장님이 설명해주었다. 25년 전에 결혼했는데 남편이 백제인 이라고.


호텔에 돌아오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주는 신라의 심층부인데도 성벽 같은 방어시설이 없다. 

아마도 신라인들은 더욱 적극적인 방어 전략을 쓴 듯하다. 

즉 수도에 방어시설을 지은 것이 아니고 외곽에서부터 철저하게 방어하여 적이 아예 심층부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한 것이리라. 

그리고 국가의 융성이 바로 국력이므로 자잘한 성벽보다는 국가의 융성에 힘을 쓴 것이 아닐까?


호텔에 와서 한 숨 푹 자고나서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황리단길로 접어들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데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안 보였다. 

골목길을 기웃거리며 음식점을 찾았다. 

꼬막비빔밥과 육회물회를 시켰다. 

아내가 아주 흐뭇해하며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음식은 큰 대접에 담겨져 나왔다. 

법주도 한 병 시켰다. 아주 작았다. 이거는 정말로 오천 원이었다. 

일반 약주보다 법주는 약간 쌉싸름하다. 

법주를 한 잔 들이키자 드디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완성된 듯한 기분.


저녁을 먹고는 첨성대까지 걷기로 했다. 

길옆에 피라밋 같은 고분들이 보였다. 

딸애가 저기에 천마총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놀랐다. 봉분들이 보여서 그냥 이름 없는 왕릉들 인줄 알았는데 그 유명한 천마총이라니. 

이 일대를 ‘대릉원’이라고 한다고 했다. 

‘대릉원’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대릉, 대능, 한모. 남팔아 남아의 기백은 날뛴다. 

밤중에 무덤 옆을 지나는 데도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다. 

오히려 무덤에 누워계신 분들이 우리들을 푸근하게 보호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길옆에 근사한 기와집이 보였다. 

아주 멋지군. 하면서 그냥 지나쳤다. 

지나친 다음에 한 참이 지난 뒤에야 그 집이 화장실인걸 알았다. 

마침 화장실을 찾고 있던 중이었는데.


첨성대는 넓은 벌판에 세워져있었다. 

낮에 버스에서 지나가면서 볼 때에는 조그맣고 초라하게 보였는데 밤에 사방에서 조명을 비추면서 보니까 아주 아름다웠다. 

360도 빙 돌면서 관람했다. 

중간에 창이 보였는데 허가만 해준다면 탑에 기어올라서 창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말을 했다가 아내한테 지청구만 받았다.


호텔로 돌아가면서 중간에 찰 보리빵 한 봉지를 샀다. 

호텔 옆의 맥도날드 점에서는 커피를 샀다. 

한 외국인 아주머니가 햄버거를 아주 맛있게 야무지게 먹고 있었다. 

남편은 어벙해 보였는데 한 옆에 서서 메뉴판을 한정 없이 들여다보면서 무언가를 연구하고 있었다.


호텔방은 크고 잘 정돈되어있었다. 

바로 누웠다. 자기 전에 중대한 결심을 했다. 

십여 년을 더 살려면 절제하고 건강에 더욱 힘쓰겠다는 결심이었다. 

여행기를 쓸까 말까? 아무래도 안 쓰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잠이 쉽게 들었다. 멋진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수학문제를 대 여섯 문제 풀었는데 막힘없이 술술 풀리었다. 

깨어나서도 기분이 좋았다. 

전에 퍼듀대 수학경시대회 문제를 풀던 추억이 떠올랐다. 

기분이 좋으니 또 여행기를 쓰고 싶은 욕심이 솟구친다. 

“아서라,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경주를 떠났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다시금 신라에서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느낌이 났다.

 버스는 한참을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방향을 바꾸어 울산 쪽으로 향했고 다시금 방향을 바꾸어 해운대 쪽으로 향했다. 

온 산이 연두색이었다. 

딸애가 몇 번 도로, 몇 번 도로 하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대충 흘려들었다. 

나중에 집에 가서 지도를 펴놓고 천천히 복기를 해 보기로 했다.


고속버스가 해운대에 도착하자 바로 우리는 내려서 기장 행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바로 출발했는지 20여분을 더 기다려야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다. 

우리들은 몸을 웅크리며 구석진 곳에 들어가서 바람을 피했다.


대변항에서 버스를 내렸다. 

음식점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긴 줄이 늘어서있고 우리들은 음식점 밖에서 기다려야했다. 

몇 몇 성질 급한 사람들은 줄을 벗어나 다른 식당으로 향했다. 

그들이 투덜대는 것이 귓전에 들리는 듯했다.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음식을 주문했다. 

멸치 회 무침과 튀김, 그리고 멸치찌개와 밥 두 공기,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주 한 병.


멸치 회 무침과 소주가 먼저 나왔다. 

맛있다. 이 말 밖에 무슨 수식어가 필요하랴! 

튀김은 한 개만 먹고는 아내와 딸에게 양보했다. 

상추에 회와 밥과 젓갈을 넣어 싸서 손에 든 다음에 ‘좋은데이’ 한 잔을 입안에 털어 넣고는 손에 든 것을 입에 물었다. 

그것을 어느 정도 씹은 다음에는 멸치 찌게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는다. 

꿈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작년에는 송정에서 해운대까지 해양열차를 탔었는데 아주 경치가 좋았었다. 

올해에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추워서 아쉽지만 그냥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내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딸애는 내가 술주정을 하는 것으로 보고는 실눈을 뜨고 째려보았다. 

그러나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 다 아.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계속)

┃꼬릿글 쓰기
킹포석짱 |  2022-04-21 오전 11:13: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신인 |  2022-04-21 오후 5:34:33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기행문을 읽으면서 자꾸만 미소를 짓게 됩니다.
평안하고 행복한 일가족의 여행을 보며 저도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짜베 |  2022-04-22 오후 9:18: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제가 불민했습니다. 신라 궁궐을 지키는 성으로 반월성이 있었는데 심하게 훼손되어서 없었던
것처럼 보인 것이더군요. 그리고 월성 말고도 가까운 곳에 명활산성이 있어서 위급할 시에는
그 쪽을 이용하기도 했다는군요.  
금령제 |  2022-04-23 오전 12:17: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행복한 일가족의 여행 즐감했습니다  
삼나무길 |  2022-04-23 오전 6:43: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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